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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

산일전기, 변압기 섹터 조정장 나홀로 '선전'

일진전기 시총 역전, 올해 매출 3200억 전망

성상우 기자  2024-08-02 06:47:40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산일전기는 하반기에 증시에 입성한 종목 중 가장 성공적인 경로를 걷고 있습니다. 상장 첫날 종가를 공모가 대비 43% 끌어올린 5만원대로 올려놓더니 4거래일째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공모 당시 1조원을 갓 넘겼던 시가총액은 어느새 1조6000억원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LS일렉트릭, 일진전기, 효성중공업, 제룡전기 등 변압기 관련주들 주가가 최근 약세 흐름으로 돌아선 와중에도 나홀로 선전을 이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대기업 계열 대형 변압기 제조사들에 이어 산일전기도 변압기 대표주로 자리잡는 모습입니다. 시장은 변압기 업종에 대해 향후 1~2년간은 꾸준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AI 업종의 개화와 맞물려 데이터센터 증설 등 미국 내 전력 수요가 향후 몇 년간 폭증세가 예상되기 때문이죠. 현지 업체들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품질이 보장된 국내 업체들의 변압기와 전력 설비에 대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변압기 대표주로 꼽히는 일진전기의 시가총액을 이미 넘어섰습니다. 최근 주가 기준 일진전기의 시가총액은 1조1500억원대지만 산일전기는 1조5800억원대입니다. 매출 외형만 보면 조 단위의 연간 매출을 내는 일진전기의 덩치가 훨씬 큽니다.

다만 영업이익률은 20%를 상회하는 산일전기가 더 높죠. 영업이익 규모 역시 올해 역전이 일어날지 지켜볼만한 대목입니다.



◇Industry & Event

산일전기는 1994년 설립된 변압기 제조·판매 전문업체입니다. 사업부문 구성을 보면 △변압기·리액터 등과 △소프트스타터 등 부문이 있지만 매출 비중을 보면 변압기 부문이 압도적입니다. 지난해 변압기 부문 매출 비중은 84.7%였는데 올해 들어선 90%를 넘어섰죠.

산일전기는 최근 3년간 집중적으로 외형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단연 변압기 매출 덕분이죠. 2010년대까지만 해도 연매출이 500억~600억원 수준이었는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2100억원대 외형으로 뛰어올랐습니다. 특히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산일전기의 운명을 바꿔놓은 골든타임이라고 할 만큼 실적 성장세가 가파르게 이뤄졌습니다.


전방 산업인 글로벌 전력 인프라 시장의 급변에 따른 수혜가 결정적이었습니다.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AI 신산업 개화에 따른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덕분에 산일전기 주력 제품인 변압기 주문량이 폭증했죠. 여기에 미국 시장 내 기존 변압기 설비의 노후화에 따른 교체 주기가 겹치면서 매출 성장폭은 더 커졌습니다.

상장 타이밍도 절묘했습니다. 변압기 섹터의 미국 수요 증가로 인한 수혜가 시장에서 본격 부각되는 시기에 수요예측과 청약을 거치고 증시에 입성했습니다. 그 덕분에 시가총액 1조원을 넘기는 공모가를 책정받고 시장 관심도 한 몸에 받을 수 있었죠.

◇Market View

산일전기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국내 증시에서 가장 핫한 섹터의 대표주격으로 올라선 만큼 각 증권사의 분석 리포트도 꾸준히 나오는 편입니다.

가장 최근 보고서를 낸 유안타증권은 산일전기가 생산능력(CAPA)을 7000억원 수준까지 올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1공장에서 나왔던 기존 캐파(4000억원)보다 1.8배 늘어난 규모죠. 신공장이 완전 가동되는 내년부터는 총 캐파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아울러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3250억원, 900억원을 제시했습니다. 지난해 대비 매출액은 51%, 영업이익은 93% 성장한 수치죠.

SK증권은 산일전기가 오랫동안 공급해온 글로벌 고객사들을 투자 포인트로 꼽았습니다. GE를 비롯해 Siemens, TMEIC을 대상으로 다년간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엄격한 품질과 신뢰성 테스트를 통과해야 가능한 레퍼런스란 뜻이죠. 아울러 올해 실적 추정치로는 3200억원의 매출과 800억원의 영업이익을 제시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산일전기의 재무부문 키맨으로는 오창희 전략기획팀장(상무)을 들 수 있습니다. 사내에 공식적인 최고재무책임자(CFO) 직함은 없고 재무파트를 재무·회계 부문과 전략기획 부문으로 나눠서 각각의 총괄 임원에게 맡겨놓은 형태입니다. 재무·회계 부문은 김상준 상무가, 전략기획 부문은 오창희 상무가 맡고 있습니다.

1976년생인 오 상무는 서강대학교 금융경제과 석사 취득 이후 다수 기업의 재무조직과 IR조직, CFO 등을 거쳤습니다. 의료기기 업체 루트로닉을 비롯해 상장사인 모두투어와 알체라 등을 거쳐 산일전기에 합류했죠.


더벨은 오 상무에게 최근 주가 흐름을 회사 내부에선 어떻게 보고 있는지 질의해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는 “주가는 시장에서 결정하는 것이지 회사의 바램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면서 “최근 변압기 회사들 주가가 고점 대비 20~30% 빠져있는데 이걸 싸다고 판단할지 비싸다고 판단할 지는 투자자들 몫”이라고 했습니다. 다소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스탠스죠.

이어 그는 “향후 실적 관련해서도 최대한 시장에서 기대하는 실적을 맞출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답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산일전기에 대한 투자로 피해를 보지 않게 한다는 게 최우선이라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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