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가 국내 거래소 고팍스(스트리미) 인수 논의를 뒤로 미뤘다. 대신 산업회복기금을 투입해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고파이' 상품 투자자들에게 미지급금을 주도록 결정했다.
양사는 기금 투입 규모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다. 원리금 포함 고파이 미지급금은 600억원 상당으로 알려져 있다. 가상자산 업계는 바이낸스가 해당 기금 투입 후에도 이준행 고팍스 대표의 지분을 인수할지 주목하고 있다.
◇바이낸스, 고팍스에 IRI 자금 투입…주요 주주 지위 획득3일 고팍스는 바이낸스로부터 ' 산업회복기금(Industry Recovery Initiative; IRI)'을 지급받는다고 밝혔다. 받은 기금은 전부 고파이 상품 가입자에게 원리금을 돌려주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IRI는 바이낸스가 지난해 말 조성한 기금이다. 테라-루나, FTX 등 시장 대형 악재에 직간접 피해를 받은 기업을 구제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업모델이 현실적이고 구조가 탄탄하지만 갑작스런 시장 변화로 타격을 입은 기업을 돕겠다는 취지다.
이번 IRI 기금 투입에 대해 양사는 '투자 형태'라고만 설명했다. 바이낸스가 고팍스에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지분 일부를 취득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낸스는 "이번 기금투입 포함 바이낸스가 고팍스 주요 주주가 되는 것 맞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규모는 비공개다. 업계서는 600억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상환이 중단되 고파이에 묶여 있는 가상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600억원 상당이기 때문이다.
고팍스는 작년 11월부터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의 원리금 지급을 일시 중단했다. 운용사인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탈(LLC)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모든 자금 인출을 멈췄기 때문이다.
제네시스는 법인 소재지인 미국 뉴욕 연방법원에 '챕터11' 파산 신청을 하고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사실상 제네시스로부터 자금을 돌려받는 건 불가능하다. 고팍스는 사업 신뢰도 타격을 막기 위해 최대주주 구주 매각 등 다양한 자금수혈 방안을 고민해 왔다. 바이낸스가 자금을 투입하며 우선 급한불은 끈 모양새다.
◇최대주주 변경은 잠시 미뤄…아카데미 협업 약속바이낸스와 고팍스는 가장 최근까지 인수 논의를 해 왔다. 최대주주인 이준행 대표 및 주요 주주의 구주를 인수하는 조건이었다. 계약 조건에는 고파이 자금을 바이낸스가 지급해 주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당초부터 최대주주 변경을 동반한 인수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2대 주주인 디지털커런시그룹(DCG) 및 기타 주주를 설득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체되자 바이낸스는 우선 급한 고파이 자금을 돌려줄 수 있게 기금부터 투입했다. 바이낸스 관계자는 "이번에 우선 고파이 관련한 내용만 확정을 지었다"며 "인수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투자를 받은 고팍스는 바이낸스가 한국시장에 원만히 정착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바이낸스의 교육 서비스 '바이낸스 아카데미'를 통한 투자자보호 및 사용자 교육에 나선다. 바이낸스는 지난달 국내 유수 대학교와 협업해 바이낸스 아카데미 시스템을 한국 시장에 착륙시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