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켐, L/O로 몸값 회복…1600억 CPS 부담 덜까
리픽싱 한도 도달 상태, 콜옵션 10% 활용법도 관심
심아란 기자 2022-12-23 16:43:16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고켐바이오)가 올해 첫 기술이전 소식을 전하며 주가 상승 모멘텀을 만들었다. 리픽싱 한도를 채웠던 1600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CPS)의 전환권 가치가 회복되면서 투자자와 발행사 모두 한시름 덜어낸 상태다. 레고켐바이오가 보유 중인 10%의 콜옵션(매도청구권) 권리도 행사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레고켐바이오는 미국 암젠에 항체-약물 복합체(ADC) 플랫폼 기술을 12억4750만달러(1조6050억원)에 이전했다고 23일 밝혔다. 기술이전 성과는 주가에 즉시 반영되면서 전일 대비 9% 상승한 4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주가가 상승하면서 지난해 8월 발행된 CPS의 보통주 전환가(3만9825원)보다 높아져 눈길을 끈다. 해당 CPS는 1600억원 규모로 사모 발행됐으며 쿼드자산운용, KB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데일리파트너스 등 벤처캐피탈(VC)과 자산운용사가 나눠서 인수했다.
발행 당시 CPS 행사가는 5만3100원이었으나 줄곧 시가가 하락해 지난달 최저조정 한도인 3만9825원으로 낮아졌다. 이달에는 주가 낙폭이 커지면서 CPS 행사가가 시가보다 10% 비싼 상태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8월 CPS의 보통주 전환권 효력이 시작됐으나 투자자들 역시 엑시트 시점을 잡을 수 없었다.
CPS의 가격이 조정되면서 증가한 잠재주식수도 부담 요소였다. 현재 미전환 우선주는 상장주식 대비 16%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레고켐바이오 최대주주인 김용주 대표의 지분율 9.9%를 훌쩍 초과하는 수치다. 잠재주식수는 김 대표의 특수관계인 보유 주식을 합산한 지분율 12.04%보다도 높다.
CPS가 모두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김 대표 지분율은 8.5%까지 낮아진다. 다만 CPS의 10%를 되살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보유하고 있어 지분 희석을 제어할 여지는 있다. 김 대표나 그의 특수관계인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최대주주 측 합산 지분율은 11.8%로 유지된다.
CPS의 보통주 전환이 이뤄져도 재무구조에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레고켐바이오는 CPS를 발행 시점부터 금융부채가 아닌 지분상품인 자본으로 회계처리한 상태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수량 변동이 가능한 CPS는 금융부채로 처리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레고켐바이오는 한국상장회사연합회가 2011년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질의회신(회제이-00094)을 참고해 순자산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 점을 감안해 CPS를 자본으로 분류한 상태다.
추후 주가가 하락할 경우 자기주식 취득 등 주가 안정화에 나설 여력도 확보해 뒀다. 이달 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자본준비금의 일부인 2600억원을 감액해 결손금을 보전하고 이익잉여금을 만들었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결손금이 1291억원이던 점을 고려하면 결산 이후 1000억원 이상의 이익잉여금이 생긴다. 이를 자기주식 매입 등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에 사용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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