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On the move

삼표산업, '신사업' 염두 둔 재무조직 확충 시작

그룹 IR·M&A 등 업무 소화 예고… '계열사 IPO' 가능성도 대두

최은수 기자  2024-09-26 15:49:29

편집자주

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사람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안 하는 일을 새롭게 하기 위해, 못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잘하는 일은 더 잘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현재 발 딛고 있는 위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이 리크루팅(채용) 활동에 있다. THE CFO가 기업의 재무조직과 관련된 리크루팅 활동과 의미를 짚어본다.
삼표산업이 신임 재무 및 전략기획 인력 확충에 나섰다. 삼표산업은 작년 합병을 거쳐 그룹 지배구조 최상위에 올랐는데 이번에 새롭게 내부 재무 조직 정비도 시작했다.

삼표산업이 신규 재무담당에 요구하는 역량은 그룹 통합 IR과 M&A 그리고 기업공개(IPO) 지원 및 실행이다. 삼표산업은 지주사를 흡수하는 과정을 통해 전반적으로 외연을 키웠다. 더불어 그간 삼표그룹이 힘을 쏟던 건자재 영역이 아닌 다양한 산업을 향한 전진이 필요하단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수직계열화 끝, 늘어난 자산… 규모 걸맞은 재무조직 확충

삼표산업은 2013년 삼표가 레미콘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자회사였다. 2023년 7월 기존 그룹사이자 삼표산업 지분 98.25%를 보유하던 삼표를 흡수합병하는 '역합병'을 통해 지배구조상 수직계열 구도를 뒤바꿨다.


역합병을 마무리한 후 삼표산업은 자기주식 약 50%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그룹 오너 2세 정도원 회장이 33%, 오너 3세 정대현 부회장과 정 부회장의 개인회사 에스피네이처가 각각 6%와 11% 지분을 소유하는 형태로 지배구조가 단순화됐다. 중간단계에 있던 기존 지주사 삼표가 사라졌다.

앞서 역합병을 거치며 부채가 증가했다. 삼표산업이 작년 합병 과정에서 기존 삼표 차입금을 승계한 결과다. 2022년 말 약 3100억원이던 삼표산업의 총차입금은 역합병 이후 6678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현금성자산은 약 1300억원이었다.

이는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찢어져 있던 자산을 합치면서 한 기업에서 가용할 수 있는 전반적인 레버리지 역량을 늘렸단 의미다. 삼표그룹은 앞으로 삼표산업을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두고 레미콘 등 건자재 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사실상 사업지주회사인 삼표산업의 외연이 넓어지면서 이에 걸맞은 기업 재무조직을 꾸리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삼표산업이 내놓은 채용공고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신규 채용할 재무 담당자에게 재무를 포함해 전략기획·IR 등 폭넓은 역할(R&R)을 요구할 계획이다.

◇높아지는 신사업 확장 가능성, 재무 인사 업무 역량에 명시된 'IPO'

삼표산업이 새롭게 채용할 재무담당 인력의 핵심 업무로 M&A와 IPO를 꼽은 점이 눈길을 끈다. 삼표산업은 비상장사다. 2015년 건설소재 수직계열화 작업을 위해 인수했던 삼표시멘트가 유일한 상장사다.


그간 건자재 업계에선 꾸준히 삼표그룹이 계열사 IPO에 나설 가능성을 점쳐 왔다. 그러나 더불어 앞서 2015년 상장사였던 삼표시멘트를 인수하며 그룹 내 상장사가 생긴 이후엔 니즈가 줄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최근엔 상황이 달라졌다. 과거 초반 IMF 외환위기 파고를 넘기 위해 도입했던 다소 보수적인 경영 방침을 넘어 외부 업체와 협력도 시작했다. 삼표그룹은 건설소재 분야에서는 상당한 업력과 자체 경쟁력을 갖췄다.

특히 오너 3세인 정 부회장이 삼표그룹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정 부회장은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기존 그룹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던 신사업 진출을 전략적으로 꺼냈다. 삼표와 셈페르엠이 각각 6대4로 출자해 모빌리티 스타트업 에스피앤모빌리티를 설립한 게 대표적이다.

부동산개발 사업 등으로 사업범위를 확대한 게 일례다.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려면 관련 기술과 경험을 갖춘 전문 인력과 경험, 교류가 두루 필요하다. 이번 재무 인력 확충을 통해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업무 경험을 한 인재를 채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삼표산업은 재무담당 채용 공고에 인수합병(M&A)을 비롯해 IPO 지원 및 실행을 주요 업무로 명기했다. 삼표그룹은 2000년대 이후엔 내실을 강화하고 본업을 키우는 데 무게를 둔 경영 기조를 유지해 왔는데 여기에서 변화가 나타난 셈이다.

삼표그룹의 신사업을 맡은 두 계열사인 에스피에스테이트와 에스피성수피에프브이 역시 이사회에 재무 전문 인사를 세운 점도 눈길을 끈다. 각 사에 새로 합류한 재무 임원은 그간 삼표그룹이 주력하던 건설소재가 아닌 타 섹터에서 전략·재무 관리로 역량을 쌓은 인물들이다.

신사업을 담당한 계열사에 이어 그룹지주사에도 이번 재무 채용 공고를 거쳐 새로운 역량을 갖춘 인력을 앉힐 계획이다. 건설소재 사업이 전통 제조업 기반의 사양산업인 만큼 그룹 차원의 신사업 발굴에 나서야 했고 이 길을 새 인물을 통해 찾겠다는 그룹의 의도도 엿보인다.

삼표산업 측은 "본사 재무실 내 그룹 및 법인 통합 재무기획을 담당하는 포지션을 채용 중"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