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목 사장은 아모레퍼시픽그룹에서 핵심 경영진으로 꼽히는 대표적 인사다. 아모레퍼시픽, 지주사 아모레G 재무를 모두 총괄해왔다. 최근엔 아모레G 대표로 부름받고 최고재무책임자(CFO)까지 겸하면서 재무조직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지난해 이 사장의 보수가 위상과 반대로 움직였다는 점이다. 2억원 이상이 크게 줄었는데 수익성 위기 등 당면한 어려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별성과급'을 연속으로 받은 것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단기 인센 1.7억 → 2300만원…실적·수익성 계량평가
이 사장이 아모레퍼시픽 CFO 역할을 맡은 것은 2016년이다. 재경Division장으로 있다가 상위조직인 경영지원Unit장으로 그 해 승진했다. 2021년부터는 지주사인 아모레G(아모레퍼시픽그룹)에서도 그룹기획실장을 겸하면서 CFO 롤을 담당해왔다.
지난해엔 연말 인사를 통해 아모레G 대표이사에 올랐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대표이사 부임 이후로도 아모레퍼시픽, 아모레G의 CFO직은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에서 모두 직책을 가지고 있지만 연봉의 경우 그간 아모레퍼시픽에서 받는 몫이 많았다.
이 사장이 아모레퍼시픽에서 수령한 보수가 처음 5억원을 넘긴 해는 2021년이다. 총 7억4600만원을 받았는데 상여금 영향이 컸다. 상여가 3억7000만원으로 급여와 비등한 수준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상여를 단기 인센티브(현 조직성과급)와 장기 인센티브로 나누어 지급한다. 다만 장기 인센티브를 매년 지급하진 않으며 2021년은 지급 연도가 아니었다.
단기 인센티브의 경우 해당 연도의 경영성과와 개인지표 달성률이 기준이다. 이 사장은 2021년에 단기 인센티브로 1억7000만원을 받았다. 정량지표로는 매출 목표 달성률(102.3%)과 영업이익 목표 달성률(119.1%)을 반영했고 이 사장 개인지표로는 '전사 수익성 체질개선 과제'를 102% 달성한 점이 고려됐다. 또 특별성과급으로만 2억원을 추가 수령했는데 이 역시 수익성 개선의 노고를 치하하는 차원에서 주어졌다.
그러나 2022년 이 사장의 보수는 총 5억1200만원에 그쳤다. 감소는 대부분 상여금에서 생겼다. 아모레퍼시픽은 단기 인센티브를 지난해 '조직성과급'으로 재편했는데, 비계량 지표가 추가됐고 최대 지급 규모가 기본급의 60%에서 급여의 135%로 달라졌다는 차이가 있다. 이 사장이 수령한 조직성과급은 약 2300만원으로 2021년 받았던 조단위 단기 인센티브에서 대폭 낮아졌다. 2억원이었던 특별성과급 역시 1000만원으로 줄었다.
전반적으로 조직성과급이 크게 깎이면서 이 사장이 받은 상여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은 조직성과급의 계량지표인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각각 15%, 37.6%씩 떨어졌다. 적지 않은 감소폭이다.
또 2021년 이 사장의 개인지표로 언급됐던 전사 수익성도 작년에는 추세가 좋지 않았다. 2021년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률은 7.1%로 전년보다 3.9%p 높아졌지만 2022년 다시 5.2%로 떨어졌다. 수익성이 떨어진 배경에는 중국발 해외사업 리스크가 크게 작용했다. 다른 아시아 지역과 북미, 유럽에선 영업이익이 개선됐는데도 중국 실적하락을 상쇄하긴 모자랐다.
◇보수 줄었지만…'특별성과급' 연속 수령
이에 따라 임원들의 상여금은 대부분 장기 인센티브로 채워졌다. 장기 인센티브는 중장기 경영목표 달성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Unit장급 이상에게 사후적으로 지급한다. 지난해 지급된 장기 인센티브는 2019~2021년 중장기 성과 목표달성 수준에 기반해서 주어진 보상이다. 지급은 3년 분할로 이뤄지며 이 사장은 이중 1회차분(50%)인 1억600만원을 지난해 현금과 주식으로 받았다.
다만 장기 인센티브의 기준이 된 중장기 성과목표에 대해선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 아모레G는 2021년부터 가이던스를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에서 상여금이나 퇴직금을 빼고 급여만 따로 보면 사내이사 4인 중 이 사장이 가장 낮았다. 2022년 기준 서경배 회장이 24억원, 지난해 말 퇴임한 안세홍 사장은 7억7900만원, 안 사장의 후임인 이동순 대표가 3억9600만원을 받았다. 급여는 기본급과 경영수당이 있다. 이동순 대표의 경우 기본급은 2억원 초반대로 3억원 안팎인 이 사장보다 적었지만 경영수당을 8000만원 정도 더 많이 받았다.
다만 지난해 말 아모레G 대표로 승진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보수 하락을 이 사장에 대한 부정적 신호로는 보기 어렵다. 그보다는 시기적 문제로 인센티브 감소가 불가피했다. 코로나발 타격 등 영업환경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G는 경영주기까지 바꾸며 대대적 체질개선에 나선 상황이다.
또 비용 효율화에 대해선 선방한 측면이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9년 하반기부터 중국에서 점포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부진한 점포를 접고 온라인 채널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면서 운영비용 부담을 덜었다. 작년 3분기까지 적자였던 누적 해외 누적영업손익이 마지막 분기에 흑자 전환한 것도 이런 효율화 작업 덕분이다.
이 사장의 기여는 '특별성과급'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액수가 줄긴 했지만 2년 내리 수령했다.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은 등기이사 중 퇴직자를 제외하면 그는 2021년과 2022년 특별성과급을 받은 유일한 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