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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펀드 열전

펜데믹 펀치 휘청, '화려한 부활의 서사' 유진챔피언단기채

꾸준한 수익률 성과, 짧은 듀레이션 낮은 리스크 '강점'

황원지 기자  2024-04-30 10:04:03

편집자주

최근 수년간 직접 투자와 ETF를 필두로 한 패시브 상품들이 개인들의 투자 트렌드로 고착화되면서 공모 액티브 펀드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하지만 운용사 입장에서는 '펀드의 꽃'이라 불리는 이들 액티브 펀드는 포기할 수 없는 한 축이기도 하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장기적인 자산증식의 수단으로서 운용사의 얼굴이자 대표 상품의 면면을 더벨이 자세히 들여다본다.
유진자산운용을 대표하는 펀드를 꼽으라면 '유진챔피언단기채'를 빼놓을 수 없다. 저금리 시기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로 인기를 끌면서 2019년 설정액이 3조5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펜데믹 시기 넘치는 유동성으로 인해 주식시장에 자금이 몰리면서 2020년 이후 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지난해 초부터 반등을 시작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유진챔피언단기채만의 강점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다. 타 펀드보다 듀레이션을 짧게 잡아 금리 위험을 최소화하고, 경기를 타는 업종의 채권은 제한적으로 담아 신용 리스크를 낮추는 전략으로 투자자들을 다시 끌어모으고 있다.

◇단기채펀드 대표주자, 우리은행 판매비중 'TOP'

유진챔피언단기채는 만기가 짧은 단기사채와 기업어음(CP)에 투자하는 채권형 펀드다. 채권형 펀드는 투자 대상에 따라 국공채와 회사채 펀드로, 만기에 따라 단기채~장기채 펀드로 나뉜다. 유진챔피언단기채는 이중 금리 변동 리스크가 낮은 단기채이면서도 이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회사채에 투자한다. 변동성을 낮추면서도 MMF와 초단기 국공채형 펀드보다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주요 투자대상은 단기사채와 CP다. 회사채의 경우 A등급 이상, 단기사채 및 CP는 A2-등급 이상일 경우에만 투자한다. 주로 금융 및 대기업 계열사 중 우량한 회사를 선별해 편입한다. 상대적으로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조선, 해양, 건설, 부동산 업종은 제한적으로 담는다. 편입 기업을 가리는 매니저의 재량으로 신용 리스크를 낮추고 있다.

단기사채와 CP로 꾸준한 이자수익을 얻으면서 상대가치투자로 알파수익을 추가한다. 채권에서의 상대가치 투자전략이란 서로 다른 채권에 매수와 매도를 병행해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장단기 스프레드의 변화를 분석해 롱숏전략을 구사해 수익률을 극대화한다. 유진챔피언단기채는 시장 상황에 따라 국공채, 단기채권, 신탁수익권,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투자를 통해 알파수익을 내고 있다.


판매채널로는 우리은행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유진챔피언단기채의 운용펀드는 클래스 통합 순자산액 기준 1조6000억원의 자금을 굴리고 있다. 이중 C클래스의 설정액 3900억원의 28%인 약 1000억원을 우리은행에서 판매했다. 2등인 신한은행이 15.42%로 602억원, NH농협은행이 9.28%로 362억원, 흥국증권이 7.82%로 305억원을 판매했다.

총보수는 주식형 펀드에 비해 낮은 편이다. 통상 1%에 가까운 주식형펀드와 달리 총보수가 0.30% 수준이다. 판매보수가 0.20%, 운용보수가 0.08%, 수탁사보수가 0.02%, 사무관리사보수가 0.01%다.

◇10년간 펀드매니저 변경 단 1번, 책임운용 방점

유진챔피언단기채는 2014년 출시부터 지금까지 대표 책임운용역을 단 한번 바꿨다. 펀드매니저 변화를 최소화해 운용 안정성을 높였다. 한번 있었던 교체 때에도 인수인계 기간을 충분히 둬 스타일의 변화를 줄였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는 윤성주 전 픽스드인컴본부장이 운용을 맡았다. 윤 본부장은 1992년 장은증권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1999년 제일선물(현 유진투자선물)에서 잠시 일하다 같은 해 10월 유진자산운용으로 이직했다. 이후 2021년까지 20년 넘게 유진자산운용의 픽스드인컴 본부를 이끌었다.

