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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타워, 과거와 미래

허태수호 GS에서 존재감 키우는 지주사

⑦기존 자회사 관리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 첨병으로 역할 변화

조은아 기자  2022-10-24 15:30:21
GS

편집자주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로 대표되는 컨트롤타워 조직은 그간 적폐 취급을 받아왔다. 과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수많은 부작용을 낳아왔던 탓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의 시대, 그룹의 미래를 결정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의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더벨이 주요 그룹 컨트롤타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GS그룹 역시 LG그룹처럼 모범적으로 지주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GS는 2004년 출범한 뒤 순수 지주사로서 자회사 관리를 비롯해 지주사 역할을 꾸준히 해왔다.

다만 ㈜GS의 경우 ㈜LG보다는 컨트롤타워 성격이 옅은 편이었다. 이유는 다양하다. GS그룹 특유의 보수적 경영 기조를 꼽는 시각도, 높은 GS칼텍스 의존도를 꼽는 시각도 있다. 큰 존재감은 없었던 만큼 출범 이후 15년 동안 별다른 변화 없이 초기의 규모와 형태를 유지했다.

달라진 건 2019년 12월 허태수 회장이 그룹 회장에 오르고 ㈜GS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다. 시대의 흐름과 허 회장의 취임이 맞물리면서 15년 넘게 견고하게 유지됐던 조직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눈여겨 봐야 할 점은 규모가 커지고 위상 역시 높아졌지만 다른 그룹의 컨트롤타워와 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키우는 방향이 아닌 투자처 발굴에 그 방점이 찍혀있다는 점이다.

◇자회사 관리에 집중했던 과거, 상대적으로 옅었던 존재감

㈜GS는 과거 자회사를 최소한으로 관리한다는 지주사의 핵심 역할에만 충실했다.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공식적 지배력을 확보하긴 했지만 그룹 차원의 사업을 지주사가 주도해 추진하거나 계열사 경영에 관여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우선 GS그룹에서 GS칼텍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GS칼텍스가 중심이 되다보니 굳이 그룹 차원에서 추진할 큰 사업이나 계열사 간 조율이 필요한 사업이 거의 없었다.

GS그룹 출범 이후 계열사의 역량을 한 데 모을 만한 위기 상황이 없었다는 점 역시 영향을 미쳤다. 다른 그룹 컨트롤타워 조직이 출범한 이유를 살펴보면 IMF 외환위기 등 전대미문의 위기에 맞서 대응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곳이 대부분이다. 계열사 매각과 합병, 재무구조 개선 등 일련의 구조조정을 추진할 막강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2004년 출범해 그룹을 흔들 만한 위기를 겪지 않은 GS그룹에선 해당 조직을 구성할 필요성이 낮았다. 비슷한 맥락으로 그룹의 위기가 대부분 그룹 대부분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차지하는 GS칼텍스의 위기에서 비롯됐던 만큼 GS칼텍스 내부에서 해법을 찾은 경우도 많았다.

실제 GS칼텍스는 ㈜GS가 완전한 지배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GS칼텍스는 ㈜GS의 재무회계상 종속기업이 아닌 관계기업으로 분류된다. GS칼텍스의 최대주주는 ㈜GS가 100% 보유한 GS에너지로, 지분율은 50%다.

회계기준상 종속기업으로 분류할 충분한 요건을 갖췄으나 GS칼텍스의 또 다른 주요주주인 다국적 석유회사 쉐브론이 동률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종속기업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쉐브론은 GS칼텍스의 이사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반적인 경영은 GS그룹이 하고 있지만 주요 의사결정은 쉐브론 인력들과 함께 논의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다소 보수적이라고 여겨지는 GS그룹의 성향 역시 영향을 미쳤다. 그룹의 명운을 바꾸거나 사업구조 혹은 지배구조 대전환이 일어날 만큼의 투자나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GS의 존재감 역시 다른 그룹의 지주사 혹은 컨트롤타워와 비교해 그리 크지 않았다.

◇투자처 발굴 첨병 역할, 규모와 위상 모두 변화 중

㈜GS가 변화하기 시작한 건 2019년 말 허태수 회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이후 ㈜GS의 역할이 과거보다 많아지고 존재감 역시 눈에 띄게 커졌다. 허태수 회장 취임 전까지 15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던 ㈜GS의 규모와 조직이 지난 3년 사이 크게 바뀌었다.

㈜GS는 2004년 공식 출범했다. 이때부터 2019년 말까지 허창수 전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서 ㈜GS의 대표이사도 맡아왔다. 허창수 회장 체제 15년 동안 ㈜GS는 비슷한 규모와 형태를 유지해왔다. 출범 당시 임원(사외이사는 제외)을 포함해 전체 조직원 수는 25명 안팎이었는데 2019년 말에는 35명 수준이었다. 15년 동안 단 10명 정도만 늘어나는 데 그쳤다.

조직구조 역시 큰 변화가 없었다.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함께 대표이사를 맡고, 재무팀장, 업무지원팀장, 사업지원팀장 등 3명의 임원을 뒀다. 이는 지난해 허태수 회장이 조직개편을 통해 ㈜GS에 미래사업팀과 브랜드관리팀을 신설하기 전까지 그대로 유지됐다.


허 회장 취임 이후 일단 ㈜GS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2분기 말 기준 임직원 수는 68명에 이른다. 취임 3년도 되지 않아 2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대표이사를 제외하면 재무팀장, 업무지원팀장, 사업지원팀장 등 3명에 그쳤던 미등기 임원 수는 현재 7명으로 늘었다.

가장 큰 이유는 미래사업팀이 크게 확대된 데서 찾을 수 있다. 미래사업팀은 허태수 호(號) ㈜GS를 상징하는 곳이다. 기존 사업지원팀이 이름을 바꾼 곳이지만 단순히 이름만 바뀐 게 아니라 역할이 커지고 위상도 높아졌다. GS그룹 4세 가운데 유일하게 지주사에 몸담고 있는 허서홍 부사장이 팀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남다른 곳이기도 하다.

미래사업팀은 인수합병(M&A)을 비롯한 신사업 발굴과 미래 전략 등을 담당하며 GS그룹의 '브레인' 역할을 한다. 허 부사장은 2006년부터 GS홈쇼핑 신사업팀에서 신사업 발굴, 전략 수립 등을 담당하며 허태수 회장과 2년여 동안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현재 미래사업팀 소속 임원만 허서홍 부사장(미래사업팀장)을 포함해 4명이다. 기존 허서홍 부사장, 곽원철 상무, 황재웅 상무에 더해 지난해 말 새롭게 DB투자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출신인 구자용 상무도 합류했다. 전체 임원 7명 가운데 미래사업팀 임원만 4명이다.

앞으로도 허태수 회장의 GS그룹에서 지주사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를 통해 그룹의 먹거리를 찾는 건 물론 그룹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비롯해 조직문화 개선 등의 역할도 주도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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