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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팍스 경영권 매각 쟁점

코인주고 고팍스 사는 바이낸스, 법적 문제는 없나

BUSD로 현물출자…법조계 "절차 복잡하지만 불가능한 일 아냐"

노윤주 기자  2023-02-08 15:38:16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스트리미) 인수를 추진 중인 바이낸스가 인수 대금 일부를 가상자산으로 지급한다. 바이낸스는 수개월 째 지급이 중단된 가상자산 예치이자 상품 '고파이' 구제를 위해 고팍스에 산업 회복 기금(IRI)을 투자했다. 기금을 주고 지분을 인수하는 형태다.

바이낸스는 인수 대금으로 자사 스테이블 코인 '바이낸스달러(BUSD)'를 전달했다. 일종의 현물출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가상자산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주목했다. 코인을 주고 지분을 사는 게 가능하냐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법조 관계자는 선례가 있는점, 스테이블 코인으로 납입이 이뤄진 점 등을 들어 가치 인정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팍스 투자한 바이낸스, BUSD로 187억원 상당 자금 송금

바이낸스는 IRI를 통해 고팍스에 투자했고 주요 주주(majority stakeholder)가 됐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지분율과 인수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고팍스는 바이낸스 투자 받은 IRI 기금 전액을 고파이 고객의 원리금을 돌려주는 데 사용한다.

가상자산 업계에선 유상증자로 파악하고 있다. 바이낸스가 신규 자금을 투입하고 지분을 획득했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바이낸스 관계자는 "이번 투자로 주요주주가 된 건 맞다"며 "최대주주 지위 확보, 인수방법 등은 공개가 어렵다"고 말했다. 바이낸스는 이준행 대표가 가진 고팍스 지분 40%를 추가 인수하는 것도 협의 중이다.

더벨은 바이낸스 IRI 기금이 담긴 가상자산 지갑 주소를 조회해봤다. 그 결과 지난 3일 1490만달러(약 187억4700만원) 상당의 BUSD가 타 지갑으로 이동된 것을 확인했다. BUSD는 바이낸스가 발행한 스테이블 코인이다. 가치는 달러와 1:1로 연동돼 있다. 전체 가상자산 중에서는 시가총액 7위이고 스테이블 코인으로는 테더(USDT), 유에스디씨코인(USDC)에 이은 3위 규모다.

고파이에 묶인 자금은 600억원 상당이다. 바이낸스는 몇 차례에 걸쳐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고팍스는 지난 7일 최초 투입된 IRI 자금을 지난해 11월 21일까지 접수된 출금 신청 건에 지급하는 데 사용했다.


◇'코인 주고 법인 지분 취득' 이론상 가능하다

업계서는 가상자산을 출자해 국내 법인 지분을 취득하는 게 가능한지 주목했다.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소위 메이저 코인을 지급하고 해당 프로젝트가 발행한 토큰을 받는 형태의 투자는 종종 있어 왔지만 코인을 출자하고 국내 기업 지분을 취득한 사례가 공개된 바 없기 때문이다.

법조 관계자들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구주거래, 전환사채(CB) 취득이라면 절차가 보다 쉬웠을 것으로 예측했다. 한 가상자산 분야 전문 변호사는 "구주매매의 경우 개인 간 거래이기 때문에 가상자산을 현물로 취급하고 계약하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CB 등 다른 형태의 투자일 경우 우선 자금을 투입하고 향후 주식으로 전환할 때 현물출자 서류작업을 하면 된다"며 "CB투자를 하고 전환했을 때 지분율을 환산해 주요 주주가 됐다고 말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상증자의 경우 위 두 사례에 비해 절차가 복잡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법원이 가상자산의 재산적 가치를 어떻게 인정할지에 달려 있다. 바이낸스의 BUSD는 발행량 만큼 달러를 은행에 예치해주는 담보형 스테이블 코인이고 가치 변동이 없는 만큼 가치 산정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변호사는 "유상증자 현물출자 시 법원을 통해 감정평가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법원이 가상자산의 가치를 어떻게 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원이 이미 비트코인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며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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