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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헤지펀드PTR자산운용

뚝심있는 특허가치 투자, SK증권 손잡고 발돋움

애널 출신 운용역 룰베이스 전략, 미국-일본으로 확장

황원지 기자  2024-04-04 10:52:24
4차산업혁명 시대, 기업의 핵심 역량을 결정짓는 건 독보적인 특허 기술이다. 경쟁사가 갖지 않은 특허를 독점하고 있는 기업은 장벽을 쌓고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200%, 300%에 달하는 높은 성장률을 만드는 건 결국 양질의 특허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로 판가름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TR자산운용은 이러한 특허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환산해 투자하는 운용사다. 25년 넘게 특허가치평가 및 분석을 해온 위즈도메인이 설립한 하우스로 특허가치를 시가총액으로 나눠 현재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전세계 특허청의 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증시를 시작으로 미국, 일본 등 글로벌 국가에 투자하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특허 가치평가 위즈도메인 자회사, 2021년 SK증권에 피인수

PTR자산운용의 모태는 1999년 설립된 위즈도메인이다. 위즈도메인은 특허가치평가 및 분석시스템을 제공하는 회사다. 위즈도메인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특정 기업이 어떤 분야의 특허를 가지고 있는지, 해당 특허가 얼마나 핵심적인지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주로 기술 기업들이 자문을 요청하면 경쟁사와의 분석을 통해 이를 컨설팅해주는 사업으로 성장했다.

위즈도메인이 15년 넘게 쌓은 특허가치 분석 시스템을 기반으로 금융업으로 확장하면서 만든 게 바로 PTR자산운용이다. PTR(Price Technology Ratio)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의 경제적 파급력을 돈로 환산해 이 금액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값이다. 특허가치 대비 시가총액이 낮다면 잠재력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게 핵심 전략이다.

위즈도메인은 2014년~2015년 서울대학교 및 북경대학교 연구진의 논문을 통해 PTR의 실효성을 검증한 후, 2017년 이를 활용한 자산운용사를 설립했다. 김재홍 PTR자산운용 대표는 “1999년부터 분석 시스템을 구축해 지금까지 쌓은 노하우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라며 “PTR자산운용은 이제 설립 7년차지만 활용하는 기술은 25년 넘게 검증된 알고리즘”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PTR자산운용 대표를 맡은 건 김용문 대표다. 1962년생인 김 전 대표는 시카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탠덤 인베스터(Tandem Investors)에서 운용 총괄을 맡았던 인물이다. 설립 초기 경영과 운용을 함께 총괄하며 PTR자산운용의 기반을 닦았다. 김 전 대표는 PTR자산운용 설립 이후 사모운용사 라이선스를 받은 이후 바로 회사를 떠났다.

이듬해인 2018년 원종상 대표가 부임하며 본격적인 사모운용사의 모습을 갖춘다. 원 대표는 신한금융투자 영업본부장을 지내고 PTR자산운용에 합류했다. 백오피스를 포함한 경영 전반과 마케팅을 맡아 이끌었다. 2년 후인 2020년 원 대표가 물러나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출신 김재홍 대표가 부임해 지금까지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2021년에는 SK증권에 피인수되며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위즈도메인이 지분 100% 중 70%를 SK증권에 팔면서다. 다만 PTR자산운용의 핵심 운용전략이 위즈도메인의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30%의 지분은 팔지 않고 주요주주로 남았다. 위즈도메인의 특허분석시스템을 기반으로 투자할 수 있는 독점권은 2040년까지 20년동안 PTR자산운용이 보유하기로 했다.

판매사인 SK증권이 든든한 우군으로 등장하면서 양날개를 달았다는 평가다. PTR자산운용은 위즈도메인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투자로 운용 기법은 고도화 됐으나 판매망이 약했다. 하지만 WM 확장을 목표로 한 SK증권과 손을 맞잡으면서 운용자산(AUM) 규모가 늘었다. 2020년 말 1100억원 내외였던 AUM은 2023년 말 2000억원 가까이 성장했다. SK증권의 지난해 말 기준 판매잔고는 254억원으로 전체의 18%를 차지했다.


◇애널리스트 출신 매니저 '강점'… 동일가중방식으로 낮은 변동성 유지

PTR자산운용은 룰베이스 투자를 기본으로 한다. 먼저 위즈도메인의 시스템을 활용해 PTR 기준으로 저평가된 기업을 선정한다. 이후 해당 기업들을 운용역이 하나하나 살피면서 투자 부적격 기업들을 골라낸다. 예를 들면 특허가치가 높더라도 거래량이 너무 적거나 재무 리스크 여부, 기업 오너의 모럴헤저드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제외한다. 문제있는 기업들을 제외한 나머지 저평가 기업에 투자를 진행한다.

