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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젠 매각 단가, 2016년 상장 밸류보다 낮아

김영부 대표, 경희대 1호 벤처와 23년 동행 마침표

심아란 기자  2022-11-24 07:06:14
김영부 대표가 팬젠과 23년 동행을 종료한다. 김 대표는 팬젠이 1999년 경희대 1호 벤처로 출범할 당시부터 조력자로 나섰으며 2010년 재창업 이후 현재까지 최대주주 자리를 지켜왔다. 이번에 크리스탈지노믹스에 경영권을 넘기면서 출자금을 회수하지만 팬젠의 매각가는 상장 밸류보다 낮게 책정됐다.

팬젠은 최대주주인 김영부 대표와 특수관계인들이 보유주식 일부와 경영권을 크리스탈지노믹스에 양도한다고 22일 밝혔다. 보통주 구주 거래가는 1주당 1만1000원으로 최근 1개월 종가 대비 54% 할증된 가격이다.

구주 매각가를 고려한 팬젠의 지분가치(Equity value)는 1175억원으로 책정됐다. 2016년 기술특례제도로 코스닥에 입성할 당시 밸류가 1267억원이던 점을 감안하면 7% 낮은 수치다.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체결된 M&A는 총 12건 가운데 창업자의 구주가 거래된 딜은 팬젠을 제외하면 총 5건이다. 이들 다섯 곳의 매각 지분가치가 상장 밸류 대비 평균 634% 높게 책정된 점을 고려하면 팬젠은 상대적으로 저가에 팔린 상황이다. 2년 전부터 팬젠 M&A를 검토해 왔던 크리스탈지노믹스 입장에서는 팬젠 시가가 하락해 매수하기에 적기였던 셈이다. 팬젠 시총은 2년 전과 비교해 20% 가량 낮아진 상태다.

경기침체와 주가 하락 등에 영향을 받았지만 김영부 대표의 M&A 의지가 꾸준했다고 알려졌다. 팬젠은 김영부, 윤재승 각자 대표 두 사람이 회사를 이끌어 왔다. 창업자는 윤 대표로 경희대 유전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중 팬젠을 설립했다. 경희대 출신인 김 대표는 설립 초기부터 주주로 참여하면서 두 대표의 인연이 시작됐다.

기존 팬젠은 2010년에 분할을 통해 신설 법인으로 다시 출범했으며 이 과정에서 유상증자 신주를 인수한 김 대표가 1대주주로 올라섰다. 당시부터 재무관리 분야를 총괄하며 대표로 재직해 왔다.

김 대표는 과거 제일모직, 삼성전자, 보광그룹 등에서 재무와 회계 업무를 맡았던 경력을 살려 투자회사 와이비파트너스도 보유 중이다. 와이비파트너스 역시 팬젠의 주주이기도 하다. 초기 투자금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 대표는 특수관계인, 보유한 사업체 등이 보유한 팬젠 주식을 처분하면서 총 132억원을 현금화한다.

윤 대표도 보유 지분 일부를 크리스탈지노믹스에 매각해 49억원을 확보하지만 경영에는 지속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2016년 팬젠의 코스닥 입성 이후에는 기술 상용화에 성공하며 수익 기반을 다져 왔다. 팬젠의 핵심 경쟁력은 CHO세포에 특화된 단백질 발현기술이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만성 신부전 환자의 빈혈치료제인 바이오시밀러 '팬포틴' 제품화에 성공했다.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해외에서도 품목허가를 취득했다.

자체 GMP 생산시설을 일찌감치 마련해 팬포틴을 직접 생산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위탁생산(CMO)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올해는 팬포틴 판매가 감소해 9월 말 별도기준 매출액은 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줄었다.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이 지속되면서 영업적자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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