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더벨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호조는 대규모 투자를 이행해야 하는 한화솔루션에 단비가 될까. 한화솔루션의 가장 큰 투자계획은 3조2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 구축이다. 조단위 투자금액이 들어가는 이 투자건 외에도 케미칼·첨단소재·태양광 부문에서 광범위한 설비투자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 호조로 현금이 유입됐다는 점은 위안이다. 여기에 차곡차곡 비핵심 자산을 유동화한 덕분에 곳간에 쌓인 현금은 늘어난 상태다.
한화솔루션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연결법인 기준 2조7319억원으로 나타났다. 갤러리아 부문의 자산까지 포함된 수치다. 지난해 2분기 말을 기준으로 갤러리아로 편입되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135억원에 불과했다. 인적분할이 완료된 후에도 한화솔루션에는 2조5000억원 안팎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은 북미 태양광 산업에 내년까지 3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투자기간도 다른 대규모 투자에 비해 비교적 짧은 2년이다. 매년 평균 1조6000억원의 투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 구축 외에도 진행 중인 투자건이 많다. 케미칼 부문에서 진행 중인 고순도 크레졸 신규사업, 가성소다(CA) 생산설비 증설이 대표적이다.
당초 고순도 크레졸 시설 투자에는 12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한화솔루션은 총 투자금을 1700억원으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3380억원으로 예정됐던 CA 생산설비 증설 투자금도 4300억원으로 금액을 올렸다. 총 1500억원의 추가 투자부담이 발생한 것이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인플레이션이 전체 투자 규모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한화솔루션은 크레졸 시설 투자에 912억원, CA 생산설비에 42억원을 투자 완료했다. 남은 투자금액은 크레졸 시설 투자 788억원, CA 생산설비 4258억원이다. 크레졸 시설 투자는 올 9월까지, CA 생산설비는 2024년 말까지 설립을 마무리한다.
첨단소재부문에서 남은 설비투자는 탱크사업장 이전, EVA 시트 증설에 필요한 551억원이다. 두 투자건 모두 올해 안에 마무리된다. 태양광 부문에서는 미국 투자건 외에 셀 신기술인 '탑 콘 프로세스(TOPCon process)' 구축을 위한 신규 라인 증설 투자가 남아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101억원의 투자를 집행해 2024년 12월까지 2134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각 부문에서 남은 투자금을 더하면 7731억원이다. 4분기 중 투자가 얼마나 진척이 됐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만큼 남아있는 최대 투자금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 투자금에 남은 시설투자 비용을 더하면 총 3조9731억원이다. 최대치로 잡았을 때 매년 2조원가량의 비용이 설비투자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투자부담이 적지 않다. 특히 인플레이션 여파가 또 다른 투자건에도 영향을 미쳐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우선적으로 한화솔루션이 보유한 현금을 중심으로 투자를 집행하고, 이후부터 영업활동으로 유입되는 현금 및 차입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솔루션의 부채비율은 137%, 차입금의존도는 30.2%로 나타났다. 재무지표 개선세가 두드러진다. 출범 당해인 2020년 말 153.7%였던 부채비율은 이듬해인 2021년 144%에서 지난해 137%로 축소됐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2020년 말 39.9%에서 9.9%포인트(p)를 낮추는데 성공했다.
다만 아직 차입금의존도는 다소 과중해 보인다. 보통 부채비율 200%, 차입금의존도 30%를 위험의 경계선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는 전체 차입금 중 1년 안에 갚아야하는 단기차입금은 약 3조원으로 나타났다.
재무구조가 안정된 편이기는 하지만 차입으로 인한 재무부담에서 자유로울 정도는 아닌 셈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우수한 영업현금창출력과 자산 매각을 통해 기확보한 자금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투자결정으로 재무부담이 중단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한화솔루션의 '효자' 노릇을 했던 태양광 사업의 호조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966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사상 최고치다. 현금 창출력 지표인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는 1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높은 1조원을 달성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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