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리 인하 여파
고금리 기조 종료 수순, 엇갈리는 업권별 표정
②조달비용 절감 여전사 '호재'…은행 수익성 악화, 보험 건전성 위기감 고조
김영은 기자 2024-10-17 07:46:02
편집자주
한국은행이 지난했던 통화 긴축기의 종료를 알렸다.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코로나19 이후 찾아온 고금리 시대도 서서히 막을 내리게 됐다. 속도는 느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부터 본격적인 인하 사이클이 시작될 전망이다. 금리 인하기 초입에 들어서며 금융권에도 업황의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감지된다. 은행, 보험, 여전 등 금융업권 곳곳에 나타날 금리 인하의 여파를 조망해 봤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개시하면서 통화 완화기 초입에 접어들게 됐다. 고금리 장기화가 끝나면서 금융권의 업황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고금리 시기 수혜를 입었던 은행과 보험에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반면 여전사에게는 호재다.
회사채에 조달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는 카드사와 캐피탈사는 조달비용이 절감하며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은행의 경우 대출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며 순이자마진(NIM) 악화가 전망된다. 보험사는 금리 인하기 자본이 줄어들어 킥스비율 하방 압력이 커지게 된다.
◇수익성 그늘 벗어나는 카드·캐피탈 '함박웃음'
한은이 지난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5%에서 3.25%로 인하했다. 한 차례의 인하가 이뤄졌으나 3년 2개월만에 통화정책이 전환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긴축 정책으로 인해 장기화됐던 고금리 시기가 끝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금리 하락기에 접어들게 된다.
여전사는 고금리 시기 시달렸던 수익성 악화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카드사와 캐피탈사는 회사채 시장의 변동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은행과 달리 수신기능이 없어 영업 자금의 조달을 대부분 회사채 발행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리 인하가 시작됨에 따라 차입 비용 절감으로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앞서 금리 인하를 염두하고 단기채를 늘리는 조달 전략을 단행했던 카드사들이 비용 절감 효과를 선제적으로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 고금리의 회사채 만기를 최대한 짧게 발행했던 카드사들은 앞으로 금리인하가 이뤄지면 차환 발행을 통해 비용 절감 효과를 최대한 누릴 수 있게 된다.
◇은행, 대출금리 내려가며 NIM 하락 불가피
금리 하락은 은행에게는 악재로 작용한다. 은행은 통상 금리 인하기에 예대마진이 악화하며 NIM이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NIM은 은행이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나머지를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로 금융기관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대출금리가 예대금리 보다 빠르게 하락하며 NIM 악화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은행이 거둬들이는 이자이익도 감소하게 된다.
다만 가계부채 안정세가 잡힐 때까지는 대출 금리 하락이 어려워 보인다. 정책 당국이 가계대출 규제 강화 기조를 이어가며 은행들이 일제히 주담대 등 관련 금리를 높여왔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는 3.40%로 전월(3.36%) 대비 0.04%포인트(p)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장기적으로는 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전망된다. 은행은 고금리 시기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해서는 벗어날 수 있겠지만 줄어든 수익성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을 고심해야 한다. 이자이익 악화를 메꿀 수 있는 비이자이익 부문에서의 성과가 순익 성장에 관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킥스비율 하방 압력 커지는 보험사…건전성 빨간불
금리 인하는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 악화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금리 하락기 보험사의 자산과 부채의 평가가격이 올라가게 된다. 그러나 부채 듀레이션이 길어 부채가 자산보다 더 증가하면 자본이 감소하게 된다. 이는 지급여력비율 하락으로 이어져 보험사의 건전성을 저해할 수 있다.
특히 금리 인하는 생보사에게 타격이 크다. 생보사는 손보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상품 만기가 길어 부채 듀레이션이 길게 형성되어 있어 자산 듀레이션과 매칭이 쉽지 않다. 지난달 보험연구원은 시장금리가 1%p 낮아질 때 경과조치를 적용하지 않은 생보사의 킥스비율이 9%p, 경과조치를 적용한 회사의 킥스비율(경과조치 전)은 17%p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더불어 올해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방안에 따라 장기선도금리 인하와 유동성프리미엄 축소로 보험부채 산정을 위한 할인율이 하락하며 킥스비율 하방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 14곳의 경과조치 전 킥스비율 평균은 179%에서 올해 상반기 171%로 8%포인트 하락했다. 손보사는 233%에서 211%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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