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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

수협은행, 은행장과 동반 교체 관행 파괴

신학기 수석부행장 연임 성공…수익성 확보, 중앙회 가교 역할 충실

김형석 기자  2022-12-23 08:25:18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더벨이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수협은행은 대주주인 수협중앙회의 캐시카우(cash cow)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까지 수협은행의 수익은 중앙회의 특별재무제표로 관리, 공적자금 상환으로 활용돼 왔다. 수협은행의 수익성 확보는 중앙회의 최대 관심사다.

중앙회와의 원활한 의사소통, 은행의 경영전략과 재무를 책임져야 하는 수협은행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은 막중하다. 수익성 확보를 위한 경영전략을 세우고 필요시 중앙회의 자금지원도 받아야 한다. 여기에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금융지주사 설립을 위해 비은행 금융사의 M&A 역량도 갖춰야 한다.

수협은행의 CFO는 신학기 수석부행장(사진)이다. 신 수석부행장은 2년간 수익성 제고와 중앙회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수익성 개선 공로…행장 교체에도 연임 성공

신 수석부행장은 지난 9일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달 강신숙 신임 은행장의 취임에도 은행 2인자 자리를 유지했다. 수협은행의 수석부행장은 행장과 '한 세트'로 여겨진다. 은행장의 업무를 분담하는 형식으로 조직의 경영전략을 진두지휘한다. 그만큼, 새 은행장이 선임되면 수석부행장을 교체해왔다. 그의 연임으로 새 행장 취임 시 은행 안살림을 맡는 수석부행장을 교체해온 그간의 관행이 깨진 셈이다.

연임 성공은 2년간 그가 보여준 성과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의 사실상 첫 임기해였던 지난 2021년 수협은행의 수익성은 전년 대비 크게 개선됐다. 이 기간 수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7% 성장한 2843억원을 기록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NPL)은 0.4%로 하락했고, 총자산 규모는 57조1908억원으로 확대했다.

수익 확대는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수협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53%(148억원) 늘어난 2834억원을 기록했다. 충당금 적립전 영업이익은 7.5% 늘어난 3191억원을 보였다. 이 기간 당기순이익은 17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5% 감소했다. 단, 순이익 감소는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증가한 탓이다. 이 기간 충당금 및 충당부채전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37.25%(138억원) 증가한 511억원을 기록했다. 충당금 적립액을 지난해 수준으로 낮추면 오히려 당기순익은 전년 대비 늘어난다.

수협은행은 건전성 관리도 합격점을 받았다. 이 기간 수협은행의 고정이하여신잔액은 2.19% 줄어든 1830억원이었다. 총 대출잔액이 10%가량 증가했음에도 부실자산은 감소한 셈이다. NPL비율과 연체율 역시 각각 0.05%포인트, 0.01%포인트 개선됐다.

이 같은 실적 개선은 대주주인 중앙회 지원으로도 이어졌다. 수협은행은 지난달 중앙회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2000억원 증액했다. 신용공여 계정은 기업종합통장대출이다. 중앙회는 조달한 자금 중 1000억원을 각 조합의 지도사업 지원에 활용할 계획이다. 나머지 1000억원은 수산물 매입 등 유통·경제사업에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전략·영업·리스크 전문가…중앙회 소통 능력 강점

그는 전략·영업·리스크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경험한 인물이다. 그는 1995년 수협중앙회에 입사한 이후 기업고객팀장, 인계동지점장, 고객지원부장, 리스크관리부장, 심사부장, 전략기획부장, 남부광역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수석부행장 자리는 2020년 12월11일부터 역임하고 있다.

그는 중앙회와의 소통 창구 역할에도 적합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수협은행은 지난 2016년 수협중앙회로부터 신경분리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완전한 독립을 이루지 못했다. 여러 업무에서 중앙회의 동의를 구해야 해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반면 신임 강신숙 수협은행장과 임준택 현 중앙회장과의 접점은 부족하다. 강 행장은 대표적인 호남권 인물이다. 임 중앙회장은 부산 출신이다. 강 행장과 달리 그는 경남 창녕 출신으로 임 중앙회장과 같은 경남권 인사다. 지난 2020년에는 남부광역본부장을 지내며 경남지역에서 네트워크를 쌓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CFO는 사실상 그룹의 2인자로 재무역량과 더불어 현장에 대한 이해력도 중요하게 평가받는다"며 "전략·영업·리스크 등 다양한 경험을 갖춘 신 수석부행장의 경우 은행의 수익성 확보와 중앙회와의 소통 능력이 연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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