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 인크로스 대표이사가 보유한 회사 지분 전량을 처분했다. 2007년 회사를 창립하고 몇 차례 주주 손바뀜이 있는 와중에도 CEO 자리를 유지해온 만큼 눈길을 끌었다. 다만 개인 사정에 따라 정리했을 뿐 경영은 지속할 예정이다.

물론 CEO의 엑시트가 인크로스 주주가치에는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처음으로 배당을 도입하고 무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주가 부양책을 꺼냈던 만큼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다.

◇이재원 인크로스 대표, 17년 만에 주식 전량 매각

인크로스는 13일 이재원 대표가 보유한 회사 주식 64만3687주(5.01%)를 전량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처분 단가는 1만5956원으로 이 대표는 102억7067만원을 수령하게 됐다.

이 대표가 경영에서 손을 떼는 건 아니다. 그는 2025년 3월 25일까지 임기를 부여받았다. 인크로스 관계자는 "(이재원 대표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며 "경영을 그만두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통신사와 연동해 선불통화서비스, 유통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텔코인과 텔코웨어에서 근무하다 회사를 나와 2007년 인크로스를 창립했다.

인크로스는 2009년 크로스엠인사이트의 미디어렙 사업을 양수한 데 이어 이듬해 이노에이스를 흡수합병하며 몸집을 불렸다. 2013년에는 국내 미디어렙사 가운데 처음으로 토종 멀티 스크린 동영상 애드 네트워크 플랫폼 '다윈'을 선보였고 2016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2017년부터는 지배구조에 변동이 생겼다. NHN엔터테인먼트가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2019년 6월에는 다시 최대 주주가 SK텔레콤으로 바뀌었고 작년에는 SK텔레콤과 인적분할로 탄생한 SK스퀘어 산하로 편입됐다. 다만 회사의 주인이 바뀌는 동안에도 그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CEO 자리를 유지했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그는 주주에서는 내려오게 됐다. 다만 SK스퀘어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였기에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외매매로 블록딜 처리했다.

◇인크로스 주주가치 제고 노력과 엇박자 아쉬움

물론 개인 사정이라고는 하나 CEO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의 주식 매각은 주주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곤 한다. 2021년 카카오페이 임원 8명이 스톡옵션으로 보유한 주식을 매도하면서 17만원에 이르던 카카오 주가가 5만~6만원대까지 떨어진 바 있다. 회사의 내밀한 사정에 밝은 임원들이 매도했다는 것 자체가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고 해석될 수 있어서다.

특히 최근 인크로스가 주가 부양에 힘썼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다. 지난해 처음 배당을 실시하기도 했다. 보통주 1주당 722원으로 총 52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주가 부양책으로 1주당 0.66주 신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의하기도 했다. 무상증자 대상은 자기주식을 제외한 보통주 722만9641주였다. 발행 주식 수를 늘려 거래 유동성을 키우고 주주 환원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인크로스는 광고매체 판매 대행업(미디어렙) 외에 파이프라인을 확장하면서 성장 정책에도 힘을 싣고 있던 차였다. 문자메시지 기반 폐쇄형 커머스 서비스 'T딜(T-Deal)'이 대표적이다.

앞서 2020년 SK텔레콤과 함께 문자메시지 기반 CPS(Cost Per Sale) 광고상품 T딜을 선보인 이후 AI와 통신 인프라 기반의 큐레이션 커머스로 포지셔닝해 키우고 있다. 매 분기 판매된 유니크 딜(Unique Deal)을 집계하는데 작년 4분기에는 딜 건수가 1만1521건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만건을 돌파했다. 1년 전과 비교해 4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작년에는 애드테크(ad-tech) 스타트업으로 디지털 마케팅 자동화 솔루션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솔루티온을 인수했다. 자회사 솔루티온과 마인드노크를 중심으로 퍼포먼스 및 검색 광고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게 됐다.

이같은 노력에도 시장은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실제 이날 인크로스 주가는 장중 급락하고 있다. 13일 오전 11시 20분 기준 인크로스 주가는 1만5840원으로 전일 대비 10.46%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