윤 전 본부장이 운용하던 시기 펀드의 수익률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매년 2% 전후 수익률을 올리며 꾸준히 순자산을 불려갔다. 코로나로 인해 초저금리 시기였던 2020년~2022년에는 채권 이자율도 낮아지면서 이전보다 수익률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설정액은 수익률보다는 외부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등락폭이 컸다. 2010년대 후반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던 시기다. 예금 금리가 바닥을 치면서 채권형 펀드가 대체재로 주목받았다. 이에 2016년을 전후해 급격히 자산 규모가 늘면서 2017년 설정액 1조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는 안전자산 선호 분위기에 자금이 쏟아졌다. 2018년부터 미중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에 자금이 유입되면서 2019년 한때 설정액이 3조5000억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직후에도 자금이 들어오면서 순자산액 2조5000억원대를 유지했다.

두 번째 운용역인 정재환 매니저가 책임운용역을 맡은 건 2021년 9월부터다. 2003년 HSBC은행에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정 매니저는 2009년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에서 채권운용역으로 커리어를 전환했다. 이후 NH투자증권, NH금융지주, 한국투자공사 등에서 근무하다 2020년 10월 유진자산운용에 합류했다. 증권운용본부 채권운용실에서 1년 간 유진운용 스타일을 익힌 후 하우스의 간판 펀드인 유진챔피언단기채를 맡았다.

정 매니저가 운용역을 넘겨받은 시점과 맞물려 펀드 설정액이 크게 빠졌다. 운용역 이슈라기보다는 시장 변화 영향이 컸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풀렸던 유동성이 주식시장을 강타하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주식, 코인 등 투자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채권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유진챔피언단기채도 2023년 초 한때 설정액 6000억원대 초반까지 감소하기도 했다.


2022년 하반기부터 진행된 미국발 금리 급등이 전화위복이 됐다. 통상 금리 상승기 채권형 펀드는 이전에 발행된 저금리 채권을 담고 있어 가격 손실을 본다. 반면 유진챔피언단기채는 손실 없이 수익률이 가파르게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채권 투자에 관심이 커지면서 새롭게 들어온 자금을 고금리 채권 매수에 활용한 덕분이다. 매니저가 손실이 날 수 있는 저금리 채권을 고금리로 교체하면서 손실을 방어했다.

수익률이 오르면서 설정액도 반등하고 있다. 지난해 초 6300억원대로 시작한 유진챔피언단기채 설정액은 작년 말 1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1년만에 약 8200억원의 자금을 모은 셈이다. 4월 29일 기준 설정액은 1조5100억원, 순자산액은 1조6000억원을 유지하고 있다.

◇듀레이션 짧게 잡아 금리 리스크 최소화

채권형 펀드를 평가할 때 중요하게 보는 지표는 듀레이션이다. 듀레이션은 채권에 투자한 원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나타내는 지표다. 편입한 채권들의 만기와 이자율, 시장 금리 변화 등을 고려해 듀레이션이 결정된다. 채권형 펀드 매니저는 이러한 펀드 평균 듀레이션을 조절해 본인만의 스타일로 펀드를 운영한다.

유진챔피언단기채는 일반적으로 펀드 듀레이션을 0.5년 이내로 유지하고 있다. 개별자산 만기는 1년 이내인 채권을 중심으로 구성한다. 만기가 짧은 채권 위주로 구성해 타 단기채 펀드보다 금리 위험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투자자산의 이자수익이 금리변동 리스크를 초과할 수 있도록 구조를 짠다.

사다리꼴 포트폴리오로 금리 변동 리스크를 더욱 줄인다. 사다리꼴 포트폴리오란 채권이 만기가 되면 이 금액으로 새로운 같은 채권에 원금을 재투자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만기별로 채권을 순환시켜 금리가 변동하더라도 전체 수익률에는 큰 영향이 없도록 하는 전략이다.

다만 최근에는 금리 인하 전망이 강해지면서 듀레이션을 다소 늘렸다. 4월 말 기준 유진챔피언단기채의 펀드 수정듀레이션은 0.96년 수준이다. 1년을 넘지는 않았지만 평소에 비해 긴 편이다. 금리가 인하될 경우 담고 있는 채권의 만기가 길수록 가격 차익을 크게 볼 수 있다.

유진자산운용 관계자는 “금리인하를 대비해 운용역 재량으로 평균 듀레이션을 늘려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포트폴리오는 주로 금융권 채권 비중이 높다. 유진챔피언단기채는 현재 BNK투자증권 회사채에 5.79%의 자산을 투자하고 있다. 이외에 롯데카드(3.90%), 부국증권(3.23%), 메리츠캐피탈(2.89%), BNK캐피탈(2.67%) 단기채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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