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팍스(스트리미)가 이사회 구성원을 대폭 변경했다. 등기이사 자리 4명 중 3명이 바이낸스 인사다. 신임 대표이사이자 의장에 레온 풍(Leon Foong) 바이낸스 아태지역 총괄이 선임됐다. 공동창업자인 이준행 대표, 공윤진 최고기술책임자(CTO), 박준상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은 모두 등기이사에서 사임했다.
바이낸스는 이사회 멤버는 변경했지만 회사 운영은 그대로 기존 경영진에게 맡기겠다고 설명했다. 설립멤버들은 사실상 지배력을 상실했지만 새로운 최대주주 바이낸스가 기존 경영진을 믿고 밀어주기로 한 것이다. 고팍스 내부에서도 등기임원 변경으로 회사 분위기가 달라진 건 없다고 강조했다.
◇공동설립자 모두 등기이사직 사임…직무는 그대로1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고팍스는 등기임원 변경을 완료했다. 레온 풍 대표이사뿐 아니라 바이낸스 한국사업 담당 스티브 영 김, 산업회복기금(IRI) 지유자오가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박덕규 KB인베스트먼트 이사는 기타비상무이사로 남아 있다.
신임 대표로 선임된 레온 풍은 우버를 거쳐 쏘카 말레이시아 CEO를 역임하다 바이낸스에 2021년 합류했다.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아태지역 사업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고팍스는 당분간 레온 풍, 이준행 두 명의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이준행 대표는 사실상 경영권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바이낸스는 이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고팍스 지분 약 40%를 인수할 예정이다. 양측의 합의는 이미 이뤄졌지만 구주 인수 작업이 완료됐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회사 운영은 이 대표가 처리하고 레온 풍 대표는 주요 의사결정에만 참여한다. 바이낸스도 회사 사정과 한국 시장에 정통한 기존 경영진이 사업을 이끌어가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고팍스 관계자는 "예정된 합의 사항에 따라 등기임원을 변경한 것뿐 경영상의 변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사업자 변경신고 제출 임박…당국-은행-사업자 유기적 소통 필요해등기임원이 변경되면서 고팍스는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변경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최대주주 변경은 신고사항이 아니지만 등기임원이 바뀔 경우 다시 신고해야 한다.
외국계 기업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를 인수한 사례는 이미 있다. 지난해 크립토닷컴이 오케이비트를 인수했다. 등기임원 변경으로 FIU에 신고를 제출했고 당국은 이를 수리했다. 오케이비트는 원화거래를 지원하지 않는 코인마켓 거래소로 비교적 수월하게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고팍스의 경우 변경신고 수리를 위해 은행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고팍스는 지난해 2월 전북은행과 실명계좌 제공 계약을 체결한 후 4월부터 원화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금융당국은 바이낸스와 고팍스의 접촉을 지켜보기만 했다. 고파이 원리급 지급 지연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확인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등기임원이 변경되면서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 왔다. 이미 이달 중순 FIU는 고팍스와 전북은행을 동시에 만나 상황 설명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등기가 완료되면서 변경신고를 위한 작업이 한창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대주주 변경 사안에 대해 은행과 당국, 고팍스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소통하는지에 따라 소요 기간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