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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곳간 비축한 LG엔솔, 늘어난 단기차입 상환 부담

영업현금창출·원화사채 발행으로 투자자금 비축…상환기 도래 단기성차입 '3조'

김동현 기자  2024-05-29 07:59:42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직면하며 후방산업인 이차전지 업체도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전기차에 들어가는 이차전지뿐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시장 전반의 성장은 확신하지만 현시점에서 굳이 속도를 낼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LG에너지솔루션도 무리한 투자 대신 미래를 대비한 자금을 비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장 올해 1분기에 1조6000억원의 원화사채를 발행하며 조달 자금의 50% 이상을 내년 이후에 집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시장 침체기에도 영업에 따른 현금창출력을 유지해 보유 현금성자산을 쌓은 상태다. 다만 이미 금융권 등을 통한 차입금의 만기일이 다가오며 단기성차입금 자체는 점차 불어나 상환 부담도 따라 올라가고 있다.

◇적자에도 영업현금창출, 보유현금 5조 유지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573억원을 기록했다. 표면상으로는 수익성을 유지한 것으로 보이나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을 제외하면 영업적자 316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다. 2021년 3분기(-3728억원) 이후 2년 6개월 만에 기록한 첫 분기 적자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한 캐즘 영향이 본격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러나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창출 지표는 플러스(+)를 유지했다. 이자비용과 세금 등을 제외하기 전 순이익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6273억원이었고, 실제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 역시 1조원에 가까운 9546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에는 1조원이 넘는 EBITDA(1조494억원)와 OCF(1조3695억원)를 기록했지만 당시만 해도 캐즘 영향권에 들어서지 않았던 상황이다.

빨간선은 총차입금 중 단기성차입금 비중(출처=LG에너지솔루션 사업보고서 등)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현금창출과 더불어 올초 1조6000억원 규모의 원화사채 발행으로 1분기 현금보유량을 5조원대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시장 수요 정체로 올해부터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사전에 현금을 비축할 기회를 얻은 셈이다. 1분기 현금성자산 규모는 작년 말 대비 2000억원 증가한 5조2884억원이다.

신규 조달자금의 절반 이상은 내년 이후에 집행될 예정이다. 1조6000억원 중 올해 7000억원이 양극재 구매대금(3200억원)과 합작법인(JV) 투자금(3800억원)으로 활용되고 나머지 9000억원이 내년(4000억원)과 내후년(5000억원)에 사용된다.

특히 내년 이후로 집행되는 자금은 모두 JV 투자금이다. 기존에 계약을 맺은 혼다, 스텔란티스,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와의 JV 증자 자금으로 들어간다. 바꿔 말하면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서 운영자금 자체는 기존 보유 현금과 영업으로 새롭게 벌어들인 현금으로 충당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만기 도래 단기차입만 2조, 부채 부담도

앞으로 1년 내 상환해야 할 차입금과 부채 규모가 적지 않다는 점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1분기 말 LG에너지솔루션의 단기차입금 규모는 1조9574억원으로 2조원에 가까워졌다. 지난해 말(1조5764억원) 대비 3000억원 이상 늘었다.

여기에 유동성장기차입금, 유동성사채, 유동성리스부채 등 1년 내 상환할 부채인 유동성장기부채(1조3288억원)까지 합하면 1분기 말 기준 전체 단기성차입금 규모는 3조원이 넘는다. 다만 앞선 사채 발행 등으로 총차입금에서 단기성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29.4%에서 1분기 말 25.5%로 3.9%포인트(p) 낮아졌다.

단기성차입금 증가는 결국 상환에 따른 현금유출을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아직까지 곳간은 늘리고 있지만 지속적인 상환 부담 요인이 남은 셈이다.

실제 2020년 12월 LG화학에서 분할·신설 이후 2년(2021~2022년) 동안 차입금 상환에 1조원대 금액을 쓰던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그 규모를 3조7864억원까지 올렸다. 올해 1분기 차입금 상환에 들어간 금액은 1조4558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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