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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재고자산 감소보다 빛난 회전율 증가

재고자산회전율, 첨단소재 합병 이전 수준 회복…신사업 확대 따른 관리 역량 주목

김동현 기자  2023-03-27 16:49:18

편집자주

제조기업에 재고자산은 '딜레마'다. 다량의 재고는 현금을 묶기 때문에 고민스럽고, 소량의 재고는 미래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또 걱정스럽다. 이 딜레마는 최근 더 심해지고 있다. 공급망 불안정에 따른 원재료 확보의 필요성과 경기침체에 따른 제품 수요의 불확실성이 샌드위치 형태로 기업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은 기업들의 재고자산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살펴본다.
석유화학 공정의 기초 제품이라 할 수 있는 NCC(나프타분해시설) 비중이 높은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고유가 기조에 제품가격 하락까지 겹치며 적자전환했다. 연간 수익성이 적자를 기록하며 지난해 석유화학 업계의 불황을 나타내는 대표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이에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했던 롯데케미칼은 불황 속에서도 재고자산 관리 능력을 선보이며 재고자산회전율을 과거 사업 다변화 이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향후 신사업 투자·증설에 따른 재고자산 증가는 불가피하지만 회사는 이를 뒷받침할 꾸준한 관리 역량을 증명하고 있다.

◇첨단소재 합병·코로나 기저효과 겹친 재고자산 증가

롯데케미칼은 납사, LPG 등을 원료로 기초유분, 모노머, 폴리머 등을 생산하는 기초소재 사업부문과 기초소재를 기반으로 고부가합성수지(ABS), 폴리카보네이트(PC) 등 합성수지 제품을 생산하는 첨단소재 사업부문으로 나뉜다. 다만 현재의 사업부문이 완성된 시기는 2020년으로 오래되지 않았다.

2019년까지 모노머, 폴리머 등 주요 제품군별로 사업본부를 구성하던 롯데케미칼은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군 확대를 목표로 2020년 롯데첨단소재를 흡수합병했다. 롯데첨단소재는 삼성SDI의 케미칼 부문이 기업의 모태로, 2016년 삼성정밀화학(현 롯데정밀화학)·삼성BP화학(현 롯데이네오스화학)과 함께 삼성그룹에서 롯데그룹으로 넘어왔다.

이후 롯데케미칼은 롯데첨단소재를 합병하며 사업부문을 기초소재 부문과 첨단소재 부문으로 재편했다. 이러한 결정은 석유화학 업계가 본격적인 불황기에 접어든 코로나19 펜데믹 때 빛을 발하며 첨단소재 부문은 업스트림 공정 중심의 기초소재 사업 부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는 역할을 했다.



롯데케미칼의 재고자산이 본격적으로 급증하기 시작한 시기도 이때부터다. 합병 직후인 2020년까지 롯데케미칼은 재고자산 규모를 1조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2018년 1조7000억원대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2조원 선은 넘어서지 않았다.

그러다 전방산업 회복 기대감이 돌던 2021년 기초소재·첨단소재 부문의 재고자산이 모두 급증하며 그 규모가 2021년 2조7930억원(연결 조정 후)까지 확대됐다. 당시 기초소재 부문의 재고자산은 전년 대비 79% 불어난 2조원을 기록했고, 첨단소재 재고자산(8000억원) 역시 같은 기간 86% 급증했다.

◇개선세 보이는 회전율…재고자산 증가 불가피

지난해 롯데케미칼은 불황 속에서도 전제 재고자산 규모를 전년 대비 2000억원가량 줄이는 데 성공했다. 기초유분, 폴리머, 합성수지(ABS·PC) 등 주요 생산시설의 가동률을 같은 기간 10%포인트(p) 낮춘 결과다.

2021년 105%를 기록하던 PP(폴리프로필렌·폴리머 제품) 가동률은 지난해 92%까지 떨어졌으며, 100% 수준을 보이던 ABS 가동률 역시 같은 기간 88%까지 줄었다. 제품·반제품 재고자산 규모가 1000억원 넘게 축소되는 등 가동률 조정과 함께 이미 생산한 재고를 먼저 떨어내는 작업이 수반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재고자산이 매출로 전환되는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재고자산회전율은 전년 대비 1.03회 증가한 8.23회를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은 2017~2018년 2년 연속 재고자산회전율 8회를 유지했지만 2020년 롯데첨단소재 합병 직후 그 횟수가 6.84회로 급락했다. 이후 사업이 호조세를 보이던 2021년과 악성 재고를 처분한 지난해까지 매년 회전율을 높이며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롯데케미칼의 재고자산은 최근 추진 중인 배터리, 수소 등 신사업이 더해지면 규모 자체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당장 올해 자회사로 편입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구 일진머티리얼즈)만 해도 지난해 재고자산(3051억원)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확대됐다. 이에 따라 회사 입장에서는 재고자산을 매출로 연결하는 재고자산회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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