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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읽는 삼성전기 50년

'삼성전자'에만 기대지 않는다…옅어진 매출 편중

④거래처 다변화, 의존도 60%→30%대로...중국 시장 개척 등 수출 확대

김혜란 기자  2023-04-20 13:19:18

편집자주

삼성전기가 올해 출범 50주년을 맞았다. 1973년 일본 산요전기와의 합작으로 설립한 삼성전기는 삼성그룹 전자계열사 3사 중 하나이자 글로벌 전자부품회사로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오늘날 국내 대표적인 스마트폰·TV·PC·자동차 부품·소재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끊임없는 실험과 진화의 역사가 있었다. 삼성전기가 지나온 50년의 변화상을 데이터로 들여다본다.
'매출처 다변화'는 삼성전기의 50년 역사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다. 삼성전기는 한때 60%에 달했던 삼성전자 매출의존도를 지난해 30%대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을 늘려 매출처를 다변화하려는 노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7년께부터다. 중국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면서 모기업 매출 비중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주요 거래사인 중국 기업들이 부진한 여파 탓에 삼성전자 비중이 다시 올라갈 수는 있지만, 제한적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더 이상 '형님'에게만 기대지 않고 여러 매출처 기반을 탄탄하게 마련해 놓았단 의미다.

◇2017년 기점으로 흐려진 매출 편중도

높은 삼성전자 의존도는 시장이 꼽는 삼성전기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기업가치 저평가와도 직결됐다. 2016년까지 삼성전기가 삼성전자로부터 올리는 매출은 전체의 절반 이상이었다.

하지만 이 비중이 2017년 처음 40%대에 진입하더니 2021년에는 28.60%까지 낮아졌다. 지난해엔 30%대로 다시 오르긴 했으나 큰 흐름은 2019년(47.10%), 2020년(33.70%)로 감소세를 타고 있다. 이 시기는 삼성전기가 전략적으로 샤오미와 오포, 비포 등 중국 거래처 비중을 높여 삼성전자 매출 편중도 낮추기에 주력하던 때다.

이 기간 삼성전자 관련 매출은 2019년 7조7000억원에서 2020년 8조2000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다른 고객사 수주가 늘어나면서 비중이 줄어든 것이지 삼성전자 매출 자체가 감소한 게 아니란 얘기다.

공시된 자료로 삼성전자(종속기업 포함)와 삼성전기 간 거래 규모를 수치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건 2012년부터다. 그 이전에는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간 거래만 공개하고 삼성전자의 해외법인 등 종속회사와의 거래 내역은 공시되지 않아 정확한 매출 비중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다만 업계에서는 출범 이후 줄곧 50%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43년 동안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모회사로부터 확보하다 2017년 들어서야 전략적으로 매출처 다변화가 이뤄진 것이다. 삼성전기 자체가 완성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에 부품을 조달하기 위해 출범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경쟁사들이 중국 시장 개척을 공격적으로 안 하는 틈에 삼성전기가 중국 공급을 늘렸다. 전략적으로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를 줄이려고 많이 노력한 것"이라며 "주식시장에서 과거엔 삼성전자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지금은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주'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목표는 20%…달성 가능할까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2.30%로 전년보다 다소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주요 고객사인 중국 기업들의 매출 비중이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삼성전기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주요 매출처가 '삼성전자와 그 종속회사'로 기재돼 있다. 2021년 말 보고서에는 '삼성전자와 그 종속회사 및 샤오미'로 표기됐고 삼성전자와 샤오미 매출 비중이 각각 28.6%, 10.4%라고 공개했다. 작년에는 샤오미 비중이 10% 아래로 떨어지면서 사업보고서에서 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의 주력제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매출 50% 이상이 중국에서 나올 정도로 샤오미, 오포, 비보 등은 최근 몇 년 새 삼성전기의 주요 고객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봉쇄 영향으로 이들 기업의 출하량이 빠졌고, 자연스럽게 삼성전자 매출 비중이 다시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삼성전기는 2021년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20%까지 낮추겠다고 목표를 제시한 적이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기조가 계속된다면 목표에 다가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다만 앞선 관계자는 "삼성전자 비중이 지금보다 높아질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시장에서 늘어날 수 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수량은 정체돼 폴더블 제품이 갑자기 몇천만대씩 더 팔리는 상황이 오기 전까지는 삼성전자 비중은 조금 높아지거나 유지되는 수준일 것"이라며 "(삼성전기 포트폴리오에서) 자동차전자장비 부문이 많이 늘어나면 삼성전자 매출 비중은 (20~30%대로)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으로 꾸준히 매출 편중도를 낮추려면 우선 중국시장이 살아나야 한다. 또 삼성전기가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는 전장(자동차전자장비) 부품 분야가 전체 사업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삼성전자 매출 편중도는 흐려질 수 있다. 유럽 등 완성차 고객사를 새롭게 확보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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