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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윤 노란우산 CIO "과거와 다른 경기 침체, PEF 시험대 오른다"

②"보수적으로 운용 전략 수정 중, PEF도 위기 헤쳐 나갈 역량 필요"

감병근 기자  2022-11-02 07:46:13

편집자주

자본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대규모 양적 완화와 저금리로 유동성 파티를 즐겼지만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등 복합 변수가 터졌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운용사의 유동성 공급자(LP) 역할을 하는 기관투자가들의 고민도 커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확고한 투자 원칙을 토대로 만전을 기하며 위기와 함께 다가올 기회를 대비하고 있다. 더벨은 국내 주요 LP들의 현황과 투자 전략 등을 내밀히 살펴본다.
중소기업중앙회 산하 노란우산공제회는 2007년 설립 이후 사회적 안전망이 취약한 소기업·소상공인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최근에는 운용자산이 급격히 늘며 국내 최상위권 기관투자자로서 위상도 높아졌다.

이도윤 자산운용본부장(CIO, 사진)은 작년 기준으로 18조원에 육박하는 노란우산 자산 운용의 최종 책임자다.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본관에서 만난 그는 최근 불확실성이 커진 경제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고금리, 저성장 기조에 맞춰 자산 운용 전략을 보수적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중장기적으로 대체투자를 확대할 예정이지만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이 본부장은 고금리에 따른 이번 ‘유동성 가뭄’이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역량을 시험하게 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금리 인상 예상보다 더 오래, 더 높게 진행…보수적으로 전략 조정”

이 본부장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으로 장기간 경기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현 경제 상황을 진단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정책 변화(피펏) 기대감이 자본 시장에서 최근 완전히 사라졌다는 점 등도 경기 둔화가 장기화될 주요한 근거로 꼽았다.

이 본부장은 “금리 인상은 우리 예상보다 더 오래, 더 높게 진행될 것”이라며 “과거 금융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과는 다른 양상의 경기 침체로 근래에 몇 차례 경험했던 ‘V자’ 반등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긴축의 원인이 된 현재의 고물가는 금리 인상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등 비경제적 요인에 의해 의도대로 통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 본부장은 긴축이 지속될 경우 위험자산의 가격이 하락하고 신용도가 떨어지는 기업을 중심으로 크레딧 이벤트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최근 발생한 크레디트스위스, 강원도 레고랜드 관련 이슈 등을 예로 들기도 했다.

이 본부장은 주식, 채권 등 공모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조정이 조만간 대체투자를 핵심으로 하는 사모시장에도 닥칠 것으로 전망했다. 대체자산은 가치평가 주기가 길기 때문에 조정이 당장 반영되지 않고 있을 뿐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이러한 변화에 맞춰 전체 포트폴리오의 세부 운용전략을 보수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노란우산의 운용자산 가운데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채권의 경우에는 최고 신용등급 중심으로 장부가자산의 투자를 확대하고 위탁자산의 집행 타이밍을 재조정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대체투자의 분야에서는 프로젝트성 투자보다는 블라인드성 투자를, 지분(에쿼티)투자 보다는 대출형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이뤄진 대체투자 출자사업 가운데 VC 부문의 출자 규모가 전년 대비 축소된 것도 이러한 보수적 운용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이 본부장은 PEF 분야에서 블라인드펀드 투자 비중을 높이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도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블라인드펀드는 여러 자산을 담기도 하지만 프로젝트펀드와 달리 소진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특징이 있다”며 “최근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를 피하는 방안으로 블라인드펀드 투자가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세기 만에 찾아온 불황 사이클, PEF 운용사 시험대 오른다

이 본부장은 최근 찾아온 경기 침체가 2008년 금융위기나 최근의 코로나19 사태와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금리와 저성장이 공존하는 거시경제 환경은 1970~1980년대 이후 반세기만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자본 시장에서 이 같은 환경을 경험한 투자자는 드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집중적으로 설립된 PEF 운용사들이 체감하는 위기감은 더욱 클 수 있다고도 진단했다.

이 본부장은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향후 출자사업 등에서 경험이 풍부한 PEF 운용사가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관투자가 입장에서는 오랜 업력을 갖춘 대형 하우스가 현재 위기를 헤쳐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대체투자는 투자 후 환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출자자 입장에서는 현 상황에서 투자 실력과 경험을 충분히 가진 곳을 선별하는 게 중요하다”며 “경기 침체 사이클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갖췄다는 점을 어필하는 것이 PEF 운용사의 향후 펀딩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번 경기 침체가 PEF 운용사에게 큰 위기가 되겠지만 시장 질서 등이 재정립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운용사 옥석 가리기가 이뤄지면서 PEF 생태계 자체는 성숙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성과 보수 등 그동안 불합리한 측면이 있었던 PEF 관련 시스템들도 이번 시기에 손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PEF 운용사의 성과 보수는 하한과 상한이 없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호황기에는 이 같은 구조에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지만 불황기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본부장은 “호황기였던 최근에는 너무 많은 성과 보수가 문제가 됐지만 이제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이번 기회에 성과 보수 등에 대해 정교한 시스템이 시장에 정립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도윤 노란우산공제회 자산운용본부장(CIO) 프로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경영학과 석사
△미국 코넬대학교 대학원 경영학과 석사
△1990년 8월~1997년 8월 한국투자신탁 운용업무부
△1999년 6월~2001년 7월 한국투자신탁운용 채권운용부 팀장
△2001년 7월~2005년 2월 한국투자신탁증권 채권운용팀 팀장
△2005년 2월~2013년 1월 한국투자신탁운용 채권운용본부 본부장
△2013년 1월~2015년 12월 삼성자산운용 챙권운용본부 본부장
△2016년 10월~2020년 10월 경찰공제회 금융투자이사(CIO)
△2021년 6월~ 중소기업중앙회 노란공제회 자금운용본부장(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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