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글로벌 인플루언서 플랫폼 기업 레뷰코퍼레이션은 지난해 10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습니다. ‘인플루언서 플랫폼’이라고 하면 다소 생소하게 들리지만 이미 시장 내에선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014년 설립된 회사는 레뷰(REVU)라는 자체 매칭 플랫폼을 통해 광고주와 인플루언서를 연결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상장을 앞두고 진행한 IR(Investor Relations)에서 이 같은 독보적 경쟁력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상장 과정에서 투자자 관심도 컸습니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643.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가 희망 밴드인 1만1500원과 1만3200원을 뛰어넘는 1만5000원으로 정해졌습니다. 일반 투자자 청약에서도 3조원 가까운 증거금이 몰렸습니다.
하지만 상장 후 주가는 아직까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상장 첫날 4만1950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하향세가 시작됐습니다. 올해 초 다시 2만원을 넘어서며 기대감이 커졌으나 이달 초 7000원까지 낮아졌습니다.
긍정적인 점은 한 달 사이 주가가 지속 상승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1만원 수준까지 회복했습니다. 상반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개선되면서 투자자가 호응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최근 IPO(기업공개) 후 처음으로 기업을 인수해 M&A(인수·합병)로 사업을 키우는 볼트온(Bolt-on) 전략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Industry & Event
레뷰코퍼레이션은 올해 상반기부터 예상보다 저조한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효율화 전략에 돌입했습니다. 작년 연결 기준 매출은 516억원으로 2022년 매출 403억원보다 28% 늘었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28억원으로 2022년 45억원 대비 38% 줄어든 탓입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비즈니스의 성장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했지만 늘어난 비용이 아쉬웠습니다.
상반기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덕에 확실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올해 상반기 매출 207억원, 영업이익 2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매출 186억원, 영업이익 18억원 대비 각 11%, 33%씩 증가했습니다.
상반기 효율화 작업에는 자회사 매각도 포함됐습니다. 중국 인플루언서인 '왕홍(网红)'과 연계해 비즈니스를 펼치는 자회사 레이블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는데요. 결국 5월 회사가 보유한 지분 전체(51%)를 퍼센테이지에 20억원에 매각했습니다.
중국 라이브커머스 시장에선 ‘왕홍경제’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압도적 영향력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비용 부담도 컸습니다. 인기 있는 왕홍을 섭외하려면 섭외부터 행사 진행 관련 비용까지 더 많은 지출을 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빠르게 이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셈이죠.
그런데 얼마 전 새로운 M&A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난 23일 숏폼 전문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인 숏뜨 지분 54%를 81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최근 들어 틱톡을 비롯해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림 릴스 같은 숏폼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면서 사업 다각화를 택했습니다.
숏뜨는 숏폼 전문 크리에이터 80여명과 전속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터를 관리하는 MCN(다중채널네트워크)과 광고 대행사 성격이 융합된 기업인데요. 기존 레뷰코퍼레이션에서 활동하던 인플루언서보다 영향력이 더 크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레뷰코퍼레이션의 광고주 풀에 이들 인플루언서가 더해지면 시너지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Market View
증권가에서는 레뷰코퍼레이션의 주가가 상장 후 약세를 보일 때에도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에서 쌓은 강점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구체적인 목표 주가나 투자 의견을 제시한 증권사는 많지 않았지만 보고서 제목이 이를 입증합니다.
먼저 국내 최대 마케팅 플랫폼 기업으로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레뷰의 레퓨는 날로 더해지는 중’이라는 제목으로 회사를 들여다 봤는데요. 국내외 인플루언서 1109명을 보유해 시장 점유율 66%로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상반기 레이블코퍼레이션 지분 매각도 양호한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사실 지난 3월 현대차증권이 발표한 리포트에서 중국 사업에 대한 우려가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현대차증권은 “고성장에는 이견이 없지만 저조한 해외 사업 수익성으로 폭발적 이익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평가한 바 있죠. 하지만 레이블코퍼레이션을 매각한 이후 삼성증권에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보고서가 발표됐습니다.
◇Keyman & Comments
이번 M&A를 주도한 인물이 바로 CFO(최고재무책임자)인 정제현 부대표입니다. 정 부대표는 재무상태 전반을 관리하는 CFO 역할은 물론 투자를 책임지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IB(투자은행)업계 출신인 정 부대표는 2022년 상장을 앞두고 레뷰코퍼레이션에 합류했습니다. IB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공대 출신 뱅커입니다. 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2007년 대우증권에 입사했습니다. 2018년 한국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IPO 본부에서 활동하다 레뷰코퍼레이션에 영입됐습니다.
정 부대표에게 상반기 M&A 선택과 집중 배경에 대해 직접 물어봤습니다. 그는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레이블코퍼레이션은 당분간 대규모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회사로 평가했다”며 “이번에 인수한 숏뜨 역시 해외 인플루언서를 확보하고 있어 해외 확장 측면에서도 기대되는 자회사”라고 말했습니다.
정 부대표는 숏뜨 인수가 앞으로 이뤄질 M&A의 신호탄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레뷰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상장 때 공모액 243억원 중 208억원을 타법인증권 취득 자금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정 부대표는 “상장 후 지속적으로 레뷰코퍼레이션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와 M&A를 검토해왔는데 이번이 첫 실행“이라며 “사업적인 풍부함과 견고함을 더해줄 회사를 계속 인수해나가는 게 회사의 방향성”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반등하기 시작한 주가에 대한 질문에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겠다는 의견이었습니다. 그는 “상반기 실적 발표 후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여기는 투자자가 늘었다고 여기고 있다”며 “사업성과 본질에 집중해 실적을 입증해간다면 주가도 따라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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