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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이면 코스닥 상장사들의 소속부 변경 공시가 쏟아진다. 2022년 5월 기준 전체 1554개 코스닥 상장사 중 442개사(28%)가 우량기업부에 이름을 올렸다. 71개사가 우량기업부로 승격했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를 우량기업부, 벤처기업부, 중견기업부, 기술성장기업부로 분류하고 있다. 기업규모, 재무요건 등을 충족한 기업만 우량기업부에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심사 기준 외에 우량기업부에 소속된 개별 기업들의 면면은 드러나지 않는다. 더벨은 새롭게 우량기업부 타이틀을 거머쥔 기업들의 사업, 재무, 지배구조를 들여다본다.
방산업체 '빅텍'의 지배구조는 단순하다. 2003년 코스닥 상장 이후 20여 년간 창업자인 박승운 회장이 유일한 5% 이상 주주였다. 그동안 뚜렷한 2대주주가 없었지만 분기보고서(22년 3월 31일) 기준일 이후 라이노스자산운용을 상대로 2회차 CB를 발행하며 상장 후 처음으로 기관투자자가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박 회장은 상장 당시 40%대의 지분을 보유했지만 자본 조달 과정에서 지분율이 희석됐다. 여기에 최근 2년간 보유 주식을 정리하며 박 회장의 지분율은 26%대까지 내려앉았다. 통상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지 않으면 임원이나 친인척 등의 특수관계인이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는데, 임직원 등의 우호 지분도 없는 상태다. 최대주주로서 지분율이 낮은 편이지만 창업자로서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있는 만큼 지배력은 굳건해 보인다.
빅텍의 최대주주는 올해 3월말 기준 지분율 26.35%를 보유한 박승운 회장이다. 한국증권금융이 보유 중인 5.5%의 지분율은 회사와 무관하다. 개인투자자들이 신용 공여를 통해 거래한 물량인 탓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빚투(빚내서 투자)'를 진행할 때 증권사가 한국증권금융에서 빌린 돈으로 신용 거래를 터주기 때문에 한국증권금융이 보유한 것으로 표기된다. 증시에서 개미 투자자들이 빅텍의 주식을 살 때 빚을 내서 산 비중이 전체 주식수의 5.5%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빅텍은 LG이노텍 출신 박승운 회장이 1990년에 설립한 회사다. 초기에는 군(軍) FM무전기용 PS(전원공급장치)를 만들었다. 전원공급장치는 전원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부품이다. 또한 야전이동 전화교환기용 PS, 포격목표 자동설정 장치용 PS등 여러 가지 군용 PS제품을 제조했다. 전원공급장치를 개발해 설립 초기 회사 기반을 다졌다.
전원 장치를 시작으로 박 회장은 꾸준한 R&D를 통해 전자전시스템, 정보감시시스템, 고전압전원공급장치 및 공공자전거시스템 등을 개발하며 방위산업에서 빅텍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박 회장은 2003년 상장 당시 지분율이 42.56%였다. 박 회장의 친인척 및 임원 등의 특수관계인의 지분까지 합치면 48.35% 수준이었다. 전체 주식의 절반 가까이 보유하면서 지배력이 탄탄했다. 상장 후에도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을 늘리며 경영권 안정화에 힘썼다. 2004년에는 박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50%를 넘기도 했다.
2008년 잠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했다. 2011년 경영에 다시 복귀하며 정체됐던 민수 사업 매출 확대 및 경쟁력 강화에 앞장섰다. 빅텍은 이때 박승운·이용국 각자대표체제로 전환했다. 2009년 빅텍이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박 회장의 지분율은 33%대로 내려왔다. 이용국 전 각자대표의 지분율은 0.9%였다. 배우자인 이영옥 씨가 2%대, 박승운 상무(현 전무)가 0.21%를 보유해 최대주주측 지분율은 36%대였다.
빅텍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긴 건 2016년부터다. 2016년 초에 특수관계자들이 지분을 털면서 박승운 회장만 주주명단에 남았다. 지분율은 33.1%였다. 2019년까지 변동이 없다가 2020년 1월 박 회장이 보유 주식 중 36만2650주를 주당 4546주를 매도해 16억4860만원을 손에 쥐며 지분율은 28.49%로 축소됐다.
박 회장의 지분 매도 후 1회차 CB의 전환시기가 도래하며 임원들이 콜옵션을 행사했다. 당시 박 회장을 제외한 이용국 부회장, 양홍선 전무, 임현규 전무, 박승무 상무가 전환 사채를 인수해 주식으로 전환했다. 2020년 3월 말 기준 박 회장 지분 27.9%에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포함해도 총 지분율은 29.9%에 불과했다.
2020년 7월 박 회장도 콜옵션을 행사하며 28.49%였던 지분율을 30%대까지 끌어올렸다. 다만 박 회장을 제외한 임원들이 콜옵션을 행사해 받은 주식을 처분하며 우호 지분은 남아있지 않았다. 30%대 지분율마저도 박 회장이 2021년 초 112만1917주를 매도하며 26%대로 내려앉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빅텍은 박승운·이용국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마치고 임만규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 이용국 각자 대표는 지분을 처분하며 임원 자리에서도 물러났고 박 회장은 최대주주이자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으로 주주 목록에 언급됐지만 지분을 정리한 임원들이 여전히 상근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라이노스자산운용을 대상으로 빅텍이 150억원 규모의 2회차 CB를 발행한 만큼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될 이벤트는 또 남아있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25% 이하가 되면 주주총회 등에서 안건 통과에 제약받을 수 있다. 발행 당시 CB 권면총액의 25%를 콜옵션으로 건 이유로 보인다. 박 회장은 향후 콜옵션을 행사해 지배력을 굳건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조건에서 콜옵션을 행사하면 최대주주 지분율을 28%까지 지분율을 올릴 수 있다.
빅텍 관계자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25% 이하로 내려갈 경우 상당한 제약이 생기기 때문에 그 지분율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최대주주도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2회차 CB도 지분율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콜옵션을 행사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