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채 시장에 새롭게 데뷔한 신세계건설이 첫 수요예측에서 대규모 미매각을 기록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로 비교적 탄탄한 사업구조를 보유하고 있지만 건설채에 대한 차가운 투심을 극복하는 데에는 한계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시장 상황을 충분하게 검토하지 않고 발행사와 주관사가 무리하게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결과로 건설채 뿐만 아니라 A등급물에 대한 투심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메리트에도 꿈쩍 않는 투자자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28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완판에 실패했다. 만기구조 2년 단일물로 구성해 800억원 조달에 도전했다. 하지만 100억원의 투자주문을 확보하는 데 그치며 700억원의 대량 미매각을 기록했다. 공모채 시장 신고식을 톡톡히 치룬 셈이다.
올들어 발행사들이 대규모 주관사단을 꾸리는 데 반해 신세계건설은 NH투자증권을 단독 주관사로 선정했다. 대신 인수단으로 KDB산업은행을 참여시켰다. 100억원의 주문은 증권사 리테일 수요로 파악되는 가운데 미매각 물량은 주관사와 인수단이 나눠서 인수하게 된다.
신세계건설은 희망금리밴드로 절대금리 연 6.10~7.10%를 제시했다.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지난 27일 A0 등급 민평금리는 4.750%다. 최소 1.35%에서 최대 2.35% 높은 수준이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을 이끌어 내는 데 실패했다. 이로써 최상단인 7.10%에 발행하게 됐다.
신세계건설은 미매각에도 불구하고 총액인수 계약으로 목표했던 800억원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모두 매입채무 지급에 사용한다. 오는 5월초로 예정된 협력사 하도급 대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결과가 시장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건설 업계에서 신세계건설은 사업성이 양호한 편"이라며 "이번 실패로 건설채 뿐만 아니라 A등급 회사채에 대한 투심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쉬움만 남은 한 달만의 재도전신세계건설은 지난달 500억원 조달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준비했다. 하지만 앞서 A등급의 한신공영이 대량의 미매각을 기록하는 등 건설채에 대한 투심이 회복되지 않자 신중을 기했다. 결국 사모채로 전략을 변경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달 22일 300억원의 기업어음(CP)를 발행했다. 금리는 약 7%대로 파악된다. 당시 오버부킹에 성공했지만 기존에 계획했던 금액 만큼만 발행했다. 이어 같은달 27일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로 200억원을 추가로 조달했다. 3년물로 표면이율 5.21%에 발행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건설채에 대한 투심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대형 건설사의 발행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지는 등 분위기만 더 악화됐다. 이런 가운데 한 달만에 공모채에 재도전하면서 일각에서는 발행사와 주관사가 무리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발성의 매칭을 통한 발행은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시장 분위기를 충분히 살피지 않고 시장에 나온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