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은 세방전지를 비껴나갔다. 배터리 기업들이 저조한 수익성으로 골머리를 앓는 동안 세방전지는 매년 성장세를 이어갔다. 연축전지 분야에서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 약 50%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에 힘입어 영업이익률도 꾸준히 증가했다. 이에 따라 '경영성과'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으며 이사회 평가 총점을 끌어올렸다.
다만 세방전지는 이사회 경영 측면에선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총자산 2조원을 넘지 않아 상법상 이사회와 관련된 의무가 가볍다는 점을 이용해 이사회를 제대로 구성하지 않고 있다. 특히 사외이사 비율이 과반을 넘지 않고 이사 추천 과정이 투명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지배구조 아쉬워···평가체계 미비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세방전지는 255점 만점에 140점을 받았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를 기준으로 이사회 운영 및 활동을 분석했다.
세방전지는 '평가개선프로세스' 항목에서 35점 만점에 13점, 평점 5점 만점에 1.9점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받았다. 한국ESG기준원은 세방전지의 ESG등급을 C로 평가했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 세 영역 모두 C를 받으며 '2024 이사회 평가' 점수가 낮아졌다.
이사회에 대해 외부평가나 내부평가를 수행하지 않는 점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 세방전지는 이사회 활동에 대해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없다.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평가도 시행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평가 결과를 주주들에게 공개하거나 재선임에 반영할 수도 없다.
'구성' 항목은 45점 만점에 19점, 평점 5점 만점에 2.0점을 기록했다. 이사회 구성원 8명 중 사외이사는 3명이라 과반을 넘기지 못했다. 또 선임사외이사 없이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없어 이사회 독립성이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 외 소위원회가 없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세방전지는 별도 기준 총자산 2조원 미만의 상장사다. 상법상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별도 소위원회를 설치할 의무가 없다.
'견제기능' 항목의 점수는 45점 만점에 20점, 평점은 5점 만점에 2.2점을 기록했다. 이사회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가 전반적으로 미비한 탓이다. 세방전지는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부적격 임원의 선임 방지를 위한 정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 또 이사 추천 관련 정보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아 비교적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전기차 캐즘에도 경영성과 '최우수'
세방전지는 '참여도' 항목에서 40점 만점에 23점, 평점 5점 만점에 3.1점을 받았다. 지난해 이사회는 총 13번 개최됐으며 평균 참석률은 87.5%를 기록했다. 또 감사위원회 회의가 5번 개최해 긍정적 평가로 이어졌다.
'정보접근성' 항목에서는 30점 만점에 18점, 평점으로는 5점 만점에 3점을 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홈페이지에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이사회와 개별 이사의 활동 내역을 공시해 만점을 받았다.
눈에 띄는 부분은 '경영성과' 항목이다. 세방전지는 55점 만점에 47점, 평점 5점 만점에 4.3점을 받았다. 11개 평가지표 중 9개가 만점이었다. 재무체력이 튼튼하다. KRX평균 부채비율이 91.96%인데 반해 세방전지는 37.16%에 불과하다. 순차입금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실적도 긍정적 평가에 영향을 줬다. 전기차 캐즘으로 경쟁사들이 매출 감소, 영업손실을 겪는 동안 세방전지는 우수한 실적을 냈다. 매출성장률과 영업이익성장률이 각각 14.37%, 60.21%를 기록했다. KRX300 평균이 각각 4.7%, 마이너스(-) 2.42%인 걸 감안하면 우수한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