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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

한솔제지, 이자보상배율 0.6으로…반전 카드는

등급하향 요건 충족…총선 등으로 실적 호재는 있어

이호준 기자  2024-04-02 15:44:19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한솔제지의 이자보상배율이 0.6까지 하락했다. 이 숫자가 1 미만으로 내려갔다는 건 영업에서 번 돈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금리 인상기에 이자는 크게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이자보상배율 '1' 미만으로

한솔제지는 국내 1위 제지업체다. 이 회사가 밝힌 작년 말 자사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45% 수준이다. 인쇄용지와 산업용지, 특수지(감열지) 등을 제조·판매하면서 한솔그룹의 주력 계열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한솔제지의 '재무'는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솔제지의 지난해 말 별도 매출은 2조720억원 수준이다. 전년보다 9% 줄었다. 무엇보다 영업이익은 1500억원에서 286억원으로 80%나 급감했다.

제지업은 대표적인 사양산업이다. 디지털 전환으로 인쇄 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다만 수익성이 이렇게까지 급감한 적은 드물었다. 작년엔 경기 침체, 경쟁 심화, 장항공장 가동 중단 등이 겹쳐 감소폭이 더욱 컸던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나름의 노력을 해 나갔다. 차입금 감축으로 부채 부담을 줄이는 식이다. 지난해 말 별도 총차입금은 8114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기를 맞아 이자비용(429억원)은 전년보다 78% 늘었다.

이 때문에 이자보상배율이 6에서 0.6까지 하락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숫자가 1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건 한솔제지가 영업으로 번 돈으로 이자를 다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별도 기준, 단위: 억원,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다른 커버리지 지표인 순차입금/EBITDA(상각전 영업이익)는 3.6에서 6.7로 높아졌다. 이 숫자의 경우 높을수록 현금창출능력에 비해 빚이 많다는 얘기다. 특히 신용평가사가 제시한 등급 하향 요건(6배 초과)까지 충족했다.

◇보유 현금도 '859억원'으로 감소…상황 자체는 개선

들어오는 돈은 줄고 이자로 나가는 돈은 늘었으니, 한솔제지의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 역시 감소했다. 한솔제지는 2022년 말에는 약 1025억원의 현금을 보유했으나 지난해 말 보유 현금은 85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한솔제지 입장에서는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일단 올해 사정은 지난해보다 훨씬 나아졌다. 장항공장의 경우 지난해 중순부터 재가동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생산 정상화로 인한 실적 개선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총선과 미국 대선 등이 예정돼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대목'에 따른 수익성 증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선거를 치르는 데 1만톤(t)가량의 종이가 필요하다. 돈으로는 환산하면 100억원 안팎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산업용지 부문에서의 경쟁 심화는 계속될 것"이라며 "인쇄용지 및 특수지 부문에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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