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L생명은 저축성보험 중심의 보험 포트폴리오가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저축성보험이 보장성보험 대비 지난해 IFRS17 회계기준 도입에 따라 보험사 기대수익 지표로 자리잡은 보험계약마진(CSM)의 확보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ABL생명도 보장성보험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 중이다. 일반계정 수입보험료 한정으로는 지난해 보장성보험의 비중이 저축성보험을 처음으로 넘어서기도 했다. 이를 통한 CSM 증대의 성과는 패키지로 매각이 추진 중인 동양생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아 ABL생명의 매물 매력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장성 비중 7년 사이 19→42% 확대 ABL생명은 지난해 수입보험료 2조3106억원을 거뒀다. 이 중 퇴직연금 등 특별계정을 제외한 일반계정 수입보험료는 1조7802억원이며 보장성보험 9819억원, 저축성보험 7847억원, 단체보험 137억원으로 구성됐다.
총 수입보험료가 전년 대비 12.9% 줄어들기는 했으나 ABL생명에게는 의미 있는 성과다. 그간 포트폴리오에서 보장성보험의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며 처음으로 저축성보험의 비중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특별계정을 저축성보험에 포함한 뒤 총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지난해 포트폴리오 비중을 재산출하면 보장성 42.5%, 저축성 56.9%로 아직은 저축성 비중이 더 높다. 다만 중국 자본에 인수된 실질적 첫 해인 2017년의 보장성 19.5%, 저축성 80.5%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ABL생명은 특별계정의 금액 역시 2017년 6373억원에서 지난해 5303억원까지 추세적으로 줄여왔다. 여기에 올해부터는 건강보험 및 간병·요양보험의 신계약 확보에도 힘써 그간 종신보험 위주로 진행됐던 보장성보험 볼륨 확대에 속도를 더한다는 계획이다.
◇CSM 신계약 성과, ABL생명 '숨은 매력' ABL생명은 현재 같은 중국 다자보험그룹 산하 보험사인 동양생명과 함께 우리금융그룹으로의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동양생명 대비 작은 규모와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말 한 차례 매각이 무산됐다는 점도 저평가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ABL생명도 나름의 매력 포인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보장성보험 비중확대 전략에 따른 CSM 확보 성과다. ABL생명은 2023년 말 CSM이 8695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4.6% 증가했다.
ABL생명의 지난 한 해 CSM 변동 요인을 살펴보면 신계약으로 3476억원 규모의 CSM을 확보했으며 이 중 930억원의 이익 상각분과 1716억원의 조정분 등을 제외한 순증가분은 1110억원이다. 연말 잔액 대비 신계약의 비중은 40%, 이익 상각률은 9.7%다.
같은 기간 동양생명은 2022년 말 2조3742억원에서 2023년 말 2조5418억원으로 1676억원, 7.1% 순증가했다. 신계약 CSM은 7602억원이며 이익 상각분 2577억원, 조정분 4058억원 등을 제외한 수치다. 잔액 대비 신계약 비중은 29.9%, 이익 상각률은 9.2%다.
비율지표로 비교하면 ABL생명이 동양생명보다 더 많은 CSM 미래상각이익을 끌어쓰기는 했으나 큰 차이는 아니다. 반면 신계약 확보에 기반한 순증가의 성과는 ABL생명이 동양생명보다 확연히 앞섰다.
물론 이는 ABL생명의 기초 CSM이 동양생명 대비 적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성과에도 큰 변화가 나타난 것이기도 하다. 보험계약부채 대비 CSM의 비중으로 비교하면 동양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9.6%인 반면 ABL생명은 5.5%에 그친다. 이는 ABL생명이 보장성보험 비중 확대에 더욱 힘써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