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가는 SK온이 국내 증권사와 시중은행 등 국내 금융기관들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상반기 내로 끝내려 했던 프리IPO 작업이 계획보다 연기되면서 자금 유동성을 위해 '크레딧 라인(Credit Line)' 확보에 한창이다.
SK온은 이달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금융기관 차입 한도를 기존보다 1조5997억원 늘어난 3조4697억원으로 늘렸다고 공시했다. SK온은 실제 차입 금액은 승인 한도 내에서 향후 자금 소요에 따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온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와 함께 국내 배터리 3사로 꼽힌다. 배터리 시장 확대로 시장 점유율을 점하기 위해서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 분할됨에 이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연 초 밝힌 올해 자본적지출(CAPEX) 규모는 약 4조원이다.
SK온은 원래 분할 후 기업공개(IPO)를 계획했지만 시장 상황 악화 및 소액투자자 반발 등의 이유로 프리IPO로 방향을 선회했다. 상반기 내로 프리IPO 작업을 마무리해 자금을 유입시키겠다는 것이 애초의 계획이었지만 시장 반응이 여의치 않아 여전히 완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SK온은 올해 초부터 국내 자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 3월 말 SK온은 국내 증권사들을 상대로 자금을 모집했다. 증권사들로부터 취득한 차입 한도(크레딧 라인)는 무려 2조2200억원이었다. 증권사들은 몇 년 후 진행될 IPO 작업을 고려해 SK온에 앞다퉈 대출 한도를 제시했다고 전해진다. 이중 SK온이 실제 집행한 차입은 약 1조8700억원이다.
최근 확보한 크레딧 라인의 출처는 국내 시중은행이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주거래은행인 KEB하나은행을 비롯해 국내 시중은행들이 SK온에 손을 내밀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배터리 업체들의 경우 생산 능력만 갖춰지면 바로 돈을 벌 수 있는 시장 환경 속에 있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는 어떻게든 자금을 끌어모아 적시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면서 "회사 측에 불리한 조건으로 프리IPO를 진행하기 보다는 시간적으로 자금 미스매치가 발생하더라도 국내 금융기관에서 자금력을 끌어모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 조달의 메인 이벤트가 될 프리IPO의 경우 SK온은 최대한 목표 조달액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고수 중이다. 경영진을 비롯해 대주주인 SK이노베이션 경영진들 역시 무리하지 않고 제대로 된 몸값을 책정받는 것을 IPO의 우선 순위로 정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온의 프리IPO에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그룹, 싱가포르투자청, 블랙록 등 외국계 투자자들이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협상 초반과 달리 미국 기준금리 상승을 비롯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대외 변수가 커지면서 투자자와 회사 간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SK온 관계자는 "올해 CAPEX 집행에 필요한 자금 외 필요한 운영자금 등을 위한 차입 한도 확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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