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유상증자로 1조2155억원을 조달할 전망이다. 당초 유상증자로 확보하겠다고 세운 목표치인 1조1050억원보다 1000억원가량 많은 금액이다. 지난해 연간 적자를 기록했을 것이 유력한 가운데 대규모 현금이 유입되며 롯데케미칼은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대여금 회수,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재무여력 확충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롯데케미칼의 투자부담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사업에서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재원마련에 나설지 주목된다.
◇상승한 주가 덕분에…유상증자 모집총액 ↑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는 금액이 당초 예상금액보다 높아진 배경에는 주가의 변동성이 있다. 롯데케미칼이 당초 추정한 신주발행가액은 13만원이었다. 최종 신주발행가액이 높아진 이유는 유상증자 발표 당시보다 그 이후에 롯데케미칼의 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롯데지주·롯데물산의 유상증자 참여계획 발표, 롯데건설 대여금 회수 및 유동성 우려 일부 해소 등이 주가 상승을 이끈 요인으로 지목된다.
상장사의 신주발행가액을 정하는 산식에는 기준주가와 할인율, 증자비율 등이 필요하다. 할인율, 증자비율은 변함이 없지만 기준주가에 변동이 생겼다.
유상증자를 발표했던 11월 당시 예상 신주발행가액 산정을 위해 산출한 기준주가는 17만500원이었다. 발표일을 기준으로 직전 1개월 가중산술평균주가, 직전 1주일 가중산술평균주가, 최근일의 종가 중 가장 낮은 금액을 선택한다. 당시에는 최근일인 2022년 11월 17일의 종가인 17만500원이 기준주가로 계산됐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상승하며 1차 발행가액 산출을 위한 기준주가는 18만7330원으로 올랐다. 신주배정기준일인 2022년 12월 15일의 3거래일 전인 12일이 기산일이 됐다. 한달여 사이 롯데케미칼의 주가가 오르며 기준주가도 높아진 것이다.
1차 발행가액의 기준주가는 1개월 가중산술평균주가·1주일 가중산술평균주가·최근일의 종가 세 항목의 평균과 최근일의 종가 중 낮은 금액이 선정됐다. 이 중 세 항목의 평균인 18만7330원이 최근일(2022년 12월 12일) 종가인 19만500원보다 적었다. 이를 기반으로 1차 발행가액은 14만300원으로 정해졌다.
이후 2차 발행가액은 구주주 청약일인 1월 19일 전 3거래일인 17일을 기산일로 정했다. 2차 발행가액의 경우 기준주가가 18만2500원으로 1차 발행가액 계산때보다는 낮았다. 다만 2차 발행가액 산출에는 별도 산식 없이 할인율만 적용되며 14만6000원으로 1차보다 다소 높아졌다.
최종 신주발행가액은 1차 발행가액, 2차 발행가액 중 낮은 수치로 정하는 원칙에 따라 1차 발행가액인 14만3000원으로 정해졌다.◇투자계획 여전히 부담, 비주력 자산 추가 매각 있을까
추가로 확보되는 1000억원여의 현금은 운영자금에 더해진다. 앞서 밝힌 계획대로라면 유상증자로 들어오는 1조1050억원의 현금은 운영자금에 5000억원,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6050억원씩 각각 쓰일 예정이었다. 유상증자 조달금액이 소폭 늘어나며 롯데케미칼은 운영자금으로 6150억원,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6050억원을 투입하게 된다.
1조2000억원의 유동성이 추가되지만 롯데케미칼의 차입부담은 앞으로도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자금조달 계획을 살펴보면 앞으로 1조7000억원의 추가 차입이 필요하다. 유상증자로 확보한 전체 금액보다 많은 금액이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포함해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총 13조원을 투자해 전지소재·수소 사업을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매년 평균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행인 점은 롯데케미칼의 우량한 재무구조다.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51.7%, 차입금의존도는 21.5%로 나타났다. 추가차입이 발생한다고 해도 건실한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롯데케미칼 측은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최근 고순도테레프탈산(PTA)을 생산하는 파키스탄 자회사 '롯데케미칼파키스탄(LCPL)'를 1924억원에 현지 화학사에 매각한 점에도 주목된다. 앞으로도 비주력 사업에 대한 매각을 통해 재원을 마련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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