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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거래소 상장법칙

업비트, 높은 해외코인 비율…초기 전략 이어가나

②비트렉스와 2년 제휴 영향, 단독운영 이후에도 해외코인 위주 상장 기조 지속

노윤주 기자  2022-09-30 17:35:58

편집자주

원화거래를 지원하는 5대 가상자산거래소가 DAXA 협의체를 통해 마련한 공동 상장규칙을 시범 적용했다. 지금까지는 서로 다른 규정에 따라 각자 상장을 진행했지만 테라-루나 사태로 불거진 상장규칙 통일 요구에 최소한의 공동 대응책을 마련한 것이다. 투자자는 보호하면서 상장종목 일률화는 방지하겠다는 게 협의체 취지다. 5대 거래소가 공개한 상장방침부터 각사에 상장된 코인의 특징을 살펴본다.
업비트는 상장 종목 중 해외코인 비중이 유독 높은 거래소 중 하나다. 거래소 오픈 초기 원활한 거래 제공을 위해 해외 대형거래소인 비트렉스와 오더북 공유를 했었는데 제휴를 끝낸 지금까지도 그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이다.

일각에서는 지분관계가 직간접적으로 엮인 국내 기업들이 가상자산을 발행하면서 이해상충 문제로 상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코인 대표주자라 불리는 카카오의 클레이(KLAY)를 5대 거래소 중 유일하게 업비트만 상장하지 않고 있는 것도 지분관계 때문이다. 가상자산 시장이 완벽히 제도화되지 않은 만큼 1위사인 업비트의 조심스러운 상장행보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코인 비중 20%…운영 초기 해외 거래소 제휴 영향 받아

현재 업비트 원화마켓에는 총 110개의 가상자산이 상장돼 있다. 이 가운데 일명 '김치코인'이라 불리는 국내 기업 발행 코인은 22개에 불과하다. △메타디움 △보라 △엠블 △무비블록 △플레이댑 △피르마체인 등이 국내 코인에 속한다. 코인을 발행한 법인은 해외에 있지만 실제 사업을 진행하는 주체는 국내 소재인 곳들이다. 나머지는 88개는 해외 프로젝트가 만든 코인이다.



업비트는 거래소 문을 연 2017년 10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약 2년간 비트렉스와 제휴했었다. 원화마켓은 업비트가 자율적으로 운영해 왔지만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 마켓 등 코인간 거래에서는 비트렉스와 오더북을 연동했다.

비트렉스에 상장되는 종목이 업비트 코인마켓에도 자동 상장되는 구조다. 이를 통해 업비트는 국내 최다 종목 상장 거래소라는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었다. 2017년에는 국내 코인이 몇 개 없던 상황이라 자연스레 제휴사 영향을 받아 해외코인을 다수 상장시켰다. 당시 경쟁사였던 빗썸의 상장 종목수는 20개 내외에 불과했다.

제휴 종료 후 자체 상장 비중을 늘려가면서 국산 코인 비중도 정비례하게 높아지는 듯 했다. 그러나 특정금융거래법(특금법)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앞두고 대거 상장폐지를 단행하면서 국내 코인 비중이 다시 줄었다.

첫 번째 상폐는 지난해 6월 초였다. 마로, 페이코인, 퀴즈톡이 원화마켓에서 삭제되고 비트코인 마켓에만 남게 됐다. 비트코인 마켓에서 거래할 수 있지만 거래량이 미비해 사실상 상폐와 같은 수순이다.

이후 진행한 2차 상폐 대상에 트웰브쉽스, 피카, 픽셀, 아이텀 등 국내 코인이 포함되면서 해외 코인 비중은 더욱 커졌다. 업비트가 올해 원화마켓에 상장한 코인은 스테픈, 셀로, 아발란체, 위믹스 4종이 전부다. 이 중 국내 코인은 1월에 상장한 위믹스 단 하나다.



◇'잡음 방지'…이해관계 얽힌 코인 상장 안 해

국내 코인 발행사 중에서는 유독 업비트와 이해관계가 얽힌 곳이 많다. 특금법에서 자사 또는 특수관계자가 발행한 코인의 상장을 금지하고 있다. 여기서 특수관계자는 지분율 30% 이상 보유 또는 유의미한 영향력을 끼치는 자로 규정한다.

국내 코인 중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클레이를 상장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카카오는 두나무 보유 지분 10.9%를 갖고 있는 3대주주다. 그러나 클레이 발행 당시에는 22.5%의 지분을 가진 2대 주주였고 이사회에 참여하는 전략적투자자였다. 카카오가 두나무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끼친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현재는 지분율이 절반 가까이 줄었고 카카오가 재무적투자자로 남기로 하면서 영향력은 없어졌다. 이사회 구성에서도 카카오 인사를 제외했다. 변동 후 9개월이 지났음에도 클레이를 상장하지 않으면서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페이코인 원화마켓 삭제에도 지분관계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양사는 내부규정이라는 설명외 구체적인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업비트 관계자는 "구체적인 상폐 이유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페이코인의 지분관계가 상폐 원인은 아니다"고 밝혔다. 같은 시기 삭제된 마로(MARO)는 두나무앤파트너스가 초기투자한 프로젝트다. 이해관계가 삭제 이유로 거론됐다.

업계에서는 명확한 규정이 생기기 전까지 업비트의 상장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대거 상폐 종목 중 국산 코인 대다수가 포함돼 있던 것에서 업비트의 의도가 엿보인다"며 "규제에 저촉될 여지조차 남기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산 코인에 엄격한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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