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대명소노그룹은 상조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대명스테이션 선수금을 사업 다각화 투자와 계열사 유동성 지원에 썼다. 호텔·리조트 체인을 운영하는 소노인터내셔널은 대명스테이션 단기차입금을 보태 티웨이항공 2대주주 지분을 샀다. 기업 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MRO) 사업을 펼치는 대명소노시즌은 대명스테이션 덕분에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만기를 늘렸다.
대명소노그룹은 계열사 사이 대여·차입 거래를 활용해 투자활동을 전개하고, 차입금 만기에도 대응한다. 자본 잠식이지만 현금 창출력을 보유한 대명스테이션(지난해 말 별도 기준 자본총계 -1676억원)이 유동성을 계열사로 나눠준다. 대명스테이션은 상조 상품 계약에 따라 소비자가 매월 불입하는 금액이 선수금(부금예수금)으로 쌓인다. 상조 업체는 선수금 50%를 보전하면 보전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자금은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다. 지난해 말 대명스테이션 부금예수금은 1조2126억원이다.
대명소노그룹은 올해 항공사 두 곳 지분을 인수했다. 그룹에서 자산 규모가 가장 큰 소노인터내셔널(지난해 말 별도 기준 자산총계 3조5085억원)이 먼저 움직였다. 소노인터내셔널은 지난 6~8월 1441억원을 들여 티웨이항공 2대주주 지분(16.77%)을 확보했다. 자기자금 941억원과 대명스테이션 단기차입금 500억원(이자율 4.6%)을 투입했다. 대명소노시즌도 지난 8월 자기자금 709억원을 써서 티웨이항공 지분 10%를 확보해 특별관계자로 묶였다.
소노인터내셔널은 투자 계획과 자체 현금 창출력을 고려해 대명스테이션에서 투자 운용 자금을 빌렸다. 소노인터내셔널이 지난해 말 별도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3684억원(단기금융상품 포함)이다. 그해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는 3253억원이 들어왔다.
소노인터내셔널은 올해 해외 호텔 인수에도 유동성을 풀었다. 지난 4월 한진칼이 보유한 와이키키 리조트 호텔(Waikiki Resort Hotel) 지분 100%를 1401억원에 취득했다. 오는 20일에는 472억원을 써서 에어프레미아 2대주주 지분(26.95%)을 보유한 투자목적회사(SPC) 제이씨에비에이션제1호 유한회사 지분 50%를 취득할 예정이다.
대명스테이션은 무차입 경영을 펼치며 여유 현금을 계열사와 투자활동에 분배한다. 지난해 별도 기준으로 당기순손실 312억원이 발생했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는 250억원이 유입됐다. 그해 부금예수금 증가분(1511억원)이 영업활동현금흐름 가산 요인이었다. 그해 말 현금성 자산은 966억원이다.
대명스테이션은 대명소노시즌 26회차 BW를 보유한 채권자이기도 하다. 2019년 2월 자기자금 510억원을 들여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펀드(엔브이메자닌펀드사모투자전문회사)가 보유한 대명소노시즌 BW 물량(권면총액 300억원)을 전부 취득했다.
대명스테이션은 대명소노시즌 BW 만기를 한 차례 연장했다. 2021년 4월 그해 6월이었던 BW 만기를 2026년 6월로 조정했다. BW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각각 2%, 3.5%를 유지했다. 신주인수권 행사가액과 최저 조정가액은 2300원, 1610원으로 동일하다.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은 2020년 3월 시가 하락으로 최저 조정 한도(1610원)까지 내려간 상태였다.
대명스테이션은 조기상환청구권이나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지 않고 BW를 그대로 보유 중이다. 매년 대명소노시즌에서 이자수익 6억원을 거둔다. 지난 16일 대명소노시즌 종가는 1107원으로 신주인수권 행사가액보다 31% 낮다.
대명스테이션은 투자금 회수가 급한 상황은 아니다. 지난해 추가로 매도가능증권을 취득할 정도로 자금이 여유로운 편이다. 2022년 말 1301억원있던 대명스테이션 별도 기준 매도가능증권 취득원가는 지난해 말 2090억원으로 788억원 증가했다. 기타유가증권을 1073억원 늘리고, 시장성 없는 지분증권을 286억원 줄였다. 기타유가증권 증가분은 각각 △HDC현대산업개발 자산유동화대출(ABL) 200억원 △인스파이어 사모사채 190억원 △서린컴퍼니 인수금융 150억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