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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채' 아직 불안? 대우건설도 사모채 찍었다

7%대 금리로 200억 조달…2021년 이후 공모채 시장 복귀 '아직'

이정완 기자  2023-03-03 15:59:18
대우건설이 사모채를 발행해 200억원을 조달했다. 올해 들어 공모채 시장에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지만 건설채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되지 않은 탓에 사모 시장을 활용, 다양한 조달 수단을 점검하고 있다. 다만 이로 인해 7%가 넘는 고금리 부담이 불가피했다.

이제 관심은 올해 만기채 상환 전략에 쏠린다. 대우건설은 오는 7월과 9월 14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다가온다. 2021년 4월을 끝으로 공모채 시장을 찾지 않고 있어 현금 상환을 결정할지 주목된다.

◇투심 위축에 조달수단 '테스트'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달 28일 200억원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만기 1년으로 조달 금리는 7.2%다. 발행 주관사는 한양증권이 맡았다.

대우건설은 A급 발행사임에도 7%가 넘는 금리를 제시해야 했다. 대우건설은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A, 안정적' 신용등급과 전망을 받고 있다. 나이스피앤아이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A급 회사채 1년물 등급 민평은 4.969%를 기록했다. 대우건설의 조달금리가 등급 민평 대비 220bp 가량 높은 셈이다.

최근 건설채는 투심 위축으로 인해 공모채 시장에서 투자 수요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BBB급 발행사인 HL D&I와 한신공영은 높은 금리를 제시했음에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했다. 대형 건설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달 20일 수요예측을 실시한 AA급 현대건설은 개별 민평보다 높은 금리로 발행을 마쳤다. 최근 AA급 발행사는 대부분 언더발행에 성공하고 있지만 건설사는 예외였다.

대우건설은 당장 자금 마련이 시급하지 않았지만 조달처를 다변화하는 목적에서 사모채 발행에 나섰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다양한 조달 방안을 시험해보면서 운전자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의 설명처럼 대우건설은 지난해부터 그동안 자주 활용하지 않던 조달안을 적극 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기에 돌입하면서 시장성 조달이 어려워지자 지난해 8월 800억원 규모 P-CBO(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를 발행했다. 같은 해 9월 200억원 어치 P-CBO를 추가로 찍었다.

P-CBO는 통상 BB+급 이하 기업이 신용보증기금(신보) 등의 보증을 제공 받아 발행하는 일종의 증권이다. 대우건설에게 익숙한 수단은 아니었지만 신보의 보증을 받는 만큼 저금리로 조달할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에는 단기금융시장에서 364일 만기로 CP(기업어음)를 찍었다. 총 300억원 규모다. 만기 364일 CP는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는 피하면서 장기 CP처럼 상대적으로 긴 만기를 활용할 수 있어 다수의 기업이 애용하는 수단이다.

◇연내 1400억 회사채 만기…상환전략 '고심'

여러 조달처를 점검 중인 대우건설이 하반기 도래하는 회사채 만기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IB업계의 관심사다. 대우건설은 7월 400억원, 9월 1000억원의 회사채를 갚아야 한다. 공모채 차환 발행과 현금 상환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건설은 2년 전까지만 해도 공모채 시장을 꾸준히 찾는 정기 이슈어(Issuer)였다. 2013년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공모채 시장을 찾지 않다가 2019년 6월 1000억원의 공모채를 찍었다. 이후 2021년까지 매년 1000억~2000억원 수준의 공모채를 발행했다.

마지막 발행 때는 흥행에 성공한 경험도 있다. 2021년 4월 발행 때는 3년 단일물로 1000억원을 모집했는데 수요예측에서 6배 가까운 5790억원의 자금이 몰리며 150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금리도 개별 민평보다 151bp 낮게 결정됐다.


다만 최근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자금 시장 경색으로 인해 투심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올해도 공모채 시장을 찾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건설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여전히 냉각돼 있다"며 "분양경기 저하로 인한 미분양 증가, PF 우발채무 현실화 등으로 건설사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개선되지는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금 상환이 어려운 상황도 아니다. 3분기 말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조2213억원을 나타내 2021년 말 2조2515억원과 유사한 수치를 기록했다. 주택 경기 호황기에 현금을 대거 쌓아둔 덕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금 상환 기조만 택하기도 부담스럽다. 최근 건설사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채무 리스크를 떨쳐내기 위해 현금 확보에 한창이다. 롯데건설은 지난 1월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9000억원을 수혈해 1조5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했고 최근 태영건설도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2000억원을 조달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대우건설이 보증한 시행사 PF 대출잔액은 1조2294억원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 수치가 이를 넉넉히 상회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면 현금 곳간을 비워나가긴 어렵다. 주택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해 언제 돌발 변수가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A급 이상 회사채 만기 도래로 건설사 회사채 발행이 시작됐다"며 "주택 경기 둔화와 부동산 PF 우려로 인해 A급 건설사 스프레드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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