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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D, 'JY 디스플레이' 13조 투자 지연 불가피

QD 사업 적자 계속, 차세대 제품 출시 등 로드맵 흔들

김도현 기자  2024-11-21 15:05:38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사업 확장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을 철수하고 야심차게 퀀텀닷(QD) 디스플레이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서다. 성장 속도도 예상보다 더딘 편이다. 이에 따라 당초 세운 투자 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멈춰버린 QD 투자 시계, 전방산업 부진 발목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QD 투자 시계는 멈춘 상태다. 장비 협력사들과 세부적인 논의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9년 10월 차세대 프리미엄 TV 시장의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QD 디스플레이 투자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2025년까지 관련 생산시설 구축 및 연구개발(R&D)에 13조1000억원 투입할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QD디스플레이는 기술 개발 초반만 해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면서 'JY 디스플레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장기간 적자 탈출에 실패한 LCD의 대안으로 기대를 받기도 했다. 5년이 지난 현재 QD디스플레이 키우기 구상은 사실상 이행하기 어려워진 상태다.

일단 프로젝트 착수 약 2년 만에 QD 기술이 접목된 Q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양산에 돌입한 뒤 초기에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성능 등 이슈로 애를 먹었다. 다만 문제점들을 빠르게 개선하면서 모니터, TV 등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전방산업이 부진하다는 점이다. 더불어 비대면 특수 효과가 사라지면서 QD-OLED 장착 기기 판매가 감소했다.

또 다른 악재는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W)OLED를 채택한 부분이다. 삼성전자가 OLED TV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으나 QD-OLED와 WOLED를 공존시키면서 상대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 수혜가 덜했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횡전개에 속도가 붙지 못하면서 투자 일정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증설이 없던 배경이다. 결과적으로 내년까지 13조1000억원을 쏟는 건 사실상 불가한 상태다.

실적도 다소 아쉽다. 적자 폭을 꾸준히 줄여가고는 있지만 흑자 전환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허철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지난달 진행한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대형 사업은 TV와 모니터의 견조한 수요 바탕으로 전기 대비 판매량은 증가했지만 실적은 다소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공세에 밀린 LCD를 대신해서 중소형 OLED 의존도를 낮춰줘야 할 QD-OLED가 제몫을 못하고 있는 셈이다. 관련 낙수효과를 고대하던 협력사들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제자리걸음 QD, 중소형 OLED 캐파 증대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사업의 경우 생산효율 향승을 통해 주요 고객의 4분기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내년 신제품 준비도 한창이고 매출처 다변화 차원에서 QD-OLED 모니터 범위를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영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QD-OLED는 기존 OLED와 큰 차별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LG디스플레이의 WOLED와 달리 블루 소자를 발광원으로 두는 등의 차이는 있지만 근간이 OLED라는 점이 핵심이다.

결국 유기물에서 무기물로 발광원을 바꾸는 등의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R&D가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QD-LED 등 차세대 콘셉트의 제품을 선보이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QD-OLED 투자가 잠정 중단된 것과 달리 중소형 OLED는 경쟁사 대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일단 가장 먼저 8.6세대 정보기술(IT)용 OLED 투자에 돌입했다. 2026년 양산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폴더블을 포함한 중소형 OLED 캐파도 증대가 예상된다. 내년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라인업을 늘리는 데다 IT 기기 내 OLED 침투율이 높아진 데 따른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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