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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양수도와 자산 양수도, 기업 인수, 기업공개(IPO) 등 굵직한 재무적 이벤트의 관건은 사고 팔고자 하는 것의 가치를 매기는 작업이다. 자산 가치법과 시장기준 평가법, 수익가치 평가법 등 기업은 여러 밸류에이션 방법론을 자율적으로 택한다. 한 기업이 어떤 밸류에이션 방법론을 택했는지, 피어(Peer) 기업은 어떻게 선정했는지 등은 높은 몸값을 받으려는 기업들의 치밀한 재무 전략의 일종이다. THE CFO는 기업이 재무적 이벤트 과정에서 실시한 밸류에이션 사례를 되짚어봤다.
기초 화학물질 생산 기업인 대한유화는 석유화학 시황 악화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연간 에틸렌 90만 톤과 프로필렌 56만 톤 등 국내 기초유분 생산에 '메인 플레이어' 중 하나지만 최근 업황 악화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대한유화의 자산총계는 올해 상반기 말 연결 기준 2조4304억원 규모다. 대한유화의 실적과 사업 전망, 또 최근 닥쳐온 불황기에 대한 대응책 등을 살펴보기 전에 대한유화라는 기업집단이 어떻게 구성돼있는 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대한유화는 별도 기준 자산총계 2조2588억원으로 사실상 대한유화가 본체다. 종속기업으로는 산업용 가스 제조 및 판매업을 담당하는 '코리아에어텍'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코리아에어텍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263억원이다. 자산총계는 상반기 말 기준 856억원이다.
공동기업과 관계기업도 보유하고 있다. 공동기업으로는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KPIC DAWN(SHANGHAI) POLYMER와 43.59%를 보유하고 있는 오드펠터미널코리아가 있다. 각각 올 상반기 말 장부가액으로 241억원, 410억원이다. 관계기업으로는 2009년 12월에 설립된 전자부품 및 자동차 부품 기업 '한주'의 지분 49.24%를 보유하고 있다. 한주의 상반기 말 장부가액은 1730억원이다.
자회사들이 있지만 이 기업집단의 핵심은 역시 대한유화다. 다만 지배구조도 상 대한유화 위에는 하나의 기업이 더 있다. '케이피아이씨코포레이션(KPIC코포레이션)'이다.
오너인 이순규 회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 및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대한유화 지분은 39.14%다. 이중 대부분인 31.01%를 KPIC코포레이션이 가지고 있다. KPIC코포레이션은 이순규 회장이 지분 89.19%를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 개인 비상장사다.
즉 대한유화의 소유 구조는 '이순규 회장 및 오너 일가→KPIC코포레이션→대한유화→기타 자회사'로 돼있다. 오너 일가가 상장사를 직접 보유하는 구조가 아닌 비상장사를 통해 지배하고 있는 '옥상옥 구조'다.
KPIC코포레이션은 2005년 3월 28일 설립된 회사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순규 회장은 설립 당시부터 KPIC코포레이션의 최대 주주였다. KPIC코포레이션의 2007년 매출은 905억원이었지만 작년 매출은 2조5877억원까지 늘었다.
KPIC코포레이션은 철저히 내부거래로 성장한 기업이다. 대한유화에서 생산한 기초유분 제품을 매입해 운송하고 교역하는 데에서 매출이 발생한다. 대한유화 매출에 일정 부분의 수수료가 붙어 KPIC코포레이션의 매출이 발생한다.
이 현상은 설립 이후 현재에도 '진행형'이다. 작년 KPIC코포레이션이 대한유화로부터 매입한 물량의 가치는 총 1조4587억원이다. 별도 매출원가가 1조5258억원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대한유화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대한유화의 별도 매출 1조3950억원 중 KPIC코포레이션향 매출이 7943억원을 차지했다.
KPIC코포레이션의 설립은 이순규 회장 오너십 구축에 핵심적인 요소다. 2011년 별세한 고(故) 이정호 명예회장은 대한유화의 지분을 후계자인 이순규 회장에게 증여하는 것이 아닌 대한유화 계열의 '유니펩'과 'KPIC코포레이션'에 증여했다. 개인이 지분을 증여받으면 증여세가 나오지만 기업이 증여받으면 증여세가 아닌 법인세가 부과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세율도 증여세는 최고 50%까지 나오지만, 법인세는 25%까지밖에 나오지 않는다.
물론 현재 이런 '꼼수'는 먹히지 않는다. 상속세및증여세법 제45조의5에 따르면 지배주주가 직·간접적으로 지분 30%를 보유한 법인이 지배주주의 특수관계인 등에게 지분을 증여받을 경우 특정법인의 지배주주가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 즉 증여세액이 적용된다는 뜻이다.
당시에는 이런 법령이 적용되지 않았던 시기였으므로 KPIC코포레이션은 2013년 유니펩을 흡수합병하면서 대한유화의 최대주주 지위에 올라선다. 현재의 옥상옥 지배구조가 완성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