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의 보유주식 일부를 처분하면서 최대주주 자리에서 내려왔다. 기존 에볼루스 최대주주였던 알페온 측에 블록딜 형태로 218만7511주를 232억원에 넘기는 구조로 딜을 꾸렸다.
메디톡스는 2021년 9월 에볼루스의 최대주주에 오른 뒤에도 기존 최대주주였던 알페온 측의 경영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이사회에도 관여하지 않았었다. 여기에 비동물성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MT101091'의 글로벌 상업화를 자체적으로 수행할 계획인 만큼 해당 자금 마련을 위해 에볼루스 잔여 지분의 추가로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약 1년 반만에 최대주주→3대 주주로… 투자 차익 최소 200억 확보메디톡스는 8일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현지 제품명 주보) 미국 현지 판매사인 에볼루스 주식 218만7511주를 한화 231억9581만원에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기존 에볼루스의 최대주주였던 알페온(Alpheon) 측에 해당 물량을 블록딜하는 형태로 거래 구조를 짰다. 메디톡스는 이번 지분 매각으로 최소한 200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
해당 지분을 처분하면 메디톡스의 소유 주식수는 507만주로 지분율은 9.13%가 된다. 메디톡스의 블록딜 물량을 사 들인 알페온은 지분율이 약 15%로 올라서면서 최대주주 지위에 오르게 된다. 메디톡스의 지분율은 약 13%의 지분율을 보유한 대웅제약의 뒤를 이어 3대주주로 자리하게 된다.
2021년 2월 메디톡스는 에볼루스의 파트너사 대웅제약과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 과정서 주보 판매에 따른 소정의 로열티와 에볼루스 신주 676만2652주를 확보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의하며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더불어 약 90억원을 들여 에볼루스 지분 추가 매입에도 나서면서 한때 에볼루스 지분을 740만주 가량을 보유했었다.
당시 메디톡스가 수년에 걸쳐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둘러싼 법적 공방을 벌이는 대웅제약 파트너사 지분을 인수한 것을 두고 경영 참여 또는 경영권 확보 등 여러 해석이 제기됐다. 메디톡스 측은 에볼루스 지분 확대와 관련해 '단순 투자'로 선을 그어 왔다.
이어 이번에 보유 지분 일부를 매도하고 에볼루스의 최대주주 지위도 내려놓으며 이를 다시금 공식화한 모습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에볼루스 지분을 처분한 목적은 현금 확보를 통한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계속되는 '단순 투자' 기조… 잔여 지분 추가 매도 가능성도 제기메디톡스는 에볼루스 최대주주에 오른 뒤에도 이사회 개편 등을 비롯한 경영 참여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더불어 이전에도 지분을 지속 매각해 왔던 만큼 시장에선 이번 주식 처분이 예견된 사항이란 해석을 내놓는다. 메디톡스의 에볼루스 잔여(약 500만주) 지분 가치 또한 수백억원에 달하는 만큼 추가적인 지분 현금화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메디톡스 또한 에볼루스의 이사회 개편을 비롯한 경영 참여와 관련해선 지속적으로 선을 그어 온 것도 이같은 시장 전망을 뒷받침한다. 메디톡스는 2021년 9월 에볼루스의 최대주주에 올랐지만, 이후 별다른 에볼루스 이사회 멤버 변동은 없었다.
현재 에볼루스 이사진은 모두는 기존 최대주주였던 알페온 이사회 내 인물이다. 2021년 메디톡스가 최대주주에 오른 이후에도 사실상 거버넌스를 알페온이 쥐고 있는 구조였다.
세부적으로 에볼루스 이사회 내 시몬 블랭크(Simone Blank, 이사회 의장), 비크람 말믹(Vikram Malik), 로버트 헤이맨(Robert Hayman) 등이 모두 알페온 측 인사다. 이들은 알페온 전신인 에온바이오파마 시절부터 함께 하며 회사 및 에볼루스 의사결정을 주도해 왔다.
메디톡스가 비동물성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MT101091'의 상업화를 앞둔 점도 에볼루스 잔여 지분 매각 가능성을 점치는 요인이다. 메디톡스는 당초 엘러간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MT101091의 미국 진출을 꾀해 왔는데, 2021년 양사간 협업을 끝내고 독자적인 시장 진출을 계획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기존 파트너사와 결별하고 독자적으로 글로벌 비동물성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시장을 구축해야 하는 만큼 이를 위한 투자 재원 확보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앞서 미국 외에 중국 시장 진출도 계획 중인 만큼 지속적인 투자자산 현금화 전략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