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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ESG 트래커

창업주 정신을 '시스템'으로…뉴 리더 슬로건 된 'ESG'

[유한양행]②조욱제 대표 취임 후 본격 추진…전담팀 신설, 김재훈 전무 지휘

최은진 기자  2023-03-07 16:11:18

편집자주

수년 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재계 트렌드로 부상했지만 국내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겐 남일이나 다름 없었다. 진입장벽이 높다는 특수성이 폐쇄적이고도 보수적인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었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선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변화를 이끌고 있다. 크게는 빅파마로 가기 위해서, 작게는 그들과 소통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ESG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ESG 현황과 전략을 살펴 본다.
기업 이미지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는 별개의 영역이다. 소비자들에게 존경받는 기업 이미지를 수십여년 쌓아도 ESG의 정량평가로는 반영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유한양행도 마찬가지다. 창업주인 고(故) 유일한 박사의 '사회환원' 이념이 ESG의 평가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기업 이미지 및 경영이념과 ESG의 정량평가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게 과제로 부상했다.

이 같은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한 건 최근 2년 전부터다. 리더십이 바뀌면서 ESG 전략이 가시화 됐다. 글로벌 기업으로 뻗어나가는 길목에서 '유일한 정신'을 기업 시스템으로 정착시킨다는 목표였다.

◇2021년부터 공식적 '화두', 글로벌 전략 확대 '일환'

유한양행이 공식적으로 ESG를 화두로 꺼낸 건 2021년부터다. 이전까지만 해도 '존경받는 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홍보하는 정도에 그쳤다. ESG라는 정량평가보다는 소비자들에게 보여지는 이미지에 더 집중하는 전략이었다. '유일한'이라는 창업주 브랜딩이 ESG라는 정량평가 이상의 '힘'이 돼 줬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유한양행의 야심이 전략변경의 단초 역할을 했다. 빅파마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고 글로벌 블록버스터 약물을 갖게 되는 '가능성'을 보게 되면서 그에 맞는 일종의 '격(格)'을 갖출 필요가 제기됐다.

빅파마에게 유한양행은 제네릭을 파는 한국의 작은 제약사에 불과했다. 따라서 그들과 대등한 관계에서 협상하기 위해선 역량을 기르고 덩치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선 정량평가가 가능한 하나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ESG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특히 리더십이 바뀌면서 이 같은 의사결정에 힘이 실렸다. 조욱제 대표가 신임 수장이 되면서 ESG 전략을 공식화했다. 글로벌로 나아가기 위해 새로운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만들기 위해 사업은 물론 ESG 등 기업시스템을 변화시키겠다는 게 골자였다.

기업과 사회가 함께 성장하기 위해 ESG 조직 등 구심점을 만들고 관련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네트워크 구축도 추진됐다. 유한양행의 ESG 각 분야의 약점과 강점을 파악해 빠르게 개선해 나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유한양행이 가진 착한 기업 DNA를 정량평가가 가능하도록 시스템화 하겠다는 목표였다.

◇ESG 성과 '정량평가'로 공개, '대표직속'으로 시스템화 안간힘

조 대표의 계획은 1년 뒤인 2022년부터 가시화 되기 시작했다. TF팀 수준이었던 관련 조직은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ESG실무협의회와 ESG경영실이라는 신설조직으로 격상됐다. ESG실무협의회는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분야별로 전략 방향과 실천 과제를 수립한다.

ESG경영실은 이를 구체화하고 실행에 옮기는 역할을 한다. 약국사업부장을 맡던 조민철 상무가 담당하다가 작년 10월 김재훈 전무로 수장이 바뀌었다.

김 전무는 재무회계 등을 총괄하던 역할을 하다가 ESG 총괄로 업무가 변경됐다. ESG 경영실에는 1팀과 2팀으로 나뉘어 있다. 1팀에서 지속가능경영 관련 업무를 하고 2팀에선 사회공헌 활동을 기획한다. 현재 김 전무를 포함해 총 8인 구성이다.

작년 7월에는 2021년 ESG 성과를 총망라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냈다. 비재무적 성과와 재무적 성과 등 ESG의 정량적성과를 공개하는 데 집중했다.


환경부문에선 생산기지인 오창공장에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친환경 시스템을 구축했다. 오창공장 중심의 환경 전략이 본사로 확대됐다는 점도 눈에 띈다. 환경정보에 대한 공개수준을 오창공장에서 본사로 확대했고 관련 투자도 시작했다. 전사적인 환경보호를 위한 투자비용은 2020년 9억4000만원에서 2021년 20억5000만원으로 두배가량 확대됐다.

사회공헌으로는 제약업의 특성을 살려 건강 관련 활동을 중심으로 전략을 펼치고 있다. '건강 불평등'이라는 사회문제 해결에 일조하고 지역사회와의 적극적 소통을 통해 성장기회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2021년을 기점으로 상당한 변화를 이뤘다. 2020년까지만 해도 사내이사 7인, 사외이사 3인으로 비대 사내이사 구조였다. 감사제도도 상근 및 비상근 감사를 뒀다. 대표이사가 의장을 맡아 이사회를 이끌었다. 소위원회도 없었다.

2021년부터는 대표이사와 의장이 분리됐다. 전임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인 유한재단의 이사로 활동하는 이정희 전 대표가 기타비상무이사 자리에 앉아 의장을 맡았다. 사내이사는 2인으로 줄고 사외이사가 5인으로 늘며 과반 사외이사 체제가 구축됐다.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추천위원회도 설치했다.


이 같은 유한양행의 ESG의 노력이 대표이사 직속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ESG 조직부터 시작해 정보보호 조직, 안전보건 조직, 리스크 관리 조직 등이 모두 대표이사 직속이거나 직접 수행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관련 시스템을 전사에 도입하는 초창기라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현재 ESG는 전담조직이 있고 작년 10월 수장이 바뀌면서 1팀과 2팀으로 구분되게 됐다"며 "관련 역량을 한데 모으기 위한 조직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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