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기존에 투자했던 기업 포트폴리오에서 200억원대 평가손실을 경험했다. 삼성전자 매출·영업이익 수준에서 큰 손실은 아니지만, 100억원 이상 이익을 기록했던 2021년과 대비된다.
다만 올해 초부터 챗GPT로 인해 인공지능(AI) 관련 서비스가 주목받고, 자율주행 등 전장관련 시장 기대도 견조한 추세다. 관련 기업의 가치와 주식도 회복 및 상승함에 따라, 자율주행·AI 위주로 구성된 삼성전자의 투자 포트폴리오도 올해 다시 평가이익을 거둘 전망다.
◇지난해 단순투자기업 평가손익 234억원 규모, 투자심리 위축 여파삼성전자는 지난해 단순투자한 기업의 주식평가손익에서 234억원 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같은 항목에서 131억원 상당의 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투자시장의 활황 대비 올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나타난 기저효과 때문이다.
지난해 투자기업 중 가장 많은 평가손실을 낸 곳은 에이테크솔루션이다. 에이테크솔루션은 자율주행에 사용되는 라이다(LiDAR, 레이저 레이더) 부품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15.9% 지분을 보유해 2대 주주로 있는데, 2021년에는 69억원의 평가이익을 봤으나 지난해에선 133억원 상당의 평가손실을 봤다.
다음으로 평가손실이 컸던 기업은 마벨(Marvell)이다. 마벨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이다. 통신 및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를 주력으로 한다. 2020년부터 삼성전자와 협력했으며, 2021년 삼성전자가 117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투자 직후 63억원 상당 평가이익을 봤던 마벨 주식은 지난해 평가손실 98억원이 발생할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마벨 뒤로는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솔루션 기업 사운드하운드SoundHound)의 평가손실이 가장 컸다. 사운드하운드는 17년 이상 업력을 가진 기업이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지난해와 올해초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부침을 겪었다. 이에 투자했던 삼성전자 역시 42억원 상당 평가손실을 입었다.
◇AI·전장 흐름 속 자율주행 관련기업, 올해 초부터 가치 급등삼성전자 상장사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손실이 발생했으나, 지난해 가치하락을 겪었던 몇몇 기업은 삼성전자의 안목을 증명하듯 올해 빠르게 가치를 회복 중이다. 자율주행 등 전장 중요성 확산과 지난달 붐을 일으킨 챗GPT의 여파로 AI 관련 서비스와 기업이 주목을 받은 영향이다. 특히 에이테크솔루션과 사운드하운드는 지난해 말과 천지차이로 평가가치가 뛰었다.
지난해 말 주당 종가 7750원을 기록했던 에이테크솔루션의 주가는 지난달 24일 1만5200원을 기록하며 2배 가까이 뛰었다. 밸류 하락이 거세지고 있지만, 여전히 주당 1만원 이상으로 지난해말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투자사인 삼성전자의 자율주행 AI 로봇 사업 강화 소식과 함께, 라이다 기술 개발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국내 자율주행 관련 개발사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자율주행 관련 투자가 지난해부터 두드러지면서 덩달아 시장의 라이다 관련 기업도 주목받는 상태"라며 "라이다의 경우 여전히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으나 최근 가격 절감 노력이 돋보이는 중이고, 자율주행 자동차 및 로봇에서의 중요도가 떨어지지 않고 있어 기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사운드하운드 역시 챗GPT 수혜를 입으며 새롭게 발돋움 중이다. 지난해말 주당 1.77달러, 2331원 정도였던 사운드하운드 주가는 3월 14일 챗GPT 출시 이후 최고 3.21달러, 4228원으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현재는 소폭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나 현재도 2달러 후반대를 유지하는 중이다. 수혜 영향이 연내 지속될 경우 지난해 평가손실을 기록했던 삼성전자의 사운드하운드 투자도 이익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지난해 투자사 평가손익 중 유일하게 77억원 규모 이익을 기록한 AI모티브 역시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관련 기업이다. 헝가리 국적의 AI모티브는 지난해 자율주행 기술을 인정받으며 스텔란티스에 인수됐다. 자율주행 개발 시뮬레이터, AI 데이터 처리 관련 소프트웨어 등 고유 지적재산권(IP)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