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컴퍼니가 SK에코프라임 매각을 다시 추진한다. 지난해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자문사로 선정한 뒤 답보 상태였다가 최근 시장 분위기를 살피며 매각 절차를 본격화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한앤컴퍼니가 오랜만에 바이아웃(경영권 거래) 투자 회수에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2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는 최근 SK에코프라임 매각 재개에 나섰다.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한앤컴퍼니가 SK에코프라임 투자금 회수 절차를 다시 시작하겠다며 업계 이곳저곳에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골드만삭스를 SK에코프라임 매각주관사로 선정한 뒤 원매자 접촉에 나섰다. 매각 대상은 SK에코프라임 지분 100%다. 호가(Asking Price)로는 5000억원 수준이 거론됐다.
골드만삭스는 작년 7월경 국내외 잠재적투자자를 대상으로 'SK에코프라임 개요(Overview of SK Eco Prime)'라는 명칭의 투자안내문(티저레터)을 배포했다. 하지만 당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M&A 플레이어들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게 전개되면서 SK에코프라임 매각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올 들어 국내 M&A 시장은 작년 하반기보다는 활기를 띠고 있다. 에어퍼스트, 에이블씨엔씨(미샤) 등 다수의 딜이 추진 중이며 입찰이 흥행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한앤컴퍼니에서 SK에코프라임 매각 재추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앤컴퍼니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SK에코프라임 매각 주관 업무는 골드만삭스가 지속 담당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다른 IB를 추가로 선임하거나, 골드만삭스를 교체할 계획은 없다는 전언이다.
실제 한 IB 관계자는 "한앤컴퍼니에서 SK에코프라임 매각주관사를 새로 구하기 위한 제안을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곳이 선임되면 다시 매물에 대한 스터디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매도인 입장에서 손실이 클 수 있다"며 "거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 못하기는 했지만 고용한 자문사를 해지하는 건 중장기적인 관계 유지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SK에코프라임은 국내 바이오디젤 시장점유율 1위 업체다. 팜유(야자유) 부산물과 폐식용유, 동물성 기름 등을 메탄올과 반응시켜 바이오디젤을 만든다. 바이오중유도 주요 제품이다. 바이오중유는 화력발전소에서 벙커C유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한앤컴퍼니는 2020년 5월 SK케미칼 바이오에너지 사업부를 3825억원에 인수해 SK에코프라임을 출범시켰다. 인수 당시 전체 인수금액 중 약 1500억원을 블라인드 펀드로, 2300억원은 인수금융으로 마련했다. 작년 3월에는 텀론(Term Loan) 2800억원, 한도대출(RCF)는 200억원 규모로 차환(리파이낸싱)을 단행했다.
한앤컴퍼니는 SK에코프라임을 인수한 뒤 볼트온(Bolt-on) 전략을 추진하기도 했다. 2021년 바이오디젤 전문기업인 '디에이치바이오'를 199억원에 인수해 업계 입지를 확대했다.
SK에코프라임의 2021년 연결 기준 매출은 5749억원으로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적자 규모도 줄었다. 작년 영업손실은 17억원, 당기순손실은 125억원이다. 골드만삭스가 작년에 배포한 티저레터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7억달러로 작년 연간(4억7500만달러)를 넘었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도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6500만달러로 지난해 연간 실적(5500만달러)을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