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투자설명회(IR)의 백미 중 하나는 IR담당자들과 투자자들의 대화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궁금한 점을 묻고 IR담당자들이 답하는 구조다. 질의응답 특성상 기업이 자사에 유리한 정보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민감한 정보들이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많은 투자자가 기다리는 순서인 이유다.
다만 기업들은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민감한 정보를 드러냈다 하더라도 투자설명회에 참여하지 않은 투자자들에게까진 해당 정보가 알려지지 않길 바란다. 많은 기업이 투자설명회를 마친 뒤 자사 홈페이지에 투자설명회 발표 자료를 공개하면서도 투자자들과 대화는 공개하길 꺼리는 것도 이러한 속사정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반적 흐름과 반대되는 모습을 보이는 기업이 있어 주목된다. 바로 스튜디오드래곤이다. 2017년 11월 코스닥에 상장한 스튜디오드래곤은 2022년 5월12일 기준 시가총액 2조3831억원으로 코스닥에서 11번째로 큰 종목이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K-드라마' 열풍의 진원지 중 한 곳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올해부터 자사 홈페이지에 투자설명회에서 가진 투자자들과의 대화를 PDF파일 형식 문서로 공개하고 있다. 매 분기 실적 발표를 겸한 투자설명회에서의 대화가 아닌(이 대화는 음성 파일로 공개하고 있다), 상시로 진행하는 NDR과 같은 투자설명회에서 대화를 공개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이를테면 올해 2월과 3월에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총 3번의 투자설명회에서 투자자들의 질문에 답한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해까지 발표 자료만 공개했던 데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해당 투자설명회에 참여하지 않은 투자자들도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인 '넷플릭스와의 계약 연장 여부'에 대해 알 수 있게 됐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스튜디오드래곤은 "넷플릭스와 현재 재계약 논의 중"이며 "당사 콘텐츠의 글로벌 위상이 강화된 만큼 협상력 발휘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넷플릭스와 2019년 11월에 2023년 1월1일까지 콘텐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넷플릭스는 스튜디오드래곤의 지분 4.99%를 매입하며 '혈맹' 관계를 구축했다. 이는 양사에 모두 '윈-윈'이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전 세계 1위 OTT인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자군을 넓혔고, 넷플릭스도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한 '오징어게임'과 '스위트홈' 등을 통해 디즈니플러스 등 경쟁사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이달 13일부터 16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NDR을 진행한다. 이번에도 넷플릭스와의 재계약 협상, 넷플릭스 외 다른 OTT와 계약 협상 등에 대한 질의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 3월 투자설명회에서 관련 질의에 "(다른) OTT와도 오리지널, 동시 방영, 구작 판매 등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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