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나온 한온시스템의 회사채가 유통시장에서 찬밥신세다. 실적 악화와 재무안정성 훼손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되면서 신용등급에 걸맞지 않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신용등급 AA-, 채권내재등급 A+급나이스P&I에 따르면 10일 기준 한온시스템의 채권내재등급(BIR)은 A+다. 올해 신용등급이 AA에서 AA-로 내려간 한온시스템은 지난달 27일 내재등급도 한 단계 하락했다. 다른 채권평가사인 KIS자산운용 역시 한온시스템 내재등급을 AA-로 평가했다.
BIR은 시장에서 평가한 수익률 혹은 스프레드를 기준으로 책정한 신용등급이다. 시장의 분위기와 수요를 고려한 등급으로, 발행 기업의 상환능력이 수익률에 반영되어 있다는 가정을 기초로 이뤄진다. 통상 신용등급 조정의 선행 지표로 인식되기도 한다.
한온시스템의 BIR은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한앤코의 매각이 난항을 겪으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M&A 시장 '대어'로 주목받았지만 성사 소식이 전해지지 않으면서 기대감이 사라진 상태다.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6월 주관사를 선정해 매각 작업에 착수했으나 실적 부진이 나타나며 딜이 이뤄지지 못했다.
한온시스템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2조1956억원의 매출액과 61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2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3% 감소했다.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마비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영업이익이 크게 내려갔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2.8%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대내외 변수 영향, 실적 부진...자금 조달길도 막혀 코로나19 확산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마비로 사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온시스템의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1.3%포인트 감소했으며 시장 기대치를 20% 밑돌았다"며 "여전히 부담이 되고 있는 제조, 판매 비용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간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재무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커진 상태다. 한온시스템의 올해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과 순차입의존도는 각각 241.9%, 32.3%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232.5%)과 비교해도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차입 의존도는 5%포인트 이상 늘어났다. 지난 2017년 당시 부채비율은 151.2%, 순차입금 의존도는 12.0%에 불과했다.
시장 평가가 하락하며 신규 자금 조달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공모채 발행을 시작한 2016년 이후 매년 부채자본시장(DCM)에서 수천억원을 조달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공모채 발행 과정에서 설립 이래 최초로 대규모 미매각을 겪었다. 당시 개별민평금리보다 60bp 이상 높은 금리를 제시했으나 투심 확보에 실패했다. 모집금액이 3000억원에 달했으나 수요예측에서 500억원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5월 등급 조정 당시 "완성차 생산 차질과 주요 원재료인 알루미늄 가격의 상승과 운송비 증가 영향으로 영업수익성이 저하됐다"며 "원재료 가격 및 운송비 부담이 지속되어 있어 수익성 등 사업실적 개선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