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노믹스가 전환사채(CB)의 전환가격을 한 번 더 낮춘다. 최저조정 한도를 채운 이후 행사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유상증자를 진행한 탓이다. 이로 인해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는 잠재주식수는 발행주식의 23%에 달해 기존 주주의 지분희석 부담은 커졌다. CB의 경우 전환권 가치가 낮아 조기상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클리노믹스는 16일 공시를 톻애 1회차 CB의 전환가가 1만912원으로 조정됐다고 밝혔다. 해당 CB는 작년 7월 300억원 규모로 사모발행됐다. 당시 르네상스자산운용, BNB자산운용,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이 나눠서 인수했다. 최초 전환가는 주당 1만5600원대였으나 발행 이후 클리노믹스 주가가 하락해 올해 7월 리픽싱 한도인 70%를 채웠다.
이번에 전환가가 재차 낮게 조정된 것은 유상증자 여파 때문이다. 클리노믹스는 16일 3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마무리 지었다. 신규 발행한 전환우선주(CPS)의 주당 가격이 7860원으로 CB 전환가보다 28% 저렴하다.
신주 발행과 CB 리픽싱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클리노믹스 지배주주의 지분 희석 부담은 커졌다. CB의 경우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는 물량이 상장주식수 대비 20%에 달한다. 발행 당시만 해도 14%에 불과했다. CPS까지 합산하면 클리노믹스의 잠재주식수는 발행주식 대비 23%에 육박한다. 최대주주인 박종화 각자대표의 주식 소유 비율 17.76%를 웃도는 수치다.
CB 발행조건상 클리노믹스가 90억원 규모의 콜옵션(매도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으나 현 시점에 이같은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최저가로 내려온 CB의 행사가는 여전히 시가보다 40%나 비싼 상태다. 현재로선 CB 투자자가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을 선택할 개연성이 있어 유동성 관리가 필요하다. 내년 상반기 중에 CB 풋옵션 효력이 시작된다.
클리노믹스의 올해 3분기 말 연결기준 보유 현금(유동성 금융상품포함)은 243억원이다. 작년 말 현금보유액이 462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3분기 만에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올해 영업현금창출력이 위축된데다 4분기 들어선 누리바이오 인수에 83억원을 투입하는 등 현금이 소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클리노믹스는 유전체 분석 기반 신체 특성과 질병을 예측하는 상품과 암 진단 및 모니터링 액체생검 플랫폼 상품으로 매출을 낸다. 작년에는 미국 자회사(CLINOMICS USA, INC.)에서 코로나19 진단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영업흑자를 기록하고 순이익도 남겼다. 다만 올해는 관련 매출이 감소하자 다시 영업적자로 전환됐다.
클리노믹스는 김병철 전 대표가 2011년 설립했으며 2018년에 제로믹스를 합병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제로믹스는 UNIST 1호 바이오벤처로 박종화 대표가 2014년 설립한 업체다. 김 전 대표는 미국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고 박 대표는 정종태 대표와 각자 대표로 재직 중이다. 정 대표는 2019년 클리노믹스에 합류해 지난해 3월부터 대표 임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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