이러한 룰베이스 투자가 자리잡은 건 2021년부터다. PTR자산운용은 이전까지 운용본부 인력 변화가 잦은 편이었다. 기존 운용사에서 액티브 운용을 하던 주식 매니저들이 하우스에 합류하면서 기존 운용방식과 조율에 어려움이 있었다. PTR자산운용은 PTR이라는 지표를 기준으로 룰에 맞춰서 운용하는 전략이 핵심인데, 적극적인 매매가 기본인 액티브 운용역의 스타일과는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운용본부를 구성했다. PTR 전략에서 운용역의 역할은 기업 분석을 통한 스크리닝과 자산 비중 조절이다. 전체 펀드에서 상장주식의 비중을 어느 정도로 둘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수익률이 떨어지면 주식 비중을 줄이는 맥시멈 드롭다운 전략을 기본으로 깔고 가되, 시장 상황을 보고 운용역 판단에 따라 미리 비중을 줄이거나 늘릴 수 있도록 한다. 때문에 매크로 시장을 잘 읽을 수 있는 애널리스트 출신 매니저를 기용하고 있다.

현재 PTR자산운용의 운용본부는 모두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주식운용본부를 이끄는 유상호 본부장은 한국투자증권 금융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하이투자증권에서 금융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된 바 있다. 김광현 부장도 유안타증권에서 근무할 당시 퀀트 베스트 애널리스트였다. 이종빈 과장 또한 메리츠증권의 주식시황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PTR자산운용만의 또다른 특징은 동일가중방식 투자다. 일반적인 펀드에서는 시가총액에 비례해 펀드 내 비중을 결정한다. 예를 들면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담는 식이다. 하지만 PTR자산운용에서는 투자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이면 N분의 1로 나눠 동일 비중을 투자한다. 시가총액 500조 회사나 1조 회사나 똑같은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다.

김재홍 대표는 “펀드가 감수해야 할 위험은 크게 시장 리스크과 기업 리스크가 있다”며 “일반적인 펀드들은 시가총액에 비례해 투자하는 전략으로 시장 리스크를 헷지하지만, 우리는 이를 감수하고 동일가중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PTR 전략을 활용하면 이미 크게 저평가된 상태에서 들어가기 때문에 시장 리스크를 헤지하지 않더라도 변동성 지표가 좋게 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중소형주로 시작, 해외로 확장 '부푼 꿈'

PTR자산운용의 대표 펀드는 2017년 12월 출시한 첫 펀드인 PTR 중소형 1호다. 기술가치 분석에 강한 PTR자산운용만의 강점을 살려 중소형주 중심으로 풀을 구성해 투자했다. 지난 2월 말 기준 누적 수익률은 98.51%로 같은 기간 코스피(6.74%), 코스닥(9.55%) 대비 큰 폭의 초과수익을 냈다. PTR 중소형 1호 펀드는 코스피와 코스닥 기업을 가리지 않고 투자한다.

위즈도메인의 특허가치 분석 시스템은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특허청에서 매주 데이터를 수집해 업데이트 된다. 때문에 PTR 분석이 국내 기업 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소재 기업들도 가능하다. 이를 활용해 PTR자산운용은 미국에 투자하는 PTR 미국 NASDAQ 100 코어 1호와 일본에 투자하는 PTR 일본 중소형주 1호를 내놓았다.

2020년 설정된 미국 NASDAQ 100 코어 1호 펀드는 기술주에 강한 PTR자산운용의 강점을 잘 보여주는 펀드다. 해당 펀드는 나스닥 100 지수 내에서 30종목을 선별해 핵심 종목에 집중해 압축적으로 투자다. 해당 펀드의 지난 2월 말 기준 누적 수익률 95.1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 100 지수가 50.13%, 나스닥 지수가 34.23%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벤치마크 대비 2배 가까운 수익률을 낸 셈이다.

PTR 일본 중소형주 1호 펀드도 최근 일본 증시호황을 타고 순항하고 있다. 2018년 4월 설정된 이 펀드는 기술특허 강국인 일본의 저평가된 기술가치주에 투자한다. 해당 펀드의 지난 2월 말 기준 누적 수익률은 81.39%로 같은 기간 벤치마크 지수인 TOPIX Small 지수가 30.95% 오른 것을 고려하면 크게 아웃퍼폼했다.

김 대표가 최근 트렌드에 맞춰 전략 확장 차원에서 출시한 펀드로는 고배당 공모주 1호가 있다. PTR 고배당 공모주 1호는 배당수익률이 높은 고배당주 가운데 PTR이 낮은 종목에 투자한다. 은행과 같이 전통 금융권 기업을 선정하긴 어렵지만 배당이 높으면서도 성장 잠재력이 높은 종목에 투자한다는 강점이 있다. 리츠와 우선주를 편입해 배당수익을 깔고, 여기에 PTR기반 투자와 공모주 전략을 결합해 알파수익을 내는 구조다. 2021년 설정한 해당 펀드의 누적 수익률은 7.58%를 기록했다.

단기 성과가 좋은 IPO 펀드들이 많은 시장 상황에서도 PTR이라는 핵심 전략을 지키는 하우스라는 평이다. 대부분의 신규 펀드가 모두 PTR 전략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오랜 기간 검증을 마친 PTR 전략을 통해 확실한 성과를 내는 하우스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며 “이를 기반으로 외형을 키워 향후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공모운용사로 나아가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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