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코스닥 상장사 IR 팀장은 회장님의 연락을 피하고 있다. 전화번호는 차단했다. 더 이상 회장과의 소통을 원치 않는다는 그는 부하 직원을 통해서 집요히 연락이 오고 있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창업주인 회장과 IR 팀장, 이 둘의 기묘한 관계는 어떻게 시작된 걸까.
회장은 최근 회사를 처분했다. 법인 설립 25년여만이다. 동일한 제조 사업을 영위하는 업계 후배에게 지배지분을 넘겼다. 보유분의 60%대 물량을 넘기며 대주주 자리에서 내려왔지만 아직까지 회장이자 사내이사직은 유지 중이다. 유효한 수준의 지분이 여전히 그의 수중에 있다.
회장은 평소 엑시트 상황을 가정하며 몇몇 직원에게 "3장만 받았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사업 초창기 때부터 오랜 기간 동고동락해 온 인원이 많았던 영향인지 회장의 속내를 아는 직원이 꽤 됐다. 20년 이상 근속 직원이 올해로 정확히 40명이다. 전체 재직 인원으로 보면 30%에 달한다.
회장은 결과적으로 자신이 희망했던 금액보다 2장 더 많은 500억원대 자금을 손에 쥐었다. 잔여 지분을 고려하면 금번 거래 양도가액 기준 최소 3장을 더 받을 수 있는 여지가 남았다.
성공적 엑시트를 마친 그는 장기근속 직원들에게도 마음을 표현했다. 각각 4000만원 규모의 제한조건부주식(RSU)을 4년 조건을 걸어 지급했다. 향후 2년씩 더 근속할 때마다 RSU를 2000만원씩 주는 조건이다.
처음 받아 보는 새로운 보상이지만 직원들의 마음은 썩 달갑지 않다. 오히려 사기가 꺾인 쪽이다. 경영권을 넘겨받은 지배주주도 이런 상황이 난감하다. 상장사 대주주로 이것저것 추진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핵심 인원들이 잘 따라주지 않는다. 보상에 대한 불만, 자리가 보전되지 않을 것이란 불안 등 여러 감정이 뒤섞였다.
IR 팀장은 "새로운 젊은 대표(대주주)가 그간 없던 회사 굿즈 제작이나 홍보 조직 신설 등 정책을 추진코자 하는데 임원들의 반응은 썩 시원찮은 상황"이라며 "중간에 껴서 이들 간 간극을 좁히려 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회장은 앞으로 최소 3장을 더 챙겨 나갈 수 있을까. 이미 기업 가치 관리라는 대의가 동료들의 마음속엔 희미해졌다. IR 팀장에 대한 집요한 연락은 회장의 불안한 마음을 대변한다.
RSU가 구성원의 장기근속과 성과 창출을 독려하는 수단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보상은 타이밍이 다소 어긋난다. 20년 넘는 기간 회사의 성장에 기여해 온 직원에겐 보다 직접적인 보상이 더 알맞다. 보유한 5%대 자기주식을 지급하거나 스톡옵션, 상여 등을 제공하는 식이다. 조건을 내건 보상이 머리 센 동료들에게 얼마나 와닿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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