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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불황 극복의 한수

펄어비스, '붉은사막' 게임성으로 승부 본다

⑦내년 상반기 출시 전망, R&D비용 매년 증가…개발엔진도 개선

황선중 기자  2023-04-12 08:43:17

편집자주

최근 국내 게임업계는 기존 성장공식을 뒤엎고 있다.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지면서 반짝 실적은 신기루처럼 사라졌고, 확실한 성장동력이었던 확률형 아이템은 규제의 올가미에 얽히고 있다. 게임사마다 불황에 대처하는 방법은 다채롭다. 튼튼한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버티기'에 돌입하는 곳부터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로 '정면돌파'하는 곳도 있다. 불황을 예견하지 못한 게임사엔 구조조정 찬바람이 가시지 않고 있다. 호황기를 기다리는 국내 주요 게임사의 불황 극복 전략을 살펴본다.
펄어비스는 불황 속에서도 정중동의 행보를 걷는 게임사다. 불황 여파를 피하기 위해 요란스럽게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신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경쟁사들의 모습과 대비된다. 그저 대표작 '검은사막'을 잇는 초대형 게임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로 예년처럼 묵묵히 신작 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만큼 내년 출시되는 신작 '붉은사막'에 대한 기대감은 고조되고 있다. 2014년 출시된 검은사막이 펄어비스의 지난 10년 성장을 책임졌던 것처럼, 2024년 출시되는 붉은사막이 앞으로의 10년을 책임질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펄어비스가 매출 감소 속에서도 연구개발비용을 오히려 늘리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붉은사막 막바지 개발…새로운 성장동력 '주목'

펄어비스는 현재 신작 '붉은사막' 믹바지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붉은사막은 오픈월드 장르 게임이다. 오픈월드는 MMORPG에 비해 이용자의 자유도가 더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본래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로 개발됐지만, 콘솔게임에 익숙한 오픈월드 장르로 바꿨다. 다만 붉은사막은 콘솔뿐 아니라 PC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붉은사막은 2019년부터 검은사막의 바통을 잇는 펄어비스 야심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지난해 상반기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펄어비스는 게임성 제고를 위해 출시 일정을 내년으로 미뤘다. 붉은사막 개발 완료 시점은 올해 하반기지만, 글로벌 마케팅 준비로 인해 내년 상반기 출시가 예상된다.

펄어비스 기대작 '붉은사막' 스크린샷

오랜 기간 게임성에 신경 쓴 만큼 기대감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펄어비스는 2019년 기점으로 3년 연속 매출(연결) 감소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2019년에는 5359억원이었지만, 지난해는 전년 대비 4.4% 감소한 3857억원에 머물렀다. 붉은사막은 펄어비스 매출을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 중·장기적 임무까지 맡고 있다는 평가다.

붉은사막이 흥행하면 매출구조 다변화라는 숙제도 해결할 수 있다. 검은사막에 편중된 매출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검은사막은 2014년 출시 이후 펄어비스를 단숨에 신생 개발사에서 대형 게임사 반열에 올려놓은 효자 게임이다. 지난해 펄어비스 매출에서 검은사막 지식재산권(IP) 비중은 80%에 달했다.

◇매출 감소에도 연구개발비는 '증가 또 증가'

신작 개발은 펄어비스만의 불황극복 전략이기도 하다. 불황을 피해 신사업을 발굴한다거나, 외부 지분투자를 단행하는 경쟁사와 다르게 본업인 게임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펄어비스는 지난해 'PA아트센터'라는 3D 소프트웨어 개발 자회사 설립에 8억원을 투입한 것 외에는 특별한 출자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신작 게임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비용(R&D비용)을 꾸준히 늘리는 모습이다. R&D비용은 2017년 9월 기업공개(IPO) 이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8년에는 442억원이었지만, 지난해는 전년 대비 4.1% 증가한 1355억원에 달했다. 전체 매출의 35.1% 규모다. 매출의 35.1%를 R&D에 투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펄어비스 최근 매출이 감소세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매출 감소에도 R&D비용을 줄이지 않고 되레 늘린다는 점에서 신작 개발에 대한 펄어비스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R&D비용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연구개발비중은 2018년에는 10.9% 수준이었지만, 지난해는 35.1%까지 높아졌다.

여기에 자체 개발엔진(게임 개발 도구) 성능도 강화하고 있다. 펄어비스는 국내 대형 게임사 중에서 유일하게 자체 개발엔진(블랙 스페이스 엔진)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외부 상용 개발엔진을 사용하는 경쟁사들에 비해 저비용·고효율로 게임을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과천 신사옥을 마련한 것도 게임성 개선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기존 4곳의 건물에 흩어져 있던 직원들이 한곳으로 모이면서 게임 개발 집중 효과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신사옥은 게임 개발의 핵심인 게임엔진스튜디오와 모션캡처스튜디오, 오디오실 등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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