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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륜진사갈비의 '변신을 위한 용기'

최은수 기자  2024-11-12 07:45:11
기업활동을 가장 적확하게 보여주는 지표로 현금흐름이 꼽힌다. 자산이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주고 양호한 현금흐름은 거지 꼴을 면하게 한다는 투자업계 격언도 있다.

국내 유통업계에서도 한 기업의 상황을 유추할 때 비슷한 개념으로 미트 플로(Meet flow), 즉 고기의 유통 흐름을 따진다. 국내 정서상 고기에 쌈이 빠질 수 없듯 고기와 함께 소비되는 식재료도 많은데 고기에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대표적인 돼지고기를 포함한 국내 육류소비량은 '규모의 경제'를 이룰만큼 충분히 거대하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산 고기를 뜻하는 한돈이나 한우만으론 국내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기 어렵다. 국내에서 연간 육류 총소비량은 전 세계 4위권이다. 이것도 놀라운데 1인당 연간 소비량으로 보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2021년엔 32kg을 먹어치운 베트남에 이어 1인당 31kg을 기록해 2위에 자리한다. 코로나19 종식 후엔 증가세가 한층 가파라졌고 이제는 세계 1위에 자리했으리란 전망도 속속 나온다.

명륜진사갈비 브랜드를 보유한 명륜당은 거대한 미트 플로에 발을 담그고 고기 유통과 소비에 일조하는 주요 플레이어다. 그간 해외에서 들여왔다 해도 충분히 질 좋은 고기를 양껏 먹을 수 있단 매력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했고 뷔페 사업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직면하고 외식사업이 전체적으로 주춤했을 때 타격을 입었다. 심지어 팬데믹 이후 반등기에도 올라타지 못했다. 반등의 시류가 파인다이닝 등의 고급화로 이어졌지 고기뷔페론 향하지 않았다. 작년 명륜당이 고기를 공급하는 주요 유통체인 태경농산 등을 통해 발주한 고기량은 초호황기인 코로나19 직전에 대하면 절반 수준이다.

분명 명륜당 매장은 올해 600호점을 돌파하면서 외연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숨어 있는 고기 흐름을 살펴보면 매년 다운사이징을 위한 움직임을 계속했단 뜻이다.

명륜당이 매출에 가장 중요한 부분인 미트 플로를 극단적으로 줄이면서 시도한 변화는 무엇일까. 최근 뷔페식이긴 하나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샤브샤브 브랜드 '샤브올데이'를 새롭게 론칭했다. 그리고 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 포레스트파트너스에 구주와 신주를 섞어 경영권을 양도하기 위한 배타적 협상을 진행 중이다.

다만 이 경영권 양수도 이슈를 악화한 사업을 두고 창업주가 엑시트하는 것으로 보는 건 어폐가 있다. 명륜당의 고기 흐름은 앞서 새로운 샤브샤브 브랜드를 론칭한 이후 다시 늘어나는 중이다. 지금까진 눈물을 머금고 미트 플로를 억제하면서 가난을 면했다면 이제부턴 진짜 반등을 위한 변곡점에 섰다. 또 반전을 위한 마중물 확보도 눈앞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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