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PF 부실 가시화로 여신금융업권 전반에 걸쳐 건전성 우려가 커졌다. 자금조달에 직격탄을 맞은 건 캐피탈사다. 태영건설 사태 이후 회사채는 물론 기업어음(CP) 조달마저 쉽지 않아졌다. 올해 상반기 캐피탈채 만기도래 규모는 29조원 수준에 달한다. 주요 캐피탈사의 자금조달 현황과 유동성 등을 점검해 본다.
시장금리 상승과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로 캐피탈사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이후 부동산PF 잠재리스크가 증대되면서 캐피탈 업권에 대한 건전성 우려까지 커졌다.
조달여건 악화 등으로 캐피탈 업권의 유동성 지표는 다소 저하됐다. 단기성부채가 높은 증가율을 보이면서 유동성비율이 하락했다. 특히 부동산PF 리스크에 대비한 충분한 유동성 확보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 조달여건 악화에 즉시가용유동성비율 떨어져
올해 상반기에 캐피탈채의 만기 도래 규모는 28조7000억원이다. 1분기에 캐피탈채 14조9000억원이 만기도래했고 2분기에도 13조8000억원의 차환 물량이 대기하고 있다. 캐피탈 업권은 높아진 시장금리와 조달여건 악화 등으로 조달비용이 증가했다. 유동성 리스크가 커지면서 차환 부담이 커졌다.
캐피탈사들은 지난해 말 기준 즉시가용유동성자산을 전년 대비 7.2% 늘어 23조7375억원 확보했다. 하지만 1개월 이내 만기도래 부채가 7조6113억원으로 30.3% 증가해 큰 의미를 갖기 어렵게 됐다. 1개월내 유동성 대응능력인 즉시가용유동성비율은 325%를 기록해 69.9%포인트 하락했다.
현대캐피탈과 롯데캐피탈, 금융지주계열 캐피탈사 등 주요 대형사의 평균 즉시가용유동성비율도 431%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128%포인트 하락했다. 즉시가용유동성비율은 1개월 이내 만기도래 부채 대비 즉시가용자산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100%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캐피탈사의 원화 유동성비율도 하락했다. 원화 유동성비율은 만기 3개월 이내의 단기 부채나 예금에 대해 지급할 수 있는 자금 보유 수준을 나타내는 비율이다.
지난해 캐피탈 업권의 원화 유동성자산은 37조1079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그러나 원화 유동성부채가 20.1% 증가한 22조2762억원을 기록하면서 원화 유동성비율이 하락했다.
주요 대형사의 평균 유동성비율은 175%로 전년 대비 56%포인트 하락했다. 유동성자산은 17조8808억원으로 9.5% 감소했다. 그러나 유동성부채가 19.5% 증가한 10조2296억원을 기록하면서 유동성비율이 악화됐다.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도 증가했다. 지난해 캐피탈 업권의 이자비용은 6조32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4% 증가했다. 차입금 이자가 1조7433억원으로 72% 늘었으며 장기차입금 이자가 9283억원으로 86.5%나 증가했다. 사채이자는 4조2892억원으로 50.3% 늘었다.
캐피탈 업계는 PF리스크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높은 유동성비율을 유지하는 등 선제적 노력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일부 캐피탈사들은 부채 만기 일정 등을 고려해 차입 규모와 일정 등을 수립해나갈 계획이다.
◇ 부동산 건전성 우려에 중소형사 투자처 확보 난항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어 자금경색을 겪었던 캐피탈사들이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후 부동산PF 리스크 우려가 커지면서 또다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캐피탈 업권의 자금 조달도 증가세가 둔화됐다. 캐피탈사 관계자는 “캐피탈사들이 부동산 관련 자산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어 투자자들은 부동산 자산의 건전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캐피탈 업권의 조달 잔액은 169조8641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해 12% 증가한 전년보다 증가율이 떨어졌다. 회사채는 122조2400억원을 기록해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조달여건 악화로 총차입금은 39조3735억원으로 5.4% 감소했다. 이중 단기차입금은 8조8218억원으로 23.6%, 장기차입금은 25조6635억원을 기록해 1.7% 줄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일시적으로 상승했던 단기조달 비중도 감소했다. 지난해 캐피탈 업권의 단기조달 잔액은 11조7485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2522억원 빠졌다. 단기조달 비중은 9.07%에서 6.92%로 하락했다.
ABS 발행 수요도 감소한 모습이다. 캐피탈사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ABS 발행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나 지난해 11월부터 유동성이 풀리면서 주요 캐피탈사들의 유동화에 대한 니즈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신용등급 A급 이하 캐피탈사의 경우 건전성 우려로 투자 수요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캐피탈사 관계자는 “부동산PF나 브릿지 자산들이 부실로 전이된다면 금융지주계열이나 모기업이 탄탄한 캐피탈사와 달리 모회사가 부재한 경우 손실 완충 여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며 "투자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소형 캐피탈사에 대한 투자 수요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기관투자자들이 연간 수익 목표치를 달성해야 하는 만큼 금리가 높은 A급 캐피탈사의 회사채도 선별적으로 취급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A급 캐피탈 중에서도 모기업이 탄탄하거나 신용등급 상향이 예상되는 캐피탈사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신용등급 ‘A+’인 DGB캐피탈은 BNK캐피탈, JB우리캐피탈 등 신용등급 지방금융지주계열 캐피탈사보다 낮은 신용등급을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면서 신용등급 ‘AA-’로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와 투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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