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 기반 암·질병 조기진단 전문기업 클리노믹스가 전환사채(CB) 풋옵션 탓에 최대주주가 변경될 기로에 놓였다. 작년 총 발행 주식수의 절반이 넘는 신주를 발행하는 대규모 유상증자에도 상환 여력을 확보하지 못한 결과다.
클리노믹스가 300억원 규모의 1회차 CB 풋옵션에 대응하기 위해 발굴한 새로운 투자자는 비상장 바이오벤처 '씨디바이오' 외 자산운용사들이다. 자금 납입을 앞두고 이달 말 임시주주총회까지 예정한 상태라 회사의 향배에 업계 이목이 쏠린다.
◇300억 CB 풋옵션 대응 차 신규 투자자 확보… 신주 규모 최대주주 보유분 넘어서 클리노믹스는 8일 공시를 통해 기존 발행한 1회차 CB에 대한 상환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해당 CB는 2021년 7월 300억원 규모로 사모발행됐다. 당시 르네상스자산운용, BNB자산운용,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이 나눠서 인수했다.
해당 CB의 최초 전환가는 주당 1만5600원대(2023년 8월 1주당 0.5주 무상증자 반영 전)였다. 발행 이후 클리노믹스 주가가 하락해 2022년 7월 리픽싱 한도인 70%를 채웠다. 이후 진행된 3자배정 유상증자의 발행가액(7860원, 앞서 무상증자 건 반영 전)이 리픽싱을 마친 CB의 전환가보다 낮아졌다.
투자 매력이 사라진 결과는 풋옵션 발동으로 이어졌다. 클리노믹스 측은 이 같은 자금 회수 가능성에 대비해 작년 44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그러나 최초 발행가액을 책정했을 시점 기준 주가가 40% 가까이 내린 탓에 조달액이 276억원에 머물렀다.
클리노믹스의 앞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마무리하기 전인 작년 6월 말 기준 가용 현금 여력은 약 80억원이었다. 2023년 반기 동안 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당시 운전자본 추이(약 21억원)를 고려하면 주주배정 유증 조달액과 유동성을 합쳐도 1회차 CB 상환 이슈에 온전히 대응하긴 어려웠다.
결국 당초 유상증자를 통해 채무 상환자금과 더불어 운영 및 시설자금을 조달하려는 목적은 이루지 못했다. 확보한 자금은 모두 채무상환에 쓴 결과다. 이에 따라 주주배정 유증을 마쳤음에도 사실상 유동성 곳간이 연내에 비어버릴 가능성도 제기됐다. 클리노믹스가 작년 말 3자배정 유상증자와 함께 2, 3회차 CB 발행에 나선 배경이다.
◇유통주식 절반 웃도는 신주 발행 앞둬… 최대주주·거버넌스 변경도 자연스런 행보 클리노믹스가 3자배정 유증과 2, 3회차 CB를 통해 조달할 자금은 총 450억원이다. 각각 자산운용사인 부산에쿼티파트너스가 오는 24일 3자 배정분에 대한 150억원을 납입한 뒤 내달 22일까지 2회차 CB 몫에 대한 75억원의 자금을 집행한다. 클리노믹스가 부산에쿼티파트너스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 총액은 225억원이다.
이밖에 3회차 CB를 단독으로 인수하는 씨디바이오가 3회차 CB 발행에 따라 150억원을 오는 3월까지 납입키로 예정했다. 2회차 CB에 대한 또 다른 투자자인 파운드에쿼티파트너스는 75억원을 책임진다.
숨가쁜 자금조달 끝에 새로 발행할 주식(보통주+우선주)은 1824만3848주에 달한다. 현재 클리노믹스의 시가총액이 900억원 안팎인 점, 총 발행주식 수는 3254만7597주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다.
자금 납입이 마무리 돼 주식 발행절차까지 마무리되면 자연스럽게 최대주주가 변경될 전망이다. 현재 최대주주는 울산 소재의 국립 4년제 대학인 유니스트(UNIST) 교수인 박종화 클리노믹스 이사회 의장이다. 그러나 박 의장 개인 주식 보유분에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쳐도 378만5464주(약 11.63%)에 그친다.
부산에쿼티파트너스에서 첫 자금납입 절차가 마무리되고 1주일 뒤엔 임시주주총회도 예정했다. 새로운 최대주주가 되는 부산에쿼티파트너스를 중심으로 거버넌스가 개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클리노믹스 측은 "임시주주총회 부의 안건 및 세부 내용은 확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클리노믹스는 김병철 대표가 2011년 설립했다. 2018년에 제로믹스를 합병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제로믹스는 UNIST 1호 바이오벤처로 박 의장이 2014년 설립한 업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