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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택트렌즈 선두권 성장 비결, 상생·과정 중시 기업문화"

박상진 스타비젼 대표 "PE의 프랜차이즈 투자, 질적·장기적 관점서 진행됐으면"

감병근 기자  2024-01-25 08:22:22

편집자주

사모펀드 운용사에게 피투자회사의 C레벨은 야전사령관이다. 펀드 운용의 지향점을 공유하고, 투자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는 동시에 실무에서 밸류업 상승을 이끌어 내야하는 중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펀드의 성공적인 엑시트를 위한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더벨은 PE 포트폴리오기업 C레벨이 그리는 밑그림과 전략, 향후 계획을 자세히 들어본다.
스타비젼은 국내 콘택트렌즈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다. 콘택트렌즈 브랜드 '오렌즈(OLENS)'를 주력으로 운영하고 있다. 오렌즈는 해외 유명 브랜드를 제치고 국내 시장 점유율 선두권 업체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해외 진출을 통해 판로 확대에 힘을 쏟는 중이다.

박상진 스타비젼 대표이사(사진)는 가맹점과 상생을 추구하는 영업전략을 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매출보다는 일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조직문화를 통해 기업의 장기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스타비젼의 재무적투자자(FI)인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PS얼라이언스, 펄인베스트먼트가 이러한 경영 방식에 지지를 보냈다는 점도 설명했다. PEF 운용사의 프랜차이즈 투자가 이처럼 진정성 있게 기업가치를 키우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2년새 늘린 가맹점은 4개, 영업이익은 고성장…상생 전략 통했다.

국내 콘택트렌즈 시장은 대략 7000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오렌즈는 존슨앤존슨의 아큐브 브랜드와 근소한 차이로 국내 시장 선두를 다투는 중이다. 글로벌 브랜드가 지배하는 콘택트렌즈 시장에서 자국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는 건 매우 이례적 사례로 여겨진다.

오렌즈의 선전에 힘입어 스타비젼의 실적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1년 225억원 규모였던 영업이익은 2022년 335억원을 기록했다. 작년에도 30%대 영업이익 성장세를 이어나 것으로 추정된다.

오렌즈의 성장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2021년 333개였던 가맹점 숫자가 작년까지 2년 동안 단 4개만 증가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급격히 성장 중인 프랜차이즈가 가맹점을 크게 늘리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국내 콘택트렌즈 판매는 모두 오프라인으로 이뤄지고 있다. 콘택트렌즈는 삽입형 의료기기로 구분돼 현재 안경점에서 안경사의 관리 하에서만 판매가 가능하다.

박 대표는 가맹점과 상생을 중시하며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지 않은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랜차이즈는 단계적으로 단단하게 다지면서 올라가야 성과가 오래 지속된다”며 “본사의 단기 이익만 생각하면 한 달에 10개 이상의 가맹점도 낼 수 있었지만 가맹점의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택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가맹점의 질적 성장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제공했다. 수천만 원 규모의 가맹점 리모델링을 위한 인테리어 비용도 스타비젼에서 부담했다. 리모델링이 이뤄진 매장 중에는 매출이 20~30%씩 늘어나는 사례도 생겨났다.

박 대표는 “과도한 가맹점 확대는 가맹점의 불만, 본사 업무의 과부하 등을 불러와 매출 감소가 시작되면 회복할 방안을 찾기가 어렵다”며 “가맹점이 잘 되는 방향으로 상생을 도모하는 것이 프랜차이즈 운영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과보다 과정 중시, PSA-펄인베 든든한 파트너”

박 대표는 결과보다 일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최종 결과인 실적이 아닌 과정 중심의 측정 지표를 세부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관리해 나가고 있다.

그는 “경영을 축구로 비유하자면 실적인 골을 넣기 위해서는 달리기, 패스, 슈팅력 등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부분들이 있다”며 “골을 못 넣는다고 탓하기보다는 관련 능력을 키우며 골을 넣을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러한 조직문화가 장기적 성장을 지향하는 기업이 갖춰야 할 요건이라고 바라봤다. 긍정적인 과정이 쌓이면 구성원 역량이 좋아지며 자연스레 기업의 실적도 확대된다는 게 박 대표의 신념이다.

그는 PEF 운용사들도 이러한 질적, 장기적 성장 관점에서 프랜차이즈에 투자하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일정 기간 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PEF 운용사들이지만 투자 관점을 바꾸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스타비젼에는 FI로 PS얼라이언스와 펄인베스트먼트가 합류해 있다. 이들은 2022년 6월 스타비젼에 약 2000억원을 투자했다. 박 대표는 두 FI를 진정성 있게 기업가치를 함께 높여 가고자 하는 공감대가 있는 파트너라고 소개했다.

박 대표는 “PS얼라이언스와 펄인베스트먼트는 PE라면 꺼릴 수 있는 가맹점 및 공장에 대한 재투자에 기꺼이 합의해줬다”며 “본사 신사옥 건립에도 지지를 보내준 덕분에 직원들의 사기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향후 인도, 중동 등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사업영역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진출한 일본, 중국, 대만 등 시장에서는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타난 곳도 있다. 일본 시장에서 진출 6개월 만에 1년 실적 목표를 달성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박 대표는 국내 안경 및 콘택트렌즈업계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여겨진다. 안경사인 박 대표는 안경점으로 첫 사업을 시작한 뒤 2007년 콘택트렌즈 전문회사 닥터아이와 오렌즈 온라인몰을 창업했다.

이후 15년여 만에 스타비젼을 국내 콘택트렌즈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 키워냈다. 2022년 FI 투자 당시 스타비젼 지분 100% 가치는 42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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