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의 중심에 서있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그간 경영권 인수한 기업들의 이사회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해왔을까. MBK파트너스는 기타비상무이사를 통해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이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사회가 가지고 있는 경영과 감독 기능을 분리해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는 대표집행임원제도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최근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는 커넥트웨이브에서 이 같은 MBK파트너스의 이사회 운영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달까지 공개매수를 통해 커넥트웨이브의 지분을 모두 확보해 상장폐지를 앞두고 있다.
◇MBK파트너스 단계적으로 합병법인 이사회 장악 커넥트웨이브는 MBK파트너스가 해왔던 기존 바이아웃 딜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인수를 진행했다. 코스닥 상장사 두 곳을 인수해 합병하는 방식으로 탄생한 곳이 커넥트웨이브다. 합병 대상은 가격 비교 서비스 플랫폼 ‘다나와’와 온라인 쇼핑몰 구축 업체 ‘코리아센터’였다. MBK파트너스는 2022년 3월 코리아센터를 먼저 인수했다. 이후 다나와가 코리아센터의 자회사가 되는 구조로 다나와를 인수했다. 이후 자회사 다나와가 모회사 코리아센터를 흡수합병하며 2022년 12월 지금의 커넥트웨이브가 탄생했다.
경영권 변동 이전인 2021년 말 코리아센터와 다나와의 이사회는 모두 창업주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코리아센터는 창업주인 김기록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3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등 총 7명으로 이사회를 꾸렸다. 기존에 다른 PEF운용사로부터 투자를 받았던 터라 해당 투자사 임원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었다.
다나와 이사회 또한 창업주인 성장현 회장과 손윤환 부회장을 중심으로 사내이사 3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3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돼있었다.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직했던 남궁원 전 부사장으로 사실상 사내이사로 분류할 수 있다.
두 회사가 합병되면서 2022년 3월 이사회는 일시적으로 다나와와 코리아센터 소속 임원들이 동거하는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기존 다나와 창업주들인 성장현 회장과 손윤환 부회장은 지분 매각을 통해 완전히 손을 떼면서 이사회에서도 물러났다. 이에 다나와 측에서는 기존 다나와의 안징현 CFO가 합병법인의 대표이사를 맡으며 이사회에 남았다.
코리아센터 김기록 창업주는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병법인의 이사회에 합류했다. 김용성 코리아센터 CFO도 함께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했다. 이에 다나와 측 사내이사 1명, 코리아센터 측 기타비상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 등 총 6명으로 꾸려진 이사회가 만들어졌다. 구조적으로는 다나와가 코리아센터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지만 회사의 중심이 되는 이사회에서는 MBK파트너스의 중간다리가 된 코리아센터가 힘의 우위를 확보한 셈이다.
다나와와 코리아센터의 동거는 7개월 남짓 이어지다 그해 10월 이사회에 막을 내렸다. 경영권을 인수한 MBK파트너스가 이사회에 본격 합류했다. MBK파트너스의 박태현 대표, 차영수 부사장, 김정환 부사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코리아센터의 창업주 김기록 CEO도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남았다. 합병법인에 지분을 10%가량 보유하며 2대 주주로 남은 영향이다. 코리아센터 CFO를 맡았던 김용성 CFO도 합병법인의 CFO로 이사회에 잔류했다.
결과적으로 MBK파트너스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새롭게 합류하고 기존 코리아센터 경영진이 사내이사로 남으면서 코리아센터와 MBK파트너스의 두 번째 동거가 시작됐다. 전체 이사회 구성원 총 7명 중에 MBK파트너스가 보낸 기타비상무이사가 3명을 차지하면서 이사회 힘의 구도는 MBK파트너스가 쥐었다. 이듬해 6월 김기록 CEO가 CEO 자리에서는 내려왔지만 이사회 의장을 맡으며 합병법인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했다.
커넥트웨이브 이사회가 MBK파트너스의 완전한 영향력에 놓이게 된 건 올해 5월이다.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가 기점이었다. 김기록 이사회 의장은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응하면서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이사회에서도 빠졌다. 이에 사내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2명, 사외이사 2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된 현재 이사회의 구성을 갖추게 됐다.
◇경영권 인수 직후 집행임원제도 도입, 다나와 등 인수 기업 경영진 활약 MBK파트너스는 커넥트웨이브 경영권을 인수한 직후인 2022년 12월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했다. 집행임원제도는 이사회에게 주어진 업무 감독과 집행기능을 분리해 이사회는 업무 감독을, 집행임원은 집행을 맡는 구조다. 국내에는 2011년 상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지만 오너 중심인 기업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체계는 아니다. MBK파트너스나 IMM프라이빗에쿼티, 한앤컴퍼니 등 국내 대형 PE들은 바이아웃 포트폴리오 기업에 전문경영인을 투입하는 기업에서 종종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커넥트웨이브에 대표집행임원제도가 도입된 지 아직 만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집행임원은 2차례 변경됐다. 첫 대표집행임원은 김기록 CEO와 김상혁 부사장, 정재웅 전무가 맡았다. 김기록 CEO가 이사회 구성원이자 집행임원으로 활동하며 사실상 회사의 경영을 책임졌다. 하지만 6개월 만에 CEO와 집행임원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사회 의장으로만 남았다.
김 CEO의 자리는 이건수 CEO가 이어받았다. 이 CEO는 MBK파트너스가 공들여 영입한 인물로 네이버 글레이스(Glace) CIC 전 대표다. 네이버 예약·주문 등 사업을 총괄해 업계 1위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경영학과 출신으로 엔지니어로도 활동한 경력을 쌓으며 서비스 기획과 광고, 개발까지 이해가 깊다는 평가다. 이 CEO 또한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며 대표집행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다나와 출신 인력들은 이사회에서는 일찌감치 빠졌지만 집행임원으로는 여전히 활약하고 있다. 정재웅 COO(최고운영책임자) 전무는 MBK파트너스가 집행임원 제도 도입 초기부터 현재까지 집행임원을 맡고 있다. 그는 에누리닷컴 이사를 거쳐 다나와 제휴사업본부장을 맡았다.
정재웅 전무와 함께 제도 도입 초기부터 집행임원을 맡다 지난달 사임한 김상혁 COO는 코리아센터가 인수한 플레이오토 대표이사였다. 코리아센터는 2019년 플레이오토를 인수했다. 김 COO는 합병 이후 커넥트웨이브의 전자상거래 통합솔루션 메이크샵 사업대표로 활약해왔다. 김 COO가 지난달 대표집행임원에서 사임하면서 이달부터는 이건수 CEO와 정재웅 COO가 대표집행임원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