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다시금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에 돌입한다. 경선 과정이 불투명하다고 압박하는 최대주주 국민연금공단과 정치권 등의 지적을 의식한 조치다. 이를 고려해 이사회는 정보통신 분야 CEO로서 자격을 갖춘 인물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도록 공개경쟁 방식을 택했다.
이미 구현모 대표이사 사장(
사진)은 연임 적격 심사에 이어 경선에서도 최종 후보자로 낙점됐지만 다시 후보로 돌아가 경쟁에 돌입하게 됐다. 국민연금 반대를 뚫고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거버넌스 리스크가 지속되리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선에서 최종 후보자에 오를 경우 국민연금도 반대할 명분이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사회가 지난 경선 때 투명하게 과정을 공개하지 않아 꼬투리를 잡힌 점과 외풍에 휘둘려 CEO 선임 절차를 번복한 사례는 오점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막 오른 KT 차기 CEO 선임 절차, 내달 7일 후보 확정KT는 9일 이사회를 열어 공개 경쟁 방식으로 차기 대표이사 선임 프로세스를 재추진한다고 밝혔다. 작년 12월 말 현 CEO인 구현모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했지만 이를 번복한 것이다.
그동안 국민연금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를 문제시하는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국민연금은 구 대표 연임이 확정된 날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입장을 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소유분산기업의 모럴해저드 문제를 지적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역시 "쪼개기 후원과 같은 KT의 정치권 유착 의혹 등 숱한 논란에도 최우선 관심사는 임기연장"이라고 거들었다.
구 대표는 차기 CEO 후보 권리를 주장하지 않고 재차 공개 경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이사회는 수 차례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이사회 의결을 통해 대표이사 선임 프로세스를 재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에는 공개 모집 절차를 통해 회사 밖 인사에게 길을 열어줬다. △경영·경제에 관한 지식과 경력이 풍부하고 △기업경영을 통한 성공 경험이 있으며 △최고경영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정보통신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사람이면 누구나 자격이 있다.
이달 10일부터 20일까지 우편 및 방문 접수를 진행한다. 사내 인사의 경우 지배구조위원회 규정에 따라 후보자군을 구성한다.
아울러 KT 지배구조위원회는 이달 16일까지 공정한 심사를 위해 경제·경영, 리더십, 제휴·투자, 법률, 미래산업 분야 등 업계 전문가들로 인선자문단을 꾸리기로 했다. 인선자문단은 정관상 CEO 후보 요건 등을 따져 후보자 검증 및 압축 작업을 진행한다.
이후 이달 28일까지 대표이사 후보 심사 대상자들을 선정한다. KT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최적의 KT 대표이사상(像)에 대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청취하고 KT 이사회가 의견을 반영해 심사기준을 결정한다. 이후 면접 심사를 거쳐 내달 7일 CEO 후보 1인을 확정하게 된다.
추후 다시 투명성 문제가 생기지 않게끔 KT 사내이사진은 지배구조위원회,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 이사회 등 심사 과정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또 사외 지원자 및 사내 후보자 명단, 인선자문단 구성, 위원회·이사회 회의 결과 등을 포함해 대표이사 후보 심사 절차와 단계별 심사 결과 등을 전부 투명하게 공개한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 등 외부에서 지배구조에 개입할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내달 주주총회에서 구 대표가 연임하더라도 정치권에서 계속 압박이 들어오면 경영활동에 지장이 있으리란 관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추가 개편 예고…외풍 반복 끊을까KT는 이와 더불어 작년 말 이사회가 요청한 ESG 경영 트렌드 변화에 따른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그간 지배구조 체계를 점검하고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는 지배구조 구축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외부 컨설팅을 통해 대표이사 신규 및 연임 절차를 포함한 CEO 선임 프로세스, 사내 후보자군 육성 체계 등의 현황을 점검하고 국내·외 우수사례도 분석한다. 또 정부의 제도개선안과 ESG 모범규준 등을 고려해 지배구조 강화 방안을 마련한다.
외부 컨설팅 결과도 반영해 이사회가 세부 방안을 추가 검토한 이후 국내외 주주 등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 절차도 진행해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대한 객관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최종 개선방안이 확정되면 정관 및 관련 규정에 명문화할 방침이다.
사실 이번 CEO 선임 절차 리셋은 이사회가 초래한 측면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T지배구조위원회는 작년 말 첫 경선 때 14명의 사외 인사와 13명의 사내 후보자에 대한 적격 여부를 심사하고 총 7차례에 걸친 심사 과정을 마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후보가 심사 대상에 올랐고 심사 과정의 기준 등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외부로부터 지배구조에 개입할 명분을 줬다. 이번에 결정을 번복한 것 역시 결국 '외풍' 때문이고 계속기업으로서 KT에 오점을 남긴 만큼 이사회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