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독일 훽스트와 합자회사로 출발한 한독. 일찍이 독일의 선진 고용문화 및 ESG 경영을 접한 김영진 한독 회장은 이에 영향받아 글로벌 수준에 부합하는 기업문화를 갖추려 노력해왔다. ESG가 지금처럼 하나의 키워드가 되기 전부터 '실천'에 방점을 둔 투명·신뢰 경영을 강조했다.
그런 점을 감안했을 때 한독의 ESG 등급이 B+인 것은 다소 의아한 대목일 수 있다. 한국지배구조연구원(KCGS)가 부여하는 7개 등급 중 중간값이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평이한 등급이다.
한독 측은 회사의 경영방침이 외부평가에 부합하기 위해 진행한 내용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등급 획득에 불리했다는 입장이다. 경영 이모저모에 환경보호, 고용평등 등 주의를 기울였지만 평가항목에 맞추기 위함이 아니었기에 높은 등급을 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내년부터는 첫 보고서 발간 등 ESG 등급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단계를 밟아갈 계획이다.
◇KCGS 총평 'B+'…환경(E)에 집중했지만 등급 높은 분야는 사회(S) 'A'KCGS에서 평가한 한독의 2022년 ESG 등급은 B+다. 오히려 직전 해에 받았던 A 등급에서 한 단계 하락했다. 세부적으로는 사회 A, 지배구조 B+, 환경 B 등급을 받았다. 글로벌 평가기관 S&P는 100점 만점에 15점을 줬다.
KCGS는 한독이 "양호한 지속경영가능 체제를 구축"하고 있지만 "전년 대비 1등급 하락해 체제 개선을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한독 측은 "비재무적 성과 지표를 중요시 여기며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ESG에 초점을 맞춰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고 실행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지속가능 경영보고서, ESG 보고서 등 평가기관에서 요구하는 보고서를 마련해 내년 첫 발간한다는 방침이다.
한독은 그간 ESG 항목 중 'E'에 가장 집중해 왔다.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에 신경써 왔다. 2000년에 국내 제약사 최초로 녹색기업 인증을 받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당장의 수익보다 지속가능한 환경구축을 바라본 오너의 드라이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작년 서울 마곡에 준공한 '한독 퓨쳐 콤플렉스'에 태양광 시스템을 설치했다. 올 하반기 중에는 생산공장에 태양광 설비 및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기도 하다.
다만 이 같은 한독의 방향성과 달리 KCGS 등급은 환경에 가장 낮은 B를 주고 사회에 가장 높은 A를 부여해 주목된다.
한독의 'S' 활동은 주로 한독제석재단을 통해 이루어진다. 한독제석재단은 한독의 0.94% 주주다. 2006년 설립되어 의약박물관 운영, 의·약대생 장학지원, 의·약학 연구개발 지원 등의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연간 약 7~8억원의 공익활동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한독제석재단이 가장 주의를 기울이는 사업은 의약박물관이다. 1964년 한독 창립 10주년 기념으로 설립됐고 의약 관련 보물 6점을 비롯해 총 2만여점의 동서양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감사위원회·ESG 커미티·평가보상위원회 등 반영한 지배구조(G) 평가한독은 이사회 내 평가보상위원회와 감사위원회를 두고 회사내 'ESG커미티'를 두고 있는 점이 지배구조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 것으로 파악된다.
평가보상위원회는 사외이사 3인과 HR부서 1명, 재무관리부서 1명으로 구성했다. 김 회장과 백진기 대표의 급여가 해당 위원회를 통해 결정된다. 김 회장의 작년 보수 9억원도 해당 위원회에서 정성적 지표로 평가해 산출했다.
한독은 의무가 아닌데도 20여년 전부터 감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회사들은 의무적으로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하는데 한독은 2022년 연결자산총액이 8700억원 수준이라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2000년에 일찌감치 투명경영을 실천하겠다고 선제적으로 감사위원회를 갖췄다.
감사위원회는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부회계관리 및 운영제도를 감시한다. 위원회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정관에 따라 2/3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게끔 하고 있는데 전체인원을 사외이사로 꾸렸다.
ESG 커미티는 2021년에 세웠다. 이사회 내 기구는 아니지만 한독내 각 부서에서 ESG를 위해 수행해야할 내용을 논의하는 태스크포스(TF)팀이다.
한독 관계자는 "거버넌스 평가에는 이사회 활동 외의 것들도 고려가 되어 전반적인 평가를 B+로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현재 한독 이사회에 소속된 사내이사는 김 회장과 그의 아들 김동한 기획조정실 상무, 백 대표(과거 HR 담당)와 김영 법무실 전무 총 4인다. 오너 3세인 김 상무는 작년 3월 사내이사에 신규선임되어 승계가 가속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독 오너가는 1954년 회사를 설립한 고(故) 김신권 명예회장에서 출발했다. 현재의 김영진 회장은 김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김 회장은 1984년 한독약품 경영조정실 부장으로 입사해 1992년 대표로 취임했고 2006년부터 아버지의 뒤를 이어 회사를 총괄했다. 독일 훽스트와의 합작경영을 2012년 청산하고 한독을 지금의 국내 제약회사로 만든 당사자다.
뒤를 이을 김 상무는 2014년 한독에 입사해 2016년 기획조정실 팀장, 2018년 실장, 2019년 이사, 2020년 상무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