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주요 임상기능 내재화로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 대한 의존도 낮추기에 나섰다. 가깝게는 한국과 미국 임상을 직접 수행해 약 12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한다.
더불어 가중하는 경제 침체 부담을 돌파하기 위해 내실을 다지면서 임상 관련 전문 역량도 제고하려는 모습이다.
◇CRO 맡기던 국내·미국 임상 자체 수행…年 120억 절감 효과 기대25일 업계에 따르면 브릿지바이오는 올해부터 주요 임상 기능 내재화를 선언하고 전반적인 비용 효율화 작업에 나섰다. 올해 역시 작년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경제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 전망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한 경영 전략을 세웠다. 일종의 내실 제고 과정이다. 가장 먼저 CRO 비중을 낮추는 것으로 임상 비용 절감을 위한 첫발을 떼는 모습이다.
회사는 그간 임상개발과 관련한 업무 상당부분을 CRO를 통해 해결해 왔다. 상장 초기엔 프로젝트 관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임상 관련 업무를 CRO가 수행하기도 했다. 다만 작년 고금리, 고유가, 전쟁 등의 이슈로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가중하자 이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임상개발을 수행하는 형태로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프로젝트 관리에만 무게를 뒀던 기존 체제에서 임상시험설계, 통계, 약물감시 등 업무 내재화를 시작했다. 이어 올해는 국내와 미국에서 진행하는 임상 운용을 직접 수행하면서 효율성을 높일 전망이다.
브릿지바이오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개발 중심 회사(NRDO)를 선보여 국내 바이오텍 사업 모델에 새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NRDO는 신약 후보물질을 직접 발굴(Not Research)하지 않고 연구소나 다른 기업 등 외부에서 도입(라이선스 인)한 다음 임상 개발(Development Only)에 집중하는 사업 모델이다.
회사는 2019년 상장 이후 NRDO 모델 효율 제고를 위해 국내에선 혁신적이며 전략적인 조직과 전문 연구 인력 운용 형태를 고수해 왔다. 상장 직후인 2019년 회사 직원(등기임원 제외)은 16명이었다. 이는 비슷한 밸류로 상장한 바이오텍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작년 3분기까지도 줄곧 직원 고용 규모는 40명 아래로 유지해 왔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현재 1·2상이 진행중인 항암제 임상 기준 CRO 의존도를 낮추면 약 1000만 달러(한화 약 124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며 "여기에 임상 진행 절차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해 임상 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신축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약 600억 현금성 자산·판교 연구소 뒷받침… "비용 효율화에 전문 역량 제고 기대"브릿지바이오는 약 60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 체력에 기존 대비 3배 규모로 확장한 판교 연구소 인프라 등을 활용해 기존 CRO에 맡기던 임상 개발 업무를 직접 수행한다. 회사는 임상개발 및 사업개발 관련 전문 역량을 쌓아 오픈이노베이션을 비롯한 신사업 추진에 활용할 계획이다.
브릿지바이오가 CRO 비중을 낮추는 또 다른 이유는 NRDO를 넘은 자체 임상개발 역량을 확보하려는 점이 꼽힌다. 회사는 NRDO에 주력하던 사업 초기를 지나 성장 본 궤도에 들어섰다. 2019년 베링거인겔하임에 특발성폐섬유증 치료제(BBT-877)를 최대 11억 유로(한화 약 1조5000억원)에 L/O하고 450억원 규모의 계약금(업프론트)을 받은 영향이다.
해당 물질은 독성 이슈가 제기되며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반환받았지만 최근 해당 이슈를 해소하고 미국 FDA로부터 임상 2상을 승인 받는데 성공했다. 계약금의 경우 반환 의무가 없었던 만큼 BBT-877의 자체 임상이나 추가 L/O를 수행할 현금 여력은 갖춘 상태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회사의 현금성 자산은 550억원 가량이다.
브릿지바이오는 앞서 BBT-877 외에도 폐암 표적치료제 후보물질 'BBT-176', 'BBT-207' 등을 파이프라인으로 보유 중이다. 특히 두 개의 물질을 한 번에 기술이전하는 패키지 딜을 위한 구체적인 협상 단계에 돌입했다. 글로벌 기업들과 다양한 종류의 사업적 협상을 추진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2015년 설립 후 브릿지바이오의 NRDO 전략을 두고 의문을 갖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지만 조단위 L/O 성과를 내며 성장했고 이를 토대로 상장에 성공했다"며 "최근의 규모 확대는 파이프라인과 사업 규모도 늘어난 점을 고려해 내부 전문 역량을 제고하려는 사업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