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원의 주가가 약 1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했을 뿐 아니라 영업이익률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수익성 지표가 두루 개선됐지만 기업가치는 되레 떨어졌다. 보안업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저평가로 풀이된다.
시큐리티 서비스와 건물관리나 통합보안 등 인프라 서비스 영역이 골고루 성장했는데 성장성이 부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지난 5년간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남겼느냐와 무관하게 일정한 금액을 배당한 만큼 주주환원 정책을 다각화할 필요도 있다.
◇양적·질적으로 성장 달성한 에스원
에스원은 지난해 2조468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2021년 2조3125억원과 비교하면 6.7% 증가했고 역대 최대 수준이다. 여기서 매출원가를 제한 매출총이익은 5910억원으로 이 역시 1년 전과 비교해 6.4%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3.6% 증가해 2041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영업이익 2045억원에서 이듬해 1797억원으로 떨어졌으나 다시금 회복했다.
현금창출력을 보여주고 보안산업에서 중요한 지표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더욱 개선됐다. 지난해 에스원의 EBITDA는 3753억원으로 최근 몇 년 새 가장 규모가 컸다. 1년 전과 비교하면 7.6% 늘어난 수치다. 법인세차감전순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2008억원, 1510억원으로 최근 4년 새 가장 많았다.
볼륨 외에 효율성을 따져보면 어떨까. 지난해 에스원의 매출총이익률은 23.9%를 기록했다. 2019년 25.3%에서 매년 조금씩 떨어졌다.
다만 이를 제외한 다른 수익성 지표들은 모두 개선됐다. 에스원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7.8%에서 1년 새 8.3%로 올랐다. 같은 기간 순이익률도 5.6%에서 6.1%로 상승했다.
총자산이익률(ROA)도 2021년 6.5%에서 지난해 7.3%로 개선됐다.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같은 기간 8.9%에서 9.9%로 올랐다. 전반적으로 2020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익의 질적인 측면이 개선됐다.
◇시큐리티·인프라 고른 성장 불구 하락하는 기업가치
에스원은 크게 시큐리티 서비스와 인프라 서비스 등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시큐리티 서비스는 정보보안, 사물인터넷(IoT)보안 등 시스템보안서비스와 단품성 보안상품을 아우른다. 인프라서비스에는 부동산 서비스를 비롯한 건물관리 용역부터 통합보안, 보안시스템통합(SI) 등 보안용역 및 상품이 포함된다.
2021년까지만 해도 시큐리티서비스에서 1조1714억원의 매출을 올려 인프라서비스를 앞섰다. 작년에는 양대 사업 부문 모두 성장했지만 인프라 서비스에서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줬다. 지난해 인프라 서비스 매출은 1조2286억원, 시큐리티 서비스 매출은 1조2253억원을 기록했다.
흥국증권에 따르면 시큐리티 서비스 부문은 아파트 시장 확대와 정보보안 고객 증대에 힘입어 매출이 늘었다. 인프라 서비스 부문은 신규 건물관리 커버리지가 확대되고 통합 SI 부문의 국내외 프로젝트 수주가 늘며 성장했다. 작년 말 기준 시스템 보안 유지 가입자는 92만3000건으로 1% 초반대의 가입자 성장세를 지속했다.
그런데 에스원의 기업가치는 펀더멘털 개선이 무색하게 하락했다. 1일 종가 기준 에스원의 주가는 5만7500원으로 2조1850억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했다. 2020년 8월에는 주가가 10만원을 웃돌기도 했는데 내리막길을 걷다 10년 전과 유사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매출은 안정적으로 늘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장 포인트가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실 보안SI 사업의 경우 1년 새 매출 성장률이 20%가 넘었지만 부각되지 않았다.
주주 친화정책도 아쉬움을 남긴다. 물론 최근 연간 실적을 발표한 이후 에스원은 2~3일 국내 주요 주주 및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NDR)를 개최하기로 했다. 다만 일반투자자에게 회사의 실적과 비전을 설명하는 컨퍼런스 콜을 따로 진행하진 않고 있다.
배당도 마찬가지다. 에스원은 사업보고서에 "현금 배당 규모에 대해 미래 전략 사업을 위한 투자와 적정 수준 현금 확보를 우선적으로 달성한 후 경영실적, 현금 상황, 시장 기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실적과는 무관하게 2018년부터 매년 똑같은 규모로 배당이 이뤄졌다. 지난 5년간 배당금 총액은 연 845억2559만7500원으로 동일했다.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시장에 어필하거나